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루존해협에서 수차례 초계임무를 수행한 끝에 COMSUBPAC은 홍콩과 하이난섬 사이의 중국해안에서 통상파괴작전을 수행하라 명령하였습니다.
수심이 아주 얕은 천해였습니다. 내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명령이니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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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아무것도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절 놔주지 않았습니다.
레이더로 미상선박들을 감지했습니다. 좌현 45도, 거리 22000m.
10분뒤 재감지 했습니다. 좌현 42도, 거리 18000m.
견시들이 군함을 육안으로 포착했습니다.
그런데 군함이 탐조등을 이용해 모스부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벌써 발각당한거 같습니다. 일본해군 구축함들도 이젠 레이더를 장착하여 저의 위치를 미리 감지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시작한 듯 합니다.
긴급히 잠망경 심도로 내려갔습니다.
아직은 공격이 불가능한 거리였습니다. 빨리 매복위치까지 기동해내야 했습니다.
일단 모스부호를 보내던 군함의 정체는 구축함이었습니다.
매복지점까지 기동하면서 발각당한 위치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나기 위해 전속전진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구축함의 선제대응이 너무 빨랐습니다.
일단 디코이를 이용해 떨쳐내려 시도했습니다.
아래 화면상의 하늘색 표시는 패시브 소나로 감지한 미상상선의 방위입니다.
하지만 역시 수심이 너무 얕았고 일본해군의 대잠역량도 디코이 한발에 기만당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게임시간으로나 현실시간으로나 2시간동안 액티브 소나 핑을 들어야 했습니다.
첫번째로 폭뢰공격을 당했습니다! 위치도 매우 가까웠고 수심도 아직 잠망경 심도였습니다.
일단 후방 어뢰실 격벽이 손상되어 약간의 침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피해가 매우 경미했습니다. 왜냐하면 압력선체는 아직 멀쩡했으니까요.
마치 상어마냥 적 구축함은 저의 주위를 빙글빙글돌면서 저를 가두는 동시에 정확한 위치를 특정지으려 했습니다.
일단 자함의 상태를 체크해보니 배터리가 만충상태였기 때문에, 차라리 모터를 최대출력으로 돌리며 디코이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여 적을 기만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또한 어차피 모터를 최대출력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에 패시브 소나에도 감지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수심도 다시한번 측정했습니다. 불행히도 측정결과는 45m 정도였습니다.
수온약층 아래로 내려가 액티브 소나를 회피하는 전술은 불가능 했습니다. 액티브 소나에 계속 탐지당하면서도 구축함을 따돌려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구축함이 잠시나마 디코이에 기만당하여 엉뚱한 곳을 공격했습니다. 안심했습니다.
저는 기존의 초계계획을 바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장 수심이 깊은 곳으로 도망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구축함이 이내 저의 위치를 탐지해냈습니다. 아마 패시브 소나로 디코이와 저의 실제 방위를 동시에 감지했을겁니다.
일단 아까 보셨다시피 디코이의 위치에 폭뢰공격을 가했는데, 액티브 소나로 아무것도 안잡혔을 겁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저의 실제 방위로 추격해왔을 겁니다.
그 당시에는 생각못했지만, 1/3속도로 감속했다면 무난히 이탈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지금 글을 쓰면서 드네요.
스샷은 없지만 또다시 공격당했습니다.
이번에도 후방 어뢰관 3개를 제외하면 피해는 없었습니다. 발라오급이라 그런지 압력선체가 잘 버텨줬습니다.
부랴부랴 수심 30미터까지 내려가고자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2분만에 또다시 폭뢰공격 당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행운은 끝났고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선내 곳곳이 망가졌고, 압력선체마저 031만큼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이제 또다시 공격당하면 아예 끝장입니다!
심지어 선체도 침수로 인해서 심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착저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든 데미지 컨트롤 해내야 했습니다.
일단 격벽(Bulkhead)들부터 고쳐서 침수는 막았습니다. 아직은 물을 더 빼내야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행운은 있었습니다. 2개의 배터리실 중에서 전방 배터리실이 멀쩡하여서 전력을 61%까지 보전하였습니다.
메인펌프도 고쳤고 침수된 물도 모두 배수해냈습니다.
그래서 착저되었던 선체를 30m까지 부상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적 구축함이 여전히 액티브 소나 핑을 계속 쐈습니다.
일단 저는 상황을 살폈습니다. 제게 주어진 가장 큰 이점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2%만 차오른 점이었습니다(정확히는 상대적인 값입니다. 100%가 되면 사망판정).
이산화탄소 농도에 충분히 여유가 있으므로 저는 죽은 척을 했습니다.
액티브 소나는 자함의 선체가 얼마나 가까운지 감지할 수 있지만, 자함이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패시브 소나는 절대침묵태세(Rig for Silent Running)을 발령하고 전기모터를 가동하지 않는다면, 자함과 승조원들이 이미 죽어서 가만히 있는걸로 기만할 수 있을거 같았습니다.
내가 겁먹고 올라오냐, 니가 끝까지 버티느냐. 심리전이었습니다.
게임시간으로도 2시간, 현실에서도 시간가속을 넣지 못해 2시간정도 버텼습니다.
'에라이 어차피 난 안나온다. 니가 폭뢰를 떨궈서 날 끌어내라. 나는 옆에서 누워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나 보련다'라고 마음먹고 기다렸습니다.
한참 그렇게 기다리다가 소나를 조작하는 음탐사에게 가장 가까운 위치의 접촉을 보고하라고 하였고, 음탐사는 Long Range(약 10000m 이상)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직접 들어본 결과 적 구축함의 추진소음이 희미했습니다.
결국 적 구축함은 콘보이 본대와 합류하러 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승조원들도 부상자가 속출하였으나 중상이나 사망한 인원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될 것입니다.
한참있다가 구축함과의 접촉이 완전히 끊긴 뒤에 물 위로 나왔습니다.
내일 낮을 위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DECK WATCH(함교탑 부위)를 고쳐야 했습니다.
이 부분은 물 위로 나와야 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고쳐야 했습니다. 승조원들이 밤을 세워서 수리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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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걸사네!
저도 이제 연재끝인줄 알았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