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혈 대축일 강론>(6.11.일)
*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직전,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성체성사를 제정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미사 때마다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죄 많은 인간이지만, 주님의 몸을 모시면서 그분의 충실한 자녀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작년 8/5(금) 부임 이후, 10개월이 지난 현재, 우리 본당에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성당 곳곳이 아름다워졌고, 주일미사 참석자는 약 90명, 주일헌금은 약 40만원, 레지오 단원은 30명이나 늘었습니다. 외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실속을 단단히 다지고 있고, 교우들과 본당 곳곳의 변모를 통해 성체성사의 신비를 가늠해 봅니다.
그동안 저도 충실히 살아왔지만, 하느님과 여러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박수!)
저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저도 여러분과 친교와 사랑을 잘 주고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이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를 앞으로도 잘 유지해나가면서, 냉담자 회두와 전교에 온 힘과 온 열정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2. 2023-2024년 친교의 해를 어떻게 하면 본당에서 잘 보낼 수 있을지 여러 가지로 연구하면서 꾸준히 실행해왔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국내 성지순례인데, 작년 11월부터 매월 둘째 화요일에 국내 성지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그 목적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있는 성지, 순교 사적지, 순례지를 돌아봄으로써 순교 선조들의 신앙을 본받아 신앙생활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성지 52곳, 순교 사적지 69곳, 순례지 46곳을 합치면 총 167곳입니다. 이렇게 많은 곳을 혼자나 몇몇이 운전해서 다니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고,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버스를 활용해서 한결 수월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매월 한 번씩167곳을 다니려면 3년은 걸려야 하기 때문에, 2025년 봄이 되어서야 마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교구에서 친교의 해 사목 프로그램을 5월 한 달간 공모했는데, 하느님과의 친교, 이웃과의 친교, 피조물과의 친교에 큰 도움이 되는 국내 성지순례 내용을 자세히 정리해서 공모했습니다.
3. 인천교구 제2대 교구장이신 최기산 주교님은 2015년 10월 16일, ‘성체성지 선포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사목서한을 발표하고, 그해 11월 1일 김포 옛 성당을 성체성지로 선포하셨습니다. 지난 5/9(화) 성지순례 때 그 성지에 갔습니다. 성당에 들어가보니, 몇몇 교우들이 성체조배를 하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당 안쪽 벽에 보니, 이태리 란치아노 성당에서 일어났던 성체성혈 기적에 대해 자세히 적어놓아서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폭설이 내렸던 2018년 2월에 가본 성당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란치아노 성체성혈기적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란치아노는 아드리아해에 자리잡은, 중세풍의 작은 마을입니다. ‘란치아노’라는 단어에서 ‘란치아’(Lancia)의 뜻은 ‘창’(The lance)입니다.
란치아노 이름 유래에 따르면, ‘롱기누스’라는 백인대장이 예수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렀는데, 거기에서 흘러내린 물과 피가 그의 얼굴에 떨어졌습니다.(마르 15,29 참조) 예수님의 심장에 구멍이 뚫리자 태양이 어두워지고, 지진이 일어난 것을 본 그는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한 가지 기적이 더 일어났습니다. 그는 시력이 아주 좋지 않았는데, 예수님 옆구리에서 나온 물과 피가 그의 눈에 들어간 후 시력이 회복되었고, 군대를 떠나 카파도키아로 가서 순교했습니다. ‘성 롱기누스’로 알려진 그의 축일은 3월 15일입니다.
성체기적 성당은 란치아노 마을 중심에 있습니다. AD 700년경, 그 성당에는 바실리오회 수사신부가 있었는데, 세상일은 잘 해결했지만, 신앙적으로는 아주 약했습니다. 그는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믿기 위해 애썼지만, 마음이 자주 산란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이 강해졌습니다. 그 당시 상황도 도움되지 않았습니다. 이단들이 여기저기서 교회를 흔들고 있었고, 신앙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었던 그의 주된 의심은 ‘성체 안에 예수님이 계실까?"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 미사 때 의심이 더 강해져 아주 괴로워하던 그는 두 손으로 축성한 빵과 포도주를 바라보며, 사시나무 떨듯 떨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거룩하신 하느님은 내 의심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 두 눈으로 당신을 보여주시기 위해 이 귀중한 시간에 당신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우리는 운 좋게 이것을 목격했습니다. 형제들이여, 보십시오. 우리 하느님이 우리에게 아주 가까이 오심에 놀라워합시다. 우리의 가장 사랑스러운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바라봅시다.”(그가 쪼갠 성체에서 피가 흘러 제대를 적셨습니다.)
그 제병과 포도주는 성체성혈로 변화된 이후,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데, 1574년에 아주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응고된 혈액이 5개 알갱이로 다른 크기와 모양이었지만 어떻게 결합시켜도 무게가 같았습니다.(1=2, 3=5) 그로부터 약 200년 후인 1970년에 있었던 성체 연구의 중요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1) 살과 피는 가공되지 않은 것이다. 2) 살과 피는 사람의 것이다.
3) 살과 피는 같은 혈액형을 갖고 있다.(AB형)
4) 어떠한 화학적 보존 없이 1,200년간 자연스러운 상태로 있었다.
1978년 미국 NASA 과학자들이 토리노에 있는 '예수님의 수의'에 대해 조사했는데, 그 수의는 진짜이고, 수의에 묻어있는 피도 AB형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교회사 안에 일어난 성체기적이 아주 많지만, 교회가 처음으로 인정한 성체기적은 란치아노 성체기적입니다. 당신 몸과 피를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예수님의 몸을 모시면서, 그분과 늘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