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주풀이>가사 해설
지난 10월부터 11월 말까지는 은평문화예술회관 행사준비에 총력을 기울였기에 그 결과, 11월 30일 밤의 발표회는 우리 민요판소리반이 없이는 빛을 볼 수 없었던 행사로 끝났다고 보겠습니다.
이제 다시 평상으로 돌아와, 그 동안 중단했던 <성주풀이>해설의 마지막 부분인 <뜻풀이>를 끝으로 <성주풀이>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2018년 10월 4일부터 10월 15일까지 <기사모음>에 연재한 <성주풀이> 해설을 참조하시고 이어서 이번 풀이를 연결시켜 보시면 이야기가 잘 이어질 것입니다.
<성주풀이 가사>
▷ ①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②대활량으로 ③설설이 내리소서 에라 만수야 에라 대신이로구나 놀고 놀고 놀아 봅시다. 아니 놀지는 못허리라
▷ ④세월이 여류허여 돌아간 봄 다시 와 ⑤천증세월 인증수요 춘만건곤 만복래라
▷ 성주야 성주로다 성주 근본이 어디메냐 경상도 안동 땅이 ⑥제비원이 본향이라 제비원의 솔씨 받어 봄동산에 던졌더니 그 솔이 점점 자라 나서 밤이며는 이슬 맞고 낮이며는 볕을 쬐어 ⑦청장목 ⑧황장목 ⑨도리기둥이 다 되었구나
▷ ⑩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대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 번 가면 저기 저 모냥 될 것이로다
▷ ⑪이댁 성주는 와가성주 ⑫저댁 성주는 초가성주 ⑬한대간에 공대성주 ⑭초년성주 ⑮이년성주 ⑯스물일곱 삼년성주 ⑰서른일곱 사년성주 ⑱마지막성주는 쉬흔입곱이로다
▷ ⑲왕왕헌 왕왕헌 북소리는 ⑳태평연월을 자랑허고 둘이 부는 피리 소리 ㉑쌍봉황이 춤을 추고 ㉒소상반죽 젓대 소리 어깨춤이 절로 나누나
<뜻 풀이>
①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어떤 이의 설명에는 신라 때 안동 성주로 부임한 유만수라는 대신이 몽유병에 걸려서 무당을 데려다 굿을 했다는데, 그 첫머리에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라고 하는 것은 만수 대신을 부른 데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신(大臣) 유만수에 관한 사료(史料)가 없으므로, 이것은 하나의 전설일 뿐 실제 있었던 사실로 보기는 어렵다.
또 어떤 이는 조선초 미신타파에 공을 세운 공신 ‘만수’라는 인물이라고 하나, 이 또한 성주풀이의 맥락과는 무관하다고 본다.
또 어떤 이는 <에라 만수>에서 ‘에라’는 백제 때 임금님을 부르는 호칭 ‘어라하’의 변음(變音)이고, ‘만수(萬壽)’는 오래 삶을 바라는 뜻이므로 이를 풀이하면 ‘임금님이시여 오래 오래 사시옵소서’라는 뜻이라고 풀이하는데, 그 또한 제시한 사료가 없으므로 개인적인 해석이라고 본다.
따라서 ‘노래’라는 관점에서 보면, ‘에라’는 “노래하는 중에 흥겨움이나 즐거움을 나타내는 감탄사”로서, ‘에헤라’ 또는 ‘에루화’에 해당하는 말이다.
‘만수(萬壽)’는 장수(長壽)를 관장하는 만수신(萬壽神)이며, 대신(大神)은,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큰 신, 즉 성주신을 불러내는 소리라고 본다.
② 대활연
어떤 이의 해설에 따르면 무당굿에서 접신(接神), 즉 신을 받아들일 때 생 대나무 가지를 들고 있다가 신이 내리면 그 대나무가 바르르 떨면서 움직이는데, 그것이 대나무로 만든 활연이라서 대활연이라고 한다면서, ‘대활연으로 설설이 나리소서’라는 말은 “성주신이여 대나무 가지 끝으로 슬슬 내려오십시오”라는 뜻이라고 해설하고 있다. 그런데 무속에서 이 대나무를 ‘손대’라고 하는데 우리말에 ‘활연’이라는 말은 없다.
어떤 이는 ‘대활령’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크게 사람을 살리는 영, 즉 신령’이라는 뜻으로 대활령(大活靈)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는 무속에서 말하는 열두 대감 중 ‘한량대감’을 성주신으로 지칭한 대한량(大閑良)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쪽도 다 확실한 근거가 없기는 하나, 노래의 내용으로 봐서 대활령(大活靈)이 가사내용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본다.
