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청주에서 사랑방 까페 각시 언니가 놀러 왔어요.
모처럼 맘먹고 나들이 온 각시언니를 좋은 곳 구경 시켜주고 싶은데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 강화 갑곶성지를 가기로 했어요.
줄리아는 운전도 못하지 차도 없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지요.
마침 일산에서 강화 가는 버스가 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어요.
갑곶성지 11시 미사에 참례하려고요.
미사 드리고 난 뒤 쉬면서 먹을려고 커피랑 감이랑 과자도 챙겼어요.
일찍 나선 덕분에 9시 반쯤에 도착했어요.
미사 시간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여유가 있는겁니다.
그래서 근처 순대국밥집에 들어가서 아침을 먹었어요.
성지로 들어 가니 어디선가 관광 버스로 온 신자들로 마당이 시끌벅적했어요.
엄마, 동생을 위한 연미사 아들을 위한 생미사를 제단에 바치고
맨 뒤 보조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그리 크지 않은 성전 안이 꽉 차고 미사가 시작됐어요.
신부님이 미사 봉헌 봉투에 써 있는 이름을 일일히 읽으실 때
엄마 이름 동생 이름, 또 생미사로 드린 아들 이름이 나오니 목이 콱 메었어요.
성지에서 드리는 미사는 언제나 특별한 감정이 되는데 이 날은 또 다른 감정이
보태진거지요.
미사가 끝 난 후 각시 언니랑 둘이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쳤어요.
기도문을 읽고 주모경 바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때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소서."하는
반복되는 그 가사가 맘에 착 달라 붙는겁니다.
기도 다 마치고 사진도 좀 찍고 내려 와 여기까지 온 김에 어디 한 군데
구경하고 가자고 전등사로 갔어요.
일요일이라 그런지 올라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대웅전 앞 벤치에 앉아 가져 간 커피랑 감도 먹고 좀 쉬었다가 내려왔어요.
6시에 글라라 자매님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좌석이 없어 대명리까지 서서 오다가 술 한잔 더 먹는다고 내리는 어떤
아저씨 아줌마들 덕에 앉아서 왔어요.
일산 성당에서 글라라12 자매님과 홍소희 자매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매님들 안내로 낙지 수제비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어요.
낙지 한 마리가 들어있는 수제비에다 파전에다 비빔밥에다,
처음 만나는 글라라 자매님한테 염치없이 얻어 먹었어요.
저녁 대접은 내가 하겠다고 큰소리 치고 나갔으면서 ㅎㅎ
나중에 배로 갚아 드려야지 하고 속으로 혼자 다짐을 했지요.
그런데 글라라 자매님은 저보다 연세가 좀 많으시다는데 저보다
훨씬 젊어보이셨어요.
전에 사랑방에 글 올리신 걸 보고 젊은 분인 줄 알았었는데,
제 생각이 맞았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맞는 말이고요.
다음 날 반가운 손님 또 한 사람이 왔어요.
옥천으로 이사 간 새둥지님이 서울 볼일 보러 오면서 우리집에 들렸어요.
동네에서 일 거들어주고 얻은 들깨로 기름을 짰다면서 들기름 한 병을 들고요.
금방 짜서 그런지 고소하고 맛이 있어요.
굴 떡국을 끓이고 파전 부쳐서 점심을 대접하니 맛잇게 잘 먹더군요. ㅎㅎ
새둥지 배웅하는 길에 카메라 들고 나가 단풍나무 아래서 사진 도 한 방씩 찍었어요.
이상 줄리아의 오늘 일기에요.
** 위 사진중 추녀밑에 사람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진 있지요?
전등사 대웅전 추녀 사진인데요.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절을 짓던 목수의 사랑을 배반하고 도망 간 여자를 조각한 것인데
나쁜 짓 한 걸 경고하고 죄를 씻게 하기 위해 추녀를 받치게 한 거래요.
첫댓글 줄리아누이 고마워요,
고맙기는 내가 되려 고맙지, 들기름 나물 무치는데 넣었는데 참 고소하데, 잘 먹을께 그런데 아네스랑 한마음 아직 못만났네, 추운데 잘 지내고 서울 오면 또 들려, 우리집 사랑방 방앗간으로 만들었어ㅎㅎㅎ
새둥지님 그날 만나서 반가웠어요...
각시언니 다녀가셨군요 사진으로라도 얼굴보니 방가방가 ..^&^
발길 머무는 곳 마다 단풍은 지천에 가득하고 깊어가는 가을.. 줄리아님 덕분에 참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고 왔습니다.. 가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력을 지녔나봅니다.. 그쵸?..그동안 많이 피곤하셨을거예요.. 따뜻하게 입고..따뜻하게 드시고... 푹 쉬는것만이.. 건강을 지키는 거랍니다... 좋은 휴일되세요..
여기 저기 그것도 버스 타고 다니고 많이 걷고 해서 피곤했지요? 푹 쉬고 담에 또 만나요.
올 가을 유독 아름다운 단풍 좋으신분들과 단풍 만큼이나 고귀한 추억 만드신거 축하드려요,,,근데 저는 부럽고 아쉬운뎅~~어쩌죠~~ㅎㅎㅎ
진짜로 아쉽고 섭섭하데, 아네스가 빠지니, 한마음도 생각나고....다음에는 주말로 잡아서 한 번 가는 걸로 해볼까? 성지에서의 기도는 정말 좋더라, 하느님, 성모님이 거기에 더 많이 계시는 것도 아닌데....
다음에 갈때는 생감 따서 가겠습니다,
ㅎㅎ 농담으로 해본 소린데....
정말 언니의집이 사랑방 방앗간이 되겠네요...모든 이들에게 베푸시는 언니의 사랑은 주님의 사랑으로 보여요...동참하지 못했던 마음은 부러움을 놓고 갑니다...항상 주님안에서 언니 건강유의 하셔요...
미안해 정말로,,,
올리신 사진을 보니 저도 그곳에 다녀온듯한 는낌이 드네요. 전등사는 아주 예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기는 한데 기억이 희미하게 가물거려요. 그리고 그날 비록 밤이긴 해도줄리아님께 제 실제 모습을 보여주지 말걸 그랬나 싶어요. 왜냐고요? 상상속에서는 영원히 늙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젠 이미 틀렸으니 우리 자주 만나기로 해요.. 감사..
자매님하고 헤어져 오면서 각시언니하고 얘기했어요. 글라라 자매님 참 젊어 보이신다고요. 예, 자주 뵐께요. 교리 끝나면 병원으로도 가고 연락도 자주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