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오 들리브(Leo Delibes, 1836~1891)가 작곡한 발레음악
<실비아(Sylvia)>.
런던 로얄발레단 창단 75주년 기념 공연 실황이다.
달의 여신 다이아나의 시녀 실비아 역에는 달시 부셀(Darcey Bussell),
목동 아민타 역에는 볼레(Roberto Bolle).
부셀이 직접 아민타 역의 남성 무용수를 선택했다고 한다.
1막의 실비아와 여러 요정들이 함께 추는 느린 왈츠와
3막의 안단테, 실비아와 아민타의 2인무 장면을 본다.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장치도 그렇지만
특히 2인무는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두 남녀 무용수의 동작 하나하나가
도무지 이 세상 사람 같지가 않다.
바이올린 선율도 어찌나 고운지
눈과 귀를 홀딱 빼앗기고 만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곡 다 접어 두고
이 <실비아> 발레 한 곡만 감상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딱 두 장면, 입맛만 다시고 말자니 아쉽고 또 아쉽다.
"숨어 있는 보물이 더러 있지요.
<실비아>, 이 작품이 바로 그렇습니다.
작곡가 들리브는 <지젤>과 크리스마스에 즐겨 듣는
<오, 홀리 나잇>을 작곡했던 아당의 제자로,
로맨틱 발레의 정점에 선 작곡가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작품은 1876년 파리 오페라극장 개관 프로그램으로
공연되기도 했을 만큼,
뛰어난 음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파리 오페라극장은
일명 가미에르 팔래(Garmier Palaise)라고도 불리는데
오페라, 특히 이탈리아 이외 지역의오페라 공연에 지대한 역할을 한 곳이란다.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1989년, 바스티유 감옥이 있던 자리에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이 설립된 후부터는
주로 발레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유명한 볼쇼이 발레단이 소련 해체와 함께
차츰 사양길에 접어든 데 반해
가미에르 팔래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그 유서 깊은 극장의 개관 프로그램으로 꼽힐 만큼
<실비아>는 무용이나 음악, 모두에서
높은 작품성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실비아>는, 요정 실비아가
달의 여신 다이아나의 도움으로
목동 아민타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비극으로 끝나는 여타 발레와는 달리
요정과 인간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는 해피엔딩이란다.
영국 로얄발레단의 주역 무용수였던 부셀은
1960~70년대를 주름 잡았던 마곳 폰테인을 뒤이어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으나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해 현역에서 물러나
현재는 로얄발레단의 안무와 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고 한다.
무대에 선 그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2.
두 번째로는
2007년 9월 타계한 파바로티 추모 시간으로
모데나 대광장에서 열린 자선음악회 실황을 감상했다.
먼저 첫 곡은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제3막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독창곡으로 편곡한 Va Pensiero.
이태리 칸소네 가수 주케로와의 이중창이었다.
"가자, 저 시온동산으로. 금빛 날개를 타고......"라는 노랫말이 나오는 이 곡은
<시편> 35편(?)에 가사 전체가 실려 있다고 하는데
해설자 선생께선
이스라엘인에게 고향에 돌아갈 열망을 간직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이 시온동산이라고 한다.
-시오니즘이란 말의 어원이 되기도 한 이 시온동산을 놓고
오래디오래고 질기디질긴 갈등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둘째 곡은 나탈리 콜과 함께 부른 <투나잇(Tonight)>
이 곡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미국 뉴욕 판으로 번안한 뮤지컬이자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 삽입된 곡으로,
이태리 이민자와 푸에르트리코 이민자 집안의 남녀
토미와 마리아가 발코니에서 부르는 이중창이다.
나탈리 콜은 냇킹 콜의 딸이라고 한다.
셋째 곡은 바네사 윌리엄즈와 함께 부른 <물망초>.
"이탈리아에서 물빛이 장관인 곳은 캄파니아 지방입니다.
그곳 소렌토에 있는 임페리얼호텔 2층 발코니에 서면
지중해를 끼고 멀리 나폴리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베수비오스화산이 보입니다.
바로 그 발코니에서 베루치오 탈레비니아가
저 유명한 <돌아오로 소렌토로>와
<논 띠 스꼴달 디 메>, 물망초, 이 두 곡을 작곡합니다.
.......
베루치오 탈레아비니와는 개인적인 친분도 있습니다.
독일 여행 중 연락을 하여
하이델베르그 고성에서 만나
네카 강변을 함께 걸었던 적이 있지요.
탈레아비니는 영화 <물망초>에도 까메오로 등장합니다."
파바로티는 불세출의 가수인데 특히 고음에 능하다고.
파바로티처럼 고음을 인상 찌푸리지 않고 편안히 낼 수 있는
테너 가수는 그리 많지 않단다.
췌장암 판정을 받고 7개월 만에 세상을 떠
지금은 고향인 이태리 중부 도시 모데나의 대성당 묘지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해설자 : 파바로티 재산이 우리 돈으로 7천억쯤 됩니다.
