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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닭을 먹어 본 일반인들에게 토종닭의 특징을 물으면, 백이면 백 '질기다'고 합니다. 저도 그리 많이 먹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릿살조차도 가슴살 못잖게 퍽퍽하고 질겼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야외까지 나와서, 비싼 토종닭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했었죠.
그런데 최근 방송된 '미각스캔들'을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먹어 온 토종닭은 토종닭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군요.

토종닭이 질긴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댑니다. 요즘 많이 먹는 일반 양계장 닭은 한정된 공간에서 먹이를 먹고,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자라기 때문에 지방 함량도 높고 살이 무르다는 겁니다. 하지만 토종닭은 풀어 놓고 기르기 때문에 온 몸이 근육질(?)이고, 그래서 질기다는 것이죠.
이때문에 시골 토종닭 전문점(?)에 가 봐도 주문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토종닭이라 삶는데 오래 걸린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또 그렇게 오래 삶아서 나온 닭도 턱이 아플 정도로 질긴게 보통이죠.

그렇지만 방송에서 직접 닭을 삶아 본 결과, 토종닭이라고 살이 질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반 육계와 비교해 볼 때 비슷한 시간을 삶으면 거의 비슷하게 살이 문드러집니다.
게다가 맛을 보는 사람들도 "생각과는 달리 쫄깃쫄깃하다"고들 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것은 현재 유통중인 공인 토종닭, '우리맛 닭'과 '한협 3호' 중 '한협 3호'를 삶은 것입니다.

그럼 대체 왜 식당에서 파는 토종닭은 질겼던 것일까요. 이유는 진짜 질긴 닭, 즉 늙어서 쓸모가 없어진 노계들이 토종닭으로 둔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축산업계에서 규정하는 노계란 그냥 나이 먹은 닭이 아니라 산란종의 닭 가운데서 나이를 먹어 더 이상 알 생산력이 없어 헐값에 팔려 나온 닭이라는군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토종닭은 질기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오히려 역이용해서, 본래 요리용이 아닌 닭(노계는 보통 동물 사료나 닭고기를 이용한 소시지 등 육가공식품용으로 팔린다고 합니다)을 속여 팔고 있었던 겁니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토종닭은 위에서 말했듯 '우리맛닭'과 '한협 3호' 두 종류입니다. 그나마도 6.25 등을 거치며 아예 토종닭의 씨가 말랐던 것을 어렵게 종을 보존해 길러낸 것이 이 두 종류라는군요.
일반적으로 진짜 토종닭은 다리가 늘씬하고 발달해 있어 육안으로 구별된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맛닭은 발목이 저렇게 검은 것이 특징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또 일부러 닭을 염색하기라도 하는 작자들이 나타날까 겁납니다.
문제는 일반 육계가 30일이면 상품으로 나오는데 비해 토종닭은 60일 이상 키워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결국은 고급 음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나고야코친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뭐 그냥 '닭고기가 뭐 그리 비싸'라고 할게 아니라, 명품은 명품으로 취급하는 태도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런 표지가 붙은 곳에선 안심하고 진짜 토종닭을 맛볼수 있다는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