③ 설설이 내리소서
‘설설이’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노래와 관련해서 보면 표준어인 ‘슬슬’의 사투리로서 “남이 모르게 슬그머니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즉 ‘살며시’의 뜻이 담겨 있다.
④ 세월이 여류(如流)허여 : “세월이 흐르는 것은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⑤ 천증세월(天增歲月) 인증수(人增壽)요 춘만건곤(春滿乾坤) 만복래(萬福來)라
천증세월(天增歲月) 인증수(人增壽)요 = “하늘은 세월을 늘이고 사람은 나이를 늘인다.” 즉 “세월은 저절로 흘러만 가고 인생은 저절로 나이만 먹어 늙어만 간다”
춘만건곤(春滿乾坤) 만복래(萬福來)라 = “봄기운이 하늘과 땅 온 천지에 가득하고, 만복(온갖 복)이 다 오도다.”
⑥ 제비원이 본향이라 : 안동시에서 서북쪽으로 6킬로미터쯤 떨어진 이천동에 있는 '연미사(燕尾寺)'라는 절 옆에 큰 미륵이 있는데 이 미륵의 오른쪽 어깨너머로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에서 솔씨가 온 나라에 퍼져 성주가 되었다는 전설 때문에 이곳이 성주신의 본향이라고 전해진다. (우리 카페 <소리천하>에서 <기사모음> 170번부터 175번에 이르기까지 <성주풀이>이야기를 연재했는데, 2018년 10월 15일자에 게재한 175번 ‘제비원’ 이야기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⑦ 청장목(靑腸木) : '장목(長木)'은 건축재로 쓰이는 굵고 긴 나무를 통틀어 일컫는 말인데, 푸른 장목은 말리기 전의 것, 즉 생목재.
⑧ 황장목(黃腸木) : 장목을 말려 속이 노란색을 띔.
⑨ 도리기둥 : ‘도리’는 서까래를 걸려고 기둥과 기둥 위에 돌려 얹는 나무
⑩ 낙양성 십리허(洛陽城 十里許) : 중국의 후난성(河南城) 북쪽에 있는 옛 도읍지. ‘허(許)’는 ‘...쯤’ 또는 ‘...쯤 되는 곳에’라는 뜻이므로 ‘낙양성 십리허에’는 “낙양성에서 십리쯤 되는 곳에”라는 뜻
⑪ 이댁(宅) 성주는 와가(瓦家)성주 : 이 집은 기와집이므로 기와집을 관장하는 성주가 있고
⑫ 저댁(宅) 성주는 초가(草家)성주 : 이 집은 초가집이므로 초가집을 관장하는 성주가 있고
⑬ 한뎃간에 공대(空垈)성주 : ‘한 뎃간’은 “사방과 하늘을 지붕이나 벽 따위로 가리지 않은 자리”, 즉 “공터”이고, ‘공대(空垈)’ 성주는 “집을 지을 수 있는 빈터를 관장하는 성주”가 있다.
⑭ 초년(初年)성주 : 새집을 짓거나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한 경우 성주굿을 하는데 성주굿은 집의 대표자(가능한 한 남자) 나이의 끝 수가 일곱(7) 살일 때 해야 하므로, 남자대표자 나이가 일곱(7) 살인 경우에 초년 성주라 부른다.
⑮ 이년성주 : 집의 대표자 나이가 열일곱(17) 살이면 2년 성주
⑯ 스물일곱 삼년성주 : 집의 대표자 나이가 스물일곱(27) 살이면 3년 성주
⑰ 서른일곱 사년성주 : 집의 대표자 나이가 서른일곱(37) 살이면 4년 성주
⑱ 마지막성주는 쉬흔입곱이로다 : 집의 대표자 나이가 쉰일곱(57) 살이면 6년 성주로 이를 환갑(還甲)성주라고도 부른다.
⑲ 왕왕헌 왕왕헌 북소리는 : ‘왕왕’은 “귀청이 멍하게 울릴 정도로 몹시 크고 시끄럽게 내는 소리나 말”. 따라서 “귀청이 떨어지게 울리는 북소리”
⑳ 태평연월(太平烟月) : 나라가 안정되어 아무 걱정없이 편안하고 즐거운 세월
㉑ 쌍봉황(雙鳳凰) : 봉황 암수 두 마리
㉒ 소상반죽[瀟湘斑竹] : 샤오샹 지방에서 나는, 아롱무늬가 있는 대나무로 만든 젓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