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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맥화학색전술 및 기타 경동맥 치료법
간세포암종으로 진단받은 환자들 중 대다수는 문맥압항진증, 간기능 저하, 다발성 종양, 문맥 침습, 종양 주변의 충분한 절제구역 확보 불가능, 고령, 동반 질환 등의 이유로 비수술적 치료를 받게 된다. 이러한 환자들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흔히 시행되는 치료법이 경동맥화학색 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 이하 TACE)이며 간세포암종에 대한 화학요법과 선택적 허혈에 의한 종양괴사 효과를 동시에 보고자 하는 치료법이다. TACE는 실제 임상 상황에서 간세포암종의 1차 치료법으로 가장 많이 선택되고 있다. TACE는 리피오돌을 이용하는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conventional TACE, cTACE)과 약물방출미세구를 이용하는 방법(drug eluting bead TACE, DEB-TACE)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TACE는 항 암제를 투여하지 않고 단순한 색전 물질만 주입하는 경동맥색전술(transarterial embolization, TAE)과 항암제만 동맥내로 투여하고 동맥 색전을 시행하지 않는 간동맥주입화학요법(hepatic arterial infusion chemotherapy, HAIC) 등과 구분하여야 한다.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cTACE)의 시술 방법은 화학요법제인 독소루비신, 시스플라틴 또는 마이토마이신 C를 리피오돌에 혼합하여 에멀젼의 형태로 종양의 영양동맥에 주입하고 이어서 색전물질(젤라틴 스폰지 입자, 폴리비닐알코올 입자, 미세구 등)로 동맥색전술을 시행하여 종양의 허혈을 유발한다. 항암효과를 극대화하고 간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종양의 영양동맥 (feeding artery)에 대하여 가능한 한 선택적인 화학색전술을 시행해야 한다. 영양동맥을 초 선택(super selection)하여 화학색전술을 시행하면 종양괴사율 및 국소치료 효과가 의미있게 향상된다. 또한, cone-beam CT 기술을 활용하면 종양과 종양의 영양동맥을 보다 정확하게 찾을 수 있어, 치료 효과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종양의 반응과 무관하게 1-2개월 의 일정한 간격으로 정해진 용량의 화학색전 물질을 사용하여 치료를 반복하는 것은 간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재발이나 잔류 종양이 확인된 후 추가치료를 계획하는 대응형(ondemand) 치료방법이 바람직하다.
절제불가능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cTACE의 종양반응, 진행까지 기간 및 생존연장 효과는 대규모 코호트연구, 무작위 대조연구 및 이들의 메타분석을 통하여 확인되었다. 일본간암 연구회의 전향적 코호트연구결과보고에 따르면 cTACE를 시행한 환자 8,510명의 1, 3, 5, 7년 생존율은 각각 82%, 47%, 26%, 16%이었고, 종양의 크기가 5 cm 이상일 때 1, 3, 5년 생존율은 각각 63%, 30%, 16%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27개 기관이 참여한 전향적 다기관 등록연구결과 에서는 mRECIST 방법으로 종양반응을 평가하였을 때 객관적 종양반응률이 73%이었고 2년 생존율이 75%로 기존의 연구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지난 30여년간 발표된 cTACE 연구결과를 계통적으로 고찰한 연구에 의해 다시 한번 뒷받침되고 있는 바, 이에 의하면 cTACE 시행 환자의 1, 2, 3, 5년 생존율은 각각 70.3%, 51.8%, 40.4%, 32.4%로 기존 무작위 대조연구결과와 유사하였다.
간세포암종의 간문맥침범은 우리나라 초진환자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간문맥 침범을 수반한 간세포암종에 대한 1차 치료법은 전신치료인 소라페닙 투여가 권장되나 그 효과가 충분하지 않으며 TACE 등과 같은 다른 치료법들과의 비교가 없었기에 실제 임상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법과 다양한 병합요법이 시도되고 있다. 간문맥침범을 동반한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간기능이 좋은 경우 TACE 시행 후 간기능 저하의 위험성은 낮고, 반복적인 TACE 를 시행하였을 때 1년 생존율이 25~35%, 3년 생존율이 9~10%임이 보고되었다. 간문맥침범을 수반한 간세포암종의 TACE 치료군은 보존적 치료 대조군에 비해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이들 환자 중 간기능이 Child-Pugh A인 경우, 종양범위가 간내 국한되어 있거나 종양의 성장형태가 결절성인 경우, 혹은 간문맥침범이 문맥분지에 국한된 경우에 더 좋은 예후를 보였다. 최근 간문맥침범을 수반한 간세포암종의 1차 치료법인 소라페닙과 TACE 단독요법, TACE와 체외방사선치료 병합요법을 비교한 국내 후향적 연구에서 TACE와 체외방사선치료 병합요법군이 TACE 단독요법이나 소라페닙 치료군보다 더 긴 중앙생존기간을 보였다. 또한 간외전이가 있는 진행성 간세포암종에서 TACE에 의한 간내종양 치료가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후향적 연구결과들이 있다. 최근 국내 단일기관에서 간문맥침범이 있으나 간내 국한된 간세포암종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연구를 수행하여 소라페닙 단독치료보다 cTACE와 체외 방사선치료의 병행치료가 전체생존율을 의미있게 증가시켰으며, 객관적 종양반응율이 더 높았으며, 중앙 종양진행까지의 시간(time to progression)을 의미있게 증가시킴을 보고하였다.
