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성계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서는 평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태조는 아무 말 이라도 좋으니 어서 말하라고 재촉하였다. 정도전은 머뭇거리며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이옵니다”라고 아뢰었고, 태조 이성계는 이 말을 듣고 얼굴이 벌개졌다고 하는데, 눈치 빠른 정도전이 이어 말하길 “그러하오나 함경도는 또한 석전경우(石田耕牛)올시다”하니 그제야 용안에 희색이 만연해졌다고 한다.
한편, 조선 정조 때 대사간. 도승지. 이조판서, 대제학 등을 역임한 규장각 학사(學士) 석재(碩齋) 윤행임(尹行恁: 1762-1801)이 어느 날 정조 임금과 각도 사람들의 성격에 관하여 한담소일(閑談消日)할 때 8도의 인물을 평한 사자평(四字評)이 전해 내려온다. 내용은 위에 열거한 정도전의 평과 같다. 아마 이를 인용한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임진왜란 때. 이여송의 지리참모로 조선에 왔던 두사충(杜師忠)의 사위인 나학천이란 사람이 있는데 그는 중국 남경의 건주(建州) 출신으로 장인과 함께 조선에 귀화한 인물로 "나학천비결(羅鶴天秘訣)"에서 조선 팔도의 인물평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1) 함경도 사람은 우직지협(愚直知夾) / 사람은 우직하지만 지혜를 가졌다.
2) 평안도 사람은 견강용예(堅剛勇銳) / 의지가 강하고 용감하며 날쌔다.
3) 황해도 사람은 우준무실(愚蠢無實) / 느리고 어리석어 옹골차지 않다.
4) 경기도 사람은 선용후유(先勇後柔) / 앞에는 억세고 뒤로는 부드럽다.
5) 강원도 사람은 칩복지단(蟄伏知短) / 자기 거처에 가만히 있고 아는 것이 부족하다.
6) 충청도 사람은 부경용호(浮輕勇豪) / 행동이 경솔하지만 용맹스럽다.
7) 경상도 사람은 우순질신(愚順質信) / 어리석고 순하고 질박하지만 참된 기질이 있다.
8) 전라도 사람은 사교경예(詐巧輕藝) / 속임이 많고 교활하고 가벼우나 예술성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청담(淸潭) 이중환(李重煥)의 '택리지(擇里志)'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입지조건으로서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 4가지를 들었다.
무엇으로서 인심을 말할 것인가? 공자께서 "마을의 풍속이 착하면 아름다운 것이 된다. 아름다운 곳을 가려서 살지 아니하면 어찌 지혜롭다 하리오." 하시었고, 옛날.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이나 집을 옮긴 것(孟母三遷)은 아들을 훌륭하게 가르치고자 함이었다.
사람이 살 고장을 찾을 때에 그 착한 풍속을 가리지 않으면 비단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자손에게도 해가 있어서 반드시 좋지 못한 풍속이 스며들 우려가 있다.
그러니 살 곳을 가리는데, 그 땅의 세상 풍속을 보지 아니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팔도 가운데 평안도 인심은 순후(醇厚)하여서 제일이요, 다음은 질실(質實)한 경상도 풍속이다. 함경도는 오랑캐와 접경하여 백성이 모두 굳세고 사나우며, 황해도는 산수가 험악한 까닭으로 백성들이 거의가 사납고 모질다. 강원도는 산골짜기 백성으로 몹시 불손하고, 전라도는 오로지 교활함을 숭상하여 그른 일에 움직이기 쉽다. 경기도는 도성 밖의 야읍(野邑)은 백성들의 재물이 시들어 쇠하였고, 충청도는 오로지 세도와 재리(財利)에만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