관객 : 우와~
해설자 : 왜들 그러십니까? 이게 많습니까. 이 정도는 있잖아요.
나 : (속으로) 완전 개콘 행복전도사 모드네.
해설자 : 우리나라 졸부들도 이만큼은 있잖아요.
세계적인 테너가수가 이 정도, 있을 만하지요.
첫째 부인과 이혼할 때 위자료로 4천억을 주었어요.
관객 : 우와~
해설자 : 그 후 서른 살 연하의 여비서와 결혼해 쌍둥이 남매를 낳았다가
사내아인 죽고 여자아이만 살았지요.
나중에 파바로티가 췌장암 판정을 받고 이렇게 유언을 남겼어요.
3천억 중 일부는 췌장암 환자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쓰고,
또 일부는 본처에게 주고,
나머지를 새 아내와 아이에게 남기게끔요.
본처에게 미안함은 있었던 거지요.
3. 에른스트 블로흐(1880~1959)의 <숄로모(Schelomo)>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번스타인의 지휘,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연주.
"이스라엘 민족들은 기원전 1030년경
아브라함 이후 헤브롬 지역에서 부족생활을 청산하고
사울(Saul) 왕을 중심으로 왕국을 건설합니다.
사울 왕이 다윗 왕에게 나라를 넘겨 주고
기원전 1000년경에 다윗왕이 수도를 헤브롬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깁니다.
다윗 왕의 아들이 바로 숄로모, 영어로는 솔로몬이라고 하는
그 사람이지요.
이 3대 때가 이스라엘의 최전성기입니다.
그런 숄로모도 나중에 이렇게 탄식합니다.
'헛되고 헛되도다, 이 모든 것이 헛되도다.
내 숄로모의 영광이 저 풀잎의 이슬만도 못하구나.'
숄로모의 아들 대에는 왕국이 남북으로 분열되고 말지요.
그 숄로모의 일대기를 다른 음악이 바로 이 곡입니다."
로스트로포비치가 1970년 미국으로 망명한 직후
이듬핸가 그 이듬해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번스타인의 지휘로 연주한 실황이다.
그때 함께 연주한 곡은 슈만의 첼로협주곡.
작곡가 에른스트 블로흐는 물론 유태인이다.
4.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의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서트. A장조. 퀘헬넘버 622.
샤론 캄(Sharon Kam)의 클라리넷과
호네커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였다.
공연장소는 체코의 프라하 극장.
1791년 9월은 모짜르트가 죽음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있던 때,
이때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은 그의 최후의 협주곡이자
클라리넷을 사용한 최초의 협주곡이 되었다.
당시 클라리넷은 현재 클라리넷 보다 2도 아래로 조율된
바셋 클라리넷이었단다.
원전악기로 연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요즘 바셋 클라리넷이 다시 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오늘 들은 연주도 이 바셋 클라리넷으로 연주한 것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공연장 그 자체.
무대 뒤에도 객석으로 보이는 난간이 있다.
무대 전면의 객석은 물론이고
좌우 벽과 후면 벽에도 5~6층 높이로 객석이 마련되어 있고
벽에는 바이올린을 비롯한 관악기 장식이 곳곳에 조각되어 있다.
모짜르트 당대 관객들이 당대의 의상을 차려입고
자리에 앉아 있을 듯한 광경이다.
이런 건축 양식을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모짜르트도 생전에 이 무대에 두 차례 섰다고 한다.
한 번은 1786년 초로 그 전 해에 작곡한
<피가로의 결혼>을 여기서 직접 지휘했다.
이때 극장측으로부터 신작 오페라 작곡을 청탁받고
작곡한 <돈지오반니>를 그해 가을 이 무대에서 초연했다.
모짜르트가 지휘한 바로 장소에서
모짜르트곡을 듣는 것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오늘 들은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카렌을 감싸고 도는 우울한 분위기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건성으로 보아선지
2악장을 들으면서도 연상되는 장면이 없다.
9월 24일, 음악감상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실비아>를 전체 다 보고 싶어졌다.
2009. 홍차 |
첫댓글 설명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듣고 싶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삽입된 영화가 별들의 고향이었나요? 아슴푸레합니다.
오랫만에 글 올리셨네요^^* 좋은 가을 보내십시오.
부지깽이 노릇하느라 그렇습니다.~^^*
ㅎㅎㅎ 부지깽이. 길다란 나무깽이가 조금씩 끝이 타서 뭉글어지면서 점점 짧아지는 부지깽이. 그 부지깽이란 단어속에서 홍차님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슝늉못지 않은 구수함이 묻어 납니다. 잔불에 익힌 계란밥도, 구운 고구마,감자도 올들어 잦은 가을비 소리, 아기장수님 올려놓은 the power of love 들으며 그리워집니다.
잔불에 익힌 계란밥? 그런 게 있었지요. 정말......가을비 추적추적 오는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