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달력(月曆) 이야기
세월(歲月)은 살(矢/화살) 같이, 물(水) 같이 흐른다고 했다. ‘유수(流水)와 같이 흐르는 세월~~’
사람이 태어나 살면서 1년이 지날 때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으니 해마다 나이(壽)가 쌓이며 노쇠화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의학(醫學)이 발달하고 건강관리가 탄탄해지며 바야흐로 장수(長壽) 시대가 되었다.
1942년, 남인수(南仁樹)가 노래한 ‘이 강산 낙화유수(落花流水) 흐르는 봄에~~’도 무심히 흐르는 세월을 노래한 것이겠다. 세월의 흐름을 정리한 옛 달력(月曆)의 기원(起源)을 잠시 드려다 본다.
우리가 세월의 흐름을 말할 때, 날짜를 꼽는 일력(日歷)과 달로 꼽는 월력(月曆), 다시 1년을 꼽는 연력(年曆)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을 역법(曆法)이라고 하는데 태양(太陽)을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太陽曆)과 달(月)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太陰曆)으로 나누어진다. 이 시간의 흐름, 세월의 흐름을 정리하는 것은 까마득한 고대부터 인간의 비상한 관심분야였는데 중남미(中南美)의 마야력(Maya曆), 아프리카의 이집트력(Egypt曆), 중동지방의 회회력(回回曆)이 있었고 다시 동양의 불기(佛紀), 서양의 서기(西紀)를 꼽을 수 있는데 그뿐만 아니라 국가마다 별도로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단군(檀君)께서 백두산 신단수(神檀樹) 아래 고조선(古朝鮮)을 세운 것을 기준으로 단기(檀紀) 1년이 되는데 서력(西曆/西紀)을 기준으로 보면 BC 2,333년이다.
조선(朝鮮)에서는 갑오개혁으로 1895년 11월 17일(음력)을 1896년 1월 1일(양력)로 선포하고 연호(年號)를 건양(建陽)으로 정하였는데 1897년에 고종 황제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새로운 양력(陽曆)에 기반(基盤)하여 광무(光武)라는 연호(年號)를 사용하고 7개의 국가 경축일을 제정하였다. 그렇지만 당시의 국경일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설날과 추석처럼 해마다 다른 날에 돌아왔다. 이렇듯 국가 정책에서조차 음력과 양력이 뒤섞여 하나의 틀로 묶이지 않은 상태로 계속되다가, 1908년, 양력(陽曆)으로 통일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61년까지 단기(檀紀)를 사용했는데 1962년 1월 1일부터 서기(西紀)를 사용하기로 확정했으니 현재의 역법인 양력(陽曆)을 사용한 것이 겨우 60년밖에 되지 않는다.
예전, 내 호적(戶籍)에 ‘단기(檀紀) 4280年 正月 14日 生’ 이었는데 고등학교 입학하며 호적을 떼어보았더니 ‘서기(西紀) 1947년 2월 4일’로 되어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서기(西紀/西曆)가 사용되긴 했지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만세력(萬歲曆)을 펴 놓고 살펴보았더니 내 출생일이 양력으로 2월 4일, 음력으로 1월 14일이었다.
<양력(太陽曆)과 음력(太陰曆)>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지구(地球)가 중심이고 그 둘레를 태양(太陽)과 별들이 돌고 있다는 천동설(天動說)이 대세였는데 15세기 들어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에 의하여 태양(太陽)이 중심이고 그 둘레를 지구(地球)를 비롯한 별들이 돌고 있다는 지동설(地動說)을 내놓아 법석이 벌어진다.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地球)는 태양(太陽)의 둘레를 도는데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으로 보는 것이 양력(太陽曆)이다. 한 바퀴 도는 기간은 365일 5시간 48분 46초.... 정도라고 하는데 1년이고, 이것을 12개로 쪼개놓은 것이 12달이 되는 것이다.
30일을 한 달로 하면 360일이고 나머지 5일 5시간 48분 46초를 4번 합치면 하루가 조금 모자라지만 하루를 더하게 되는데 이것이 4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윤달(閏月)이다.
홀수 달은 31일로, 짝수 달은 30일로 하면 366일이 되니 2월을 28일(윤달 29)로 하여 겨우 맞춘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달력을 보면 짝수 달인 8월도 31일로 되어있어 혼란스러운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로마(Rome) 황제 아우구스투스(Augustus)가 보니 당시 세력을 떨치던 장군 율리우스(시저)가 태어난 7월(July)이 큰 데(31일) 비하여 자기가 태어난 달인 8월(August)이 작은 것(30일)에 화를 내고 8월을 31일로 늘리고, 9월과 11월을 30일, 10월과 12월을 31일로 한 뒤, 2월에서 1일을 감하여 평년 28일, 윤년 29일로 만들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Episode)가 있다.
★참고로 각 달의 명칭을 살펴보면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 대부분이다.
①1월(January): 두 얼굴의 야누스(Janus) 신(神)
②2월(February): 정화의식인 페부루아(Februa)
③3월(March): 로마 전쟁의 신 마르스(Mars)
④4월(April): 라틴어로 열리다(Aperire)
⑤5월(May): 그리스의 신 마이아(Maia)
⑥6월(June): 축복의 신 주노(Juno)
⑦7월(July): 로마의 창건자 줄리우스(Julius)
⑧8월(August): 줄리우스의 아들 아우구스투스(Augustus)
⑨9월(September): 로마숫자 셉탬(Septem:7)
⑩10월(October): 로마숫자 옥토(Octo:8)
⑪11월(November): 로마숫자 노벰(Novem:9)
⑫12월(December): 로마숫자 데셈(Decem:10)
※옛날 로마인들의 달력은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의 달로 1년을 나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