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들 바쁘시군요
자주 들리지 못하는 사이에 세상이 바삐 돌아가고 있군요.
숨차게 수고하시는 틈에 간접 여행이라도 하시라고...
베트남 기행문 올립니다
2004년 9월 29일 추석 다음날 부터 10월 3일 까지 베트남 하노이 땅곱, 하롱베이를 둘러 보았다.
일행, 12명 15년 을 사귀어 온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 공항에 도착하여 3.4킬로미터 되는 당룽교 다리를 건너 약 40분 이동, 호수경치가 너무 아름다운 탕로이 호텔에 닿은 시각은 밤 11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9월 30일 새벽 5시의 서호 풍경은 너무나 찬란했다.
**서호의 아침
핸드폰의 닭 우는 소리 꼬끼오 잠을 깨다
안개 자욱한 서호의 신새벽에
물옥잠 보라색 꽃이 흐드러지게 떠 다닌다
해뜨자 아침을 낚는 베트남의 어부 모습
아득한 남쪽 나라 나그네의 상념 가득
우리네 매일의 삶도 늘 새롭게 살아가길...
간밤 꿈속처럼 반짝이던 불빛들은
물속에 갈아앉아 고히 숨을 죽이더니
흐르는 서호 물속으로 부평초로 사라졌나
몇겹의 철저한 경비망을 뜷고 호치민 묘소로 참배를 갔다.
미이라로 만들어, 높은 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다.
부질없는 인간의 육신 죽은 고기덩어리일 뿐인 살아서 대단하던 이 인물은 죽어서 한 줌 재로 남게 되길 희망했었단다.
한 세군데다가 작은 비석이나 세워 자기의 뜻이나 기리게 해 달라고...
그러나 후계자들의 정치목적을 위하여 이렇게 산듯이 엷은 불빛 속에 눕혀 젊은 병사들이 지키는 가운데 세계사람들이 줄을 서서 이 묘소를 참배하게 만들었다.
혹시라도 이 영웅의 시체가 상할까봐 일주일에 두번은 묘소를 닫고, 일년중 10월은 보수를 위해 문을 열지 않는단다.
9월 30일, 한달 보수 기간이 시작 되기 직전이라, 줄은 더욱 길게 늘어섰고, 더위는 정말 심한 날이었다.
카메라도 가방도 모두 두고 빈 몸으로 묘소를 참배해야 한다.
삼엄한 경계속에 몸조사를 여러번 받으며..
베트남의 먼 시골에서 온 착한 백성들은 셔츠 깃이 달았어도 깨끗이 빨아 입고 차멀미 약을 귀 위에다 허옇게 붙이고 근엄한 표정으로 줄을 섰는데 물병을 들고 가려다가 그것마저 빼앗긴 더운 나그네들은 기다리기가 지루하고 짜증스럽다.
허리춤에 찬 물병하나를 숨겨가서 물을 나누어 마시는데 베트남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갑다.
호치민, 그 대단한 인물, 그가 쓰던 방, 가구들
묘소 밖에는"호치민 주석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에 살아있다"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 만세"
라는 붉은 글씨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하노이 시가지는 온통 10월 8일 부터 열리는 아셈(아시아 우럽 미팅)회의 준비로 연일 복잡하다.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한대나?
하노이에서 닌빙 땀곱까지는 버스로 2시간 30분이 걸린단다
산판이란 작은 양철배를 두명이 타고 두 명이 노를 저어 두 시간 가량의 긴 물길을 간다.
우리는 모녀가 젓는 배를 탔는데 25살 짜리 딸은 임신을 했다고 자기 아이를 위해 수놓은 식탁보를 자꾸만 두개나 사 달라고 떼를 쓴다.
음료수와 과일을 파는 아가씨가 발로 노를 저으며 빠르게 혼자 간다. 물건을 보급하기 위해서란다
석회암 지질대의 낙타등처럼 생긴 산들이 올망졸망 붙어 꼭 중국의 계림과 같은 산모양이다.
가이드 노재홍씨의 설명이 의하면 계림, 땅곱, 하롱베이의 삼천 섬들이 같은 지질대에 걸쳐 있어서 그 산모양이 비슷하고 분위기도 같게 느낄 수 있을 거라 한다
오리들이 헤엄치며 떠 다니고, 물가엔 너절한 빨래가 휘날리고 새우잡는 그물이 군데 군데 쳐져 있는곳.
