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 중동서는 뼈·상아·은으로 만들어… 서울대는 바늘 없는 주사기 개발
주사기
코로나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요.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와 함께 독감도 예방할 수 있는데, 마스크를 벗자 독감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진 거예요. 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예방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요. 주사는 피부 아래에 직접 약물을 넣는 방식이기 때문에 먹는 약보다 훨씬 빠르게 효과가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어요. 주사기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주사기는 현대에 생긴 발명품이지만, 고대에도 원초적인 형태의 주사기가 있었어요. 기원후 1세기쯤 로마 의사였던 아우렐리우스 코넬리우스 켈수스는 피스톤 주사기 형태의 도구로 합병증을 치료했다는 기록을 남겼어요. 9세기 중동 지역에서는 뼈·상아·은 등으로 만든 주사기를 사용했다고 해요. 이 주사기는 대체로 요도(오줌을 방광에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관) 주사나 관장(항문으로 약물을 넣는 것)용으로 사용됐습니다. 이 밖에 새의 깃털을 잘라서 깃대 안 빈 공간을 이용해 약물을 주입하려는 실험 등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 시기의 주사기는 대부분 요도나 항문 등 인체에 있는 구멍을 통해 약물을 넣거나, 피부를 째고 그 상처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었어요.
피부를 째지 않고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지금 같은 모양의 주사기는 19세기쯤 등장해요. 아일랜드 의사인 프랜시스 린드(1801~1861)가 1844년 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해 속이 빈 바늘로 약물을 신체에 주입했어요. 1853년 프랑스의 외과의사인 샤를 가브리엘 프라바츠와 스코틀랜드의 의사인 알렉산더 우드는 바늘에 실린더를 연결한 주사기를 발명했는데, 현대적인 주사기의 시초가 됐어요. 이 주사기를 통해 주사하는 약물의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됐어요.
주사기는 약물을 몸 안에 직접 넣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사기와 주삿바늘이 오염됐을 경우 병원균도 몸 안으로 바로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고온의 살균 소독이 가능한 유리로 주사기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러다 1956년 뉴질랜드의 약학자 콜린 머독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주사기를 개발했어요. 주사기 재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염 문제를 해결했죠. 지금은 모든 주사기는 한 번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주사기는 점점 발전하고 있어요. 링거 주사처럼 사람이 직접 하지 않아도 기계 장치가 자동으로 약물의 양을 조절하는 방식이 개발됐죠. 최근에는 바늘을 사용하지 않는 주사기도 등장했어요. 2011년 서울대 여재익 교수 연구팀은 강한 압력으로 약물을 쏴서 바늘 없이도 피부 안에 약물을 넣는 주사기를 개발했어요. 주사 속도가 워낙 빨라 통증을 느낄 새도 없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