cTACE의 국소적 종양 치료 효과는 간세포암종의 크기, 수, 그리고 피막 형성이나 혈관침범을 비롯한 종양 성장 양상에 크게 좌우된다. 종양이 크고 다발성인 경우에는 반복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완전히 소실되는 빈도가 낮지만, 종양이 작은 경우에는 미세도관으로 영양혈관을 초선택하여 TACE를 시행함으로써 50% 이상에서 종양의 완전괴사를 유도할 수 있다. 절제 가능한 환자에서 1차 TACE 시행 후 절제술과 TACE를 비교한 국내의 전향적 코호트연구결과에 따르면 UICC T3 병기에서는 두 군 간에 비슷한 생존율을 보였고, T1 및 T2 병기에서는 TACE 가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리피오돌이 종양에 잘 침착되었을 때 수술군과 비슷한 생존율을 보였다. 근치적 치료를 적용할 수 없었던 초기 BCLC 병기의 간세포암종에 대하여 cTACE를 시행한 전향적 코호트연구에서 mRECIST로 평가한 1개월 종양 완전관해율이 67%, 3년 생존율이 80%에 달하였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3 cm 이하의 단일 간세포암종에서 간절제, 고주파열 치료술 또는 cTACE의 5년 생존율을 비교한 후향적 연구에서 세 군 중에서 cTACE가 5년 생존율 74.2%로 가장 낮았으나, 치료군 간의 간기능, 혈소판 수치, 정맥류 빈도 등의 차이를 통계적 으로 보정한 후에는 생존율 차이가 소실되었다. 그러므로 앞 연구들의 선택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거나 수술 위험성이 높은 경우, 또는 고주파열치료술이 적용되기 어려운 경우에 TACE를 근치적 목적의 대체 치료로 고려할 수 있다.
cTACE의 가장 흔한 합병증은 발열, 통증 및 오심-구토의 복합적 증세인 색전후증후군(postembolization syndrome, PES)이며, 비가역적 간부전, 간경색, 간농양, 담도 손상 등의 심각한 간관련 합병증들이 발생할 수 있고, 패혈증, 폐지방색전, 담낭염, 담낭경색, 위장관 합병증 등도 발생할 수 있다. 합병증의 빈도와 중증도는 종양 크기, 간기능, 문맥침범 여부 및 치료범위와 화학색전물질의 용량 등에 좌우된다. 대규모 계통적 고찰연구에 의하면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발열(57.8%)이었으며, 다음으로는 혈청간효소 상승(52.0%), 색전후증후군(47.7%), 복통(42.5%), 피로감(39.9%), 식욕부진(38%), 구토(34.2%), 오심(32.4%), 혈액학적/골수 독성(28.6%) 등의 순이었고, 간부전은 1.0%의 환자에서만 발생하여 새로 발견된 안전성 문제는 없다고 하였다. 최근 시술 전후 dexamethasone 혹은 parecoxib와 같은 항염증성 약물을 투여하면 색전후증후 군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다는 무작위 대조연구들이 발표되어 임상적용을 고려할 수 있으나 기저 바이러스 간염이나 당뇨병 악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cTACE는 간기능과 수행능력이 유지되어 있고 혈관침범이 없는 결절성 간세포암 종에서 최상의 효과와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다. 무작위 대조연구의 대상에서 제외된 수행능력 저하, 주문맥 혈관침범, Child-Pugh 등급 C, 간외전이 등 나쁜 예후 인자를 가진 환자군에서 cTACE의 생존율 향상 효과와 적응증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무작위 대조연구가 필요하다.
약물방출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화학색전술
종양혈관의 색전을 유발하고 고용량 항암제(doxorubicin)를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는 미세구 (microsphere)를 약물방출미세구(drug eluting bead)라고 한다. 항암제를 담은 약물방출미세구로 종양의 영양동맥을 색전하면 종양 허혈이 유발되고, 종양혈관에 걸린 미세구에서 고농도의 항암제가 서서히 방출되어 종양 내 항암제 농도는 높아지며 전신 혈장의 항암제 농도는 오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약물방출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화학색전술(DEB-TACE)와 cTACE를 비교한 전향적 무작위 대조연구들에서는 종양반응, 재발기간, 및 생존기간 등에 있어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까지 발표된 4개의 무작위 대조연구와 8개의 관찰연구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 서도 1년, 2년, 3년 생존율, 종양반응률 및 부작용에서 DEB-TACE와 cTACE 사이의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DEB-TACE가 시술 후 통증이 덜하고 빈도도 적었으며, 입원 기간도 1일 정도 짧았다. DEB-TACE의 5년 생존율은 38.3% 및 22.5%로 보고되었다.
