[정만진의 문학 향기] 손을 맞잡고 함께 기도했던 시절
1985년 7월16일 독일 소설가 하인리히 뵐이 세상을 떠났다. 197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하인리히 뵐의 소설 가운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제목이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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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이미지/언제 찍은 사진인가!!!
1985년 7월 16일 독일 소설가 하인리히 뵐이 세상을 떠났다. 197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하인리히 뵐의 소설 가운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제목이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여겨진다. 우리나라 문인과 화가들 중에서 같은 제목으로 책을 내거나 전시회를 연 이들이 있어서 이 제목은 더욱 유명해졌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부조리한 사회의 억압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가난한 부부가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사랑을 되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간적 배경은 1950년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사흘간이다.
아내 캐태 및 세 명의 어린 자식과 떨어져 혼자서 두 달째 생활하고 있는 남편 프레드는 가톨릭 교구관 전화 교환수이다. 그는 불공정한 성직자의 방해로 주택 배정이 무산되자 단칸방 생활을 더 이상 못 참고 집을 나와 버렸다. 캐테는 가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지만 결국은 남편과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결심한다.
길에서 캐테를 목격한 프레드가 뒤를 쫓는다. 캐테는 꽃가게 앞에 멈춰선다. 프레드는 그녀의 손을 자세히 보게 된다. 그 손을 잡고 10년 넘게 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레드는 ‘우리에게는 서로 손을 맞잡고 기도하던 시절이 있었다’라는 생각에 잠긴다.
캐태는 죽은 아이들의 무덤을 찾아간다. 프레드는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깨닫고 가정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하인리히 뵐은 1953년 발표작인 이 소설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궁핍에 빠진 독일인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톨릭교회의 위선을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 작가 플라토노프의 소설 〈귀향〉도 유사한 서사를 담고 있다. 전쟁에 갔던 이바노프는 종전 후 집으로 오지만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겨있고 아이들도 낯설어한다. 낙망한 이바노프는 기차를 타고 떠나려 한다. 그때 두 아이가 엎어질 듯 달려온다. 이바노프는 그 모습에서 고향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일을 함께 하고 성과를 고루 나눌 때 사람은 공동체의 따스한 동질성을 맛보게 된다. 주변 사람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면 손을 맞잡고 함께 기도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볼 일이다. 아름다웠던 시간을 돌이켜 봄으로써 앞날의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
민주당 대구시당 초청 강연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