아열대 몬순의 가을, 땀곱의 수상동굴 위로 두어시간,경이로운 경치를 보며 즐겼다
**웅장한 수상 동굴 땀곱(tom coc)
세 동굴 항카, 항하이, 항바로 들어간다
석회암 자연이 만든 조각품을 둘러 보며
긴 물길 신이 지은 세계 아름다운 풍경 감상
하늘로 이르는 길 급경사 돌산 정기
순수한 자연 사이로 헤엄치는 오리 떼들
흐르는 자연의 시간 앞에 사람 또한 자연이다
2004년 10월 1일
**하롱베이 항루온의 바다, 그 배위에서
영원 속으로 들어왔다.
언제나 가슴 속에 담아 두고픈 바다.
고요의 바다, 항루온의 10월 1일 11시
일렁임 하나 없는 잔잔한 호수
사방은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 섰다
바다속, 또 그 동굴을 지나 고요히 들어앉은 영원의 자리
희귀 식물들이 먼 옛날부터
새와 물고기와 더불어 살아가던 곳
중세의 극장처럼 공명이 좋다.
산타루치아, 산타루치아, 먼 산타루치아,
미움이나 고통, 힘든 것 다 떨어버리고
자연과 함께 고요히 함묵하는 영원의 바다
이 별유천지의 세계에서
12명 나그네의 기도 속으로
새소리가 향기롭게 날아든다.
"비비쫑 비비쫑"
갑자기 "풍덩" 소리가 난다
파월장병 남채희씨가 물로 뛰어든다
"풍덩"
천석성도 따라 물에 잠긴다.
"아! 짜다, 짜!"
아무렴, 호수가 아니라 바다인 것을...
여기선 사람도 자연이다.
팬티바람으로 가리지도 않고
물로 뛰어든 두 남자의 순수가 돋보이는 순간
그 영원의 순수한 순간 속에
우리도 유원인이 되어
동굴을 빠져 나간다.
하롱베이 항루온 그 영원속의 동굴에서...
다금바리회 12킬로가 싱싱하게 기다리던
아! 바다여! 바다의 호수여!
**항 승솟(hang sung sot) 놀라운 동굴에서
하데스(지하세계를 관장하는 그리스의 신)의 세계엔
돌이 되어 굳어 버린 신화가 산다
항승솟 동굴에선
억겁 세월, 그 비밀의 자리에서
아릿다운 펠로소포네(하데스가 사랑하여 납치해갔던 곡식의 신 데메테르의 딸)가 하데스의 품에 안겨 있다
어미를 그리다 흘린 눈물도 석순이 되어 흐른다.
돌은 어쩌면 이도령도 춘향이도 되고,
달마대사도, 실크로드 요원을 걷는 손오공으로도 보인다.
성모 마리아 기도하며 서 있기도 하고
예수님이 빛을 등지고 사람들을 내려다 보기도 한다.
꿈을 꾸듯 아득한 하늘로 가는 길이 열리고
가는 빛 사이로 여린 풀이 생명을 내리고 자라는 곳.
일렁이는 물 위로
환상의 불빛이 잔잔한 그림자를 드리우는구나
우리들이 사는 일이 이렇듯
꿈을 꾸는 일 아니던가
슬프면 슬픈대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우리가 꿈을 꾸는 한
우리의 매일은 천당이라 하자
놀라운 가슴으로
절벽에 걸터앉은 병사의 바위 아래 다리를 쉬면
예쁜 아가씨 둘, 동굴 밖에서 진주를 팔고 있다.
삶이란 무상한 싸움이었다
환상의 끝은 늘 현실이 도사리고 앉아
오욕과 칠정의 흔들림으로 잦아든다
놀라운 동굴을 내려오는 계단
정오를 넘긴 햇살이 점점이
하롱베이 3천 섬이 잠긴 바다에서
흔들리며 흐르는 그곳
반짝이며 반짝이며 사는 지금이 천당,
살아가는 이곳이 천당
소근대며 가슴에 안긴다.
**라오딧돔에서
호치민이 프랑스 유학 시절에 친했던 러시아의 우주 과학자 러시아 친구를 데리고 이 섬에 왔는데 그가 너무 좋아했다 해서 섬 이름을 라오딧돔이란 친구 이름을 붙였단다
그 때가 1962년 1월 22일
우리는 그 섬에서 두어시간을 즐겼다.
전망대가 있어 하롱베이에 뜬 섬을 바라볼 수 있는 곳
해수욕장에는 각국의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우리도 물 속에 들어가 물놀이를 했고 몇몇은 노오란 보트를 빌려 바다로 나아갔다.
하롱베이,
사람을 구하느라 용이 던진 3천 보석 조각은 섬이 되어 지금 아름다운 경치로 유네스코 자연 유산이 되어 지구촌의 공원으로 우리 가슴에 안겨 있다.