국내 환자 152명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다기관 등록 연구에서는 1개월 추적검사에서 완전 관해 및 객관적 반응률이 40.1% 및 91.4%, 6개월 추적검사에서는 43.0% 및 55.4%를 보였다. 간 농양과 합병증에 의한 사망 증례는 없었다. 종양 크기에 따른 분석에서 2 cm 이하의 종양이 2-5 cm 크기의 종양에 비해 객관적 반응률이 낮은 경향을 보여 종양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DEB-TACE의 치료 효과가 cTACE에 비해 낮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DEB-TACE는 cTACE와 비교하여 장기 생존율은 동등하며, 색전후증후군이 적고 입원 기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으나, 비용-효과 측면과 작은 크기의 간세포암종에서 종양반응 이 떨어지는 경향을 고려하여 적절한 적응증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Yttrium-90(90Y) 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방사선색전술
경동맥방사선색전술(transarterial radioembolization; TARE)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는 미세구(microsphere)를 간동맥으로 주입하여 체내 방사선 조사를 통해 종양을 치료하는 방사선요법의 일종이다. 방사성동위원소로는 Yttrium-90 (90Y)가 가장 흔히 사용되는데, 90Y는 순수한 고에너지의 베타선(β ray)을 방출하고 반감기는 2.67일이며 투과력은 평균 2.5 mm(최대 11mm)이다. 90Y를 운반하는 미세구는 직경 20-60 μm 정도 크기의 레진 또는 유리 미세구를 사용한다. 주입된 미세구는 동맥의 색전효과는 최소화하면서 과혈관성 간세포암종에 높은 농도로 분포되어 방사선 조사에 의한 종양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치료 부위와 투여할 방사선량을 결정하고, 간 이외의 다른 장기로의 유출 위험과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99m Tc-MAA를 이용한 사전 핵의학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간-폐 단락(hepatopulmonary shunt)에 의한 폐선량이 중요하며, 치료당 폐선량이 30Gy, 누적 폐선량이 50Gy가 넘지 않도록 조절하여야 한다.
52명의 중등도 또는 진행성 간세포암종 환자에서 90Y 미세구를 이용한 TARE의 전향적 무대 조 2상 연구에서 객관적 종양반응률은 40.4%, 중앙생존기간은 15개월이었다. 국내의 다기관 전향적 연구에서는 BCLC 병기 B와 C 간세포암종 환자 40명의 3개월 객관적 종양반응률 이 57.5%이었고, 3년 생존율은 75%이었다. 하지만 최근 진행성 간세포암종을 대상으로 한 2 개의 3상 무작위 대조연구에서 소라페닙과 비교하여 종양반응률이 높고 부작용은 적었으나 1 차 목표인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하였다. 90Y TARE와 cTACE 혹은 DEB-TACE를 비교하는 소규모 무작위 대조연구 및 메타분석 결과는 연구마다 다르기는 하나 대체로 생존율, 생존기간 및 안전성은 두 치료 간에 큰 차이가 없고 종양진행까지의 시간(time to progression)은 90Y TARE가 더 긴 경향이 있었다.
90Y TARE 후 가장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은 일시적인 피로감인데, TACE에 비해 색전효과가 작아 색전후증후군도 적은 편이며 문맥침범의 경우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약 20%에서 빌리루빈의 상승이 있었고 1개월 사망률은 0-3%이었다. 간 이외의 장기로 주입되었을 때 방사성 폐렴이나 위장관 궤양 등 기존의 TACE보다 심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경험을 요한다.
결론적으로 90Y TARE는 현재까지의 무작위 대조연구에서 소라페닙이나 TACE와 같은 표준 치료에 비해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였으나, 색전후증후군을 최소화하면서 TACE에 비해 종양반응이나 종양진행까지의 시간 증가가 기대되므로 비용-효과 측면을 고려하여 TACE를 선별적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소라페닙과 TARE 병행치료에 대한 무작위 대조연구(NCT01556490)가 현재 진행 중이다.
[권고 사항]
1. 간절제, 간이식, 국소치료를 적용하기 어려운 간세포암종 중 수행상태가 양호하고 주혈관침범이나 간외전이가 없을 때 통상적 경동맥화학색전술(cTACE)이 추천된다 (A1).
2. cTACE는 항암효과를 극대화하고 간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선택적으로 종양의 영양동맥에 시행되어야 한다 (B1).
3. 간문맥침범이 있는 간세포암종 중 잔존 간기능이 좋고 종양이 간내 국소적인 경우 cTACE 단독(B2) 또는 cTACE와 체외 방사선치료의 병행치료(B1)를 시행할 수 있다.
4. 약물방출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화학색전술(DEB-TACE)은 cTACE와 비교하여 치료 효과는 유사하지만 색전후증후군이 적다 (B2).
5. 경동맥화학색전술 대상 환자들 중 간기능이 좋고 색전술후증후군의 경감이 필요한 경우 경동맥방사선색전술(TARE)을 대체 치료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 (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