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찾은 철마 아홉산숲
2020. 12. 6.(일)
갇혀 지내는 요즈음의 답답한 가슴 치유 받으려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철마 아홉산숲을 홀로 찾았습니다.
집에서 윤산, 개좌 두 터널을 통과해서 15분만에,
구비구비 넘던 고갯길이었는데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순수한 우리말 지명 아홉산숲,
아주 큰 산속 숲인줄 아셨죠?
산봉우리나 골짜기 아홉을 품은 산...
우리네 인생사에서 아홉은 숱한 사연을 겪고
시련을 이겨낸 다음 마지막 고비의 이미지가 강한데
여기 아홉산숲은 그렇지 않습니다.
겉보기는 정원이 있는 어느 편안한 분위기의 촌집 같습니다.
입장료 5,000원을 받는...
아홉산숲은 아홉산 자락에서 한 집안이
400년 가까이 가꾸고 지켜온 곳으로서
한반도 남부 온 · 난대 수종의 연구림이기도 합니다.
후손에게 길이 물려 줄 모범적인 생태공간으로
보존해야하는 만큼 우리 모두가 아끼고 지켜나가야 겠지요
매표소 지나 길 옆 낮은 의자,
대나무숲길이니까 당근 통대나무입니다.
양쪽으로 대나무 늘어선 길,
홀로 걷기 조금은 이상한...
어느 야산 임도나 다름 없는 길을
잠시 걸어 금강송 군락지입니다.
2015년에 나이테를 확인해보니 400년이 넘은 금강송들인데
일제 강점기 태평양전쟁을 치루느라 수탈이 극에 달한 시기에도
이곳 종택 분들은 놋그릇을 숨기는 듯 짐짓 들켜
빼앗기는 대신 지켜낸 나무들이랍니다.
그 결과 이 자리에서 세월을 지키며
전국 대부분의 소나무들과 달리
송진 채취의 상흔이 보이질 않습니다.
400년의 소나무가 잘 보존된 영남 일원에서 보기드문
우리나라의 상징이라 할 금강소나무 군락지,
이 곳 116 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답니다.
금강송 군락지 길 건너에 맹종죽숲이 있습니다.
여기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고 한 줄기 바람이라도 스틸테면
꼭 무슨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신비스러운 분위기,
그래서 이 곳에서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나 봅니다.
군도, 대호, 협녀 칼의 기억, 달의 연인,
SBS 대박 · 엽기적인 그녀 ,
MBC 옥중화 · 군주 · 왕은 사랑한다 ...
맹종죽숲 굿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곳은 약 200년 전 가장 먼저 조성된 맹종죽숲인데
가운데 유독 대마무가 자라지 않는 둥근 터가 있었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곳에 아홉산 산신령의 영험이 있다고 믿어
궂은 일이 있을 때 치성을 드리거나
굿이나 동회를 갖는 장소로 삼았다 합니다.
바람의 길, 아홉산 숲에서 가장 쉬원한 곳이라는데
지금 눈으로만 봐도 시원합니다.
오래된 것 같은 나무집이 보여 가까이 가보고 알아보니
이곳에서 영화 '대호'를 촬영했었는데
그때 지은 '서낭당'이랍니다.
서낭당 안엔 1000원 지폐 여러장이 돌멩이에 눌려져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소원을 빌었겠지요
편백숲 위 대나무숲은 연녹색이 돋보입니다.
햇볕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보죠?
편백숲을 편히 걸을 수 있도록 오솔길을 만들고
야자메트를 깔았습니다.
이 편백숲은 1954년에 조림을 했다고...
오솔길이 끝나고 조금 넓어진 길에 누군가
솔잎으로 ♡를 만들었습니다.
감성 100% 충전!!!
약 만평 크기의 평지대밭
맹종 단일종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으며
봄철 죽순의 굵기도 최고로 알려져 있다합니다.
이 숲은 해방 전후로 현재 동래구 수안동에 있던
동래구청 주변의 식당을 돌며
남은 음식을 차로 실어 나르고
부산시내를 지나는 분뇨 수거차들을 이곳에 끌어
비료 삼아 뿌려 가꾸었다고 합니다.
하나같이 어려운 시절임에도 정성을 다해
아름답게 키워낸 휼륭한 보물 숲입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치고
또 21세기에 들어서도 묵묵히 나무와 숲을 가꾸어 온
문씨 집안의 고집, 그 고집이 자연생태를 그대로 살린
숲을 지켜내게 했습니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2004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 지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홉산숲과 함께 하시는 분들의 집인 것 같은데
존경심이 절로 우러납니다.
구갑죽, 1950년대 말 문동길(1925~2000) 어른이 중국,
일본을 거쳐 몇 뿌리 이식한 것이 이렇게 자리를 잡았는데
중국과 교류가 잦아지기 전까지는 이곳에만 있었답니다.
관미헌의 지하창고, 전기가 없던 시절 자연냉장고로서
주로 우유의 보관에 이용되었다고...
여기서 밤을 보낸 우유는 아침에 한편 있는
버스로 부산으로 보졌다고 합니다.
이곳 산주(山主) 일가의 종택 관미헌(觀薇軒),
지은지 60년이 넘었답니다.
못을 전혀 쓰지않고 순전히 뒷산의 나무로만 지었는데
나무 아궁이와 함께 지금도 생활하고 있는 생활공간이랍니다.
관미헌(觀薇軒), 무슨 뜻인가 찾아보았더니
원래 이 곳은 곰내 고사리밭이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바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는 뜻으로 이 숲은 가꾼 분들의
마음을 표현 한 것 같습니다.
한때 젖소를 키우던 축사 마당이 정원이 되었답니다.
그 정원엔 1925년에 싹을 틔웠다는
은행나무 한그루가 잎을 다 떨군채 서 있습니다.
내년 봄이면 다시 푸른 잎을 피우겠지요
홀로 찾은 아홉산숲에서 소중한 진실 하나 얻어 갑니다.
굳이 들어내지 않으려해도 세월 흐르고 나면
절로 드러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2020. 12. 6 갈바람
아홉산숲 둘러보기 13:10 ~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