7시간도 더 넘게 떠 있었던 하롱베이의 바다는 환상적인 유토피아 바로 그것이었다.
릭샤를 타고 바닷가를 달렸던 아름다운 순간.
10분 간격으로 건너편 바다를 건너오던 오트바이의 행렬 행렬들....
이제 곧 바다 위에 다리가 놓여지리라. 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픔을 참고 전신 마사지를 하던 곳.
커다란 고목 나무 아래 펼쳐진 새벽 시장.
9개에 1달러짜리 석류알, 나무에서 잘 익은 홍시감.
김이 나는 금방 잡은 돼지 살코기 파는 아낙네들의 순수한 눈매는 베트남 사람들의 숨결이었다.
선물 가게를 돌며 3배나 바가지를 쓰고도 즐거운 추억만 남았던 곳,
아! 잊지 못할 하롱베이. 그 낭만적인 풍광이여!
다시 호치민 시가지.
하마비가 세워진 문묘엔 공자와 아성 맹자, 증자,, 자사자, 안자가 모셔지고,
아셈 회의를 위해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온 시골 영문과 대학생들이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이 나라도 중국 문화의 영향권 안에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곳 언어 중 명사의 대부분은 중국발음에 유래한다.
그들이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컵받침 등에는 목숨 수자(壽),복복자(福)등이 새겨져 있기도 했다.
중심 도로인 끼바 거리에는 대우 호텔도 있고 대하빌딩엔 한국 상사랑, 한국 대사관도 들어 있단다.
대우가 지은 아파트는 외국인이나 고위층이나 살 수 있는 고급 아파트이고 베트남 코리아라는 건물은 삼성이 지어 삼성에서 쓰고 있다 한다.
54개 소수민족들로 이루어진 베트남의 민속 박물관에는 한국관이 넓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한국에서 보다 더 한국적인 것을 상영하고 있었지만 머무르고 있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한바꾸를 돌고 물위에 비친 그림자가 은은한 통나무를 찍어 계단을 만든 집 아래 그늘에 놓이 벤치에서 바라본 무덤 가에 조각된 원색적인 의미의 목조각
나서 아이를 키우고, 사랑하고, 더러 바람도 피웠다가 늙고 병들고 드디어 죽어 무덤에 묻히는 사람의 이대기를 조각을 만들어 무덤가에 세워 두었다.
인간사가 다 그리도 무상한 것을, 죽으면 그만인 목숨을 두고 우리의 매일은 얼마나 아웅다웅이었던가?
네 귀퉁이에 고민하며 서 있는 입상들의 표정에서 사람들의 고통을 읽는다.
천정을 보수하러 올라간 베트남 목수가 나무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한탄을 한다.
아마도 다 부질 없는 일이라고... 이런 일은 무슨 소용이냐고 푸념을 하는 듯 하다.
그들의 전통 가옥, 그들의 먹거리, 그들의 풍습들을 보며 박물관 판매점에서 실크 목도리 하나를 사서 그곳을 빠져 나왔다.
사랑하는 이웃들, 15년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고 고민을 나누고 했던 삶의 동반자들은 이젠 내 살 같이 살갑다.
아들이 있는 미국에 가야하는 우리를 위해 잠깐 못보는 기간동안 여행이라도 함께 가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갑자기 가게 된 여행길, 생각지도 않게 너무나 알차고 값진 여행이었다.
노재홍 그 깐소네를 잘 부른, 이백 시를 좋아해서 줄줄 외우던 유식한 우리의 가이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아! 그 감칠맛 나는 12킬로그램짜리 다금바리 회는 또 어떻고.
수 년을 울궈 먹어도 또 나올 것 같은 영원의 호수 속에 첨벙 수영했던 두 남자의 벗은 몸매를...
첫댓글소리울님 덕분에 ..가끔 하는 여행이 참으로 즐겁답니다..터키 기행문을 읽을때는 여행 갔다온 날짜 만큼이나 길게 읽으며 여행을 했답니다..지명도 외우고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것도 되 짚어 보구...여기선 월남 전쟁으로 가깝고도 멀었던 이웃을 또 한번 느껴보게 되는군요..정말 감사합니다...^^
첫댓글 소리울님 덕분에 ..가끔 하는 여행이 참으로 즐겁답니다..터키 기행문을 읽을때는 여행 갔다온 날짜 만큼이나 길게 읽으며 여행을 했답니다..지명도 외우고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것도 되 짚어 보구...여기선 월남 전쟁으로 가깝고도 멀었던 이웃을 또 한번 느껴보게 되는군요..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