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석일지(2023년 5월 12일, 금요일, 맑음 / 24638일째)
열 살이 된 산딸나무가 꽃을 피다
1996년 영국 셀리옥 공원에서 산딸나무를 처음 보았다. 달빛에 반사하는 산딸나무 꽃은 부는 바람에 구름처럼 공중을 떠다는 것 같았다. 나도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면 정원에 이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4년 5월에 섬진강 상류를 지나고 있을 때 숲 속에 산딸나무들이 여기저기서 하얗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알고 보니 우리 산에 자생하는 나무였다.
봄꽃들이 지고 여름 꽃 들이 피어 나기 전 가지마다 흰 꽃이 피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를 맺는 나무가 산딸나무이다. 마치 사람이 흰 쌀밥을 먹고 붉은 피를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하다. 산딸 나무는 붉은 열매가 산 딸기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요즘 산행을 하거나 공원을 산책할때 온 몸이 십자형 하얀 꽃으로 빛나는 나무를 보고 이름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명으로는 개나무(dog wood)라 부르는데 개 몸에 붙은 찐드기를 산딸 나무 줄기 삶은 물로 퇴치해 준데서 유래 했다고 한다.
나는 2015년 귀촌하여 맨 먼저 3년생 산딸나무 묘목 10그루를 사서 병바위 숲에 심었다. 돌산이라서 그런지 세 나무는 죽고 나머지도 잘 자라지 않았다. 다음 해에 두 나무가 죽고 5그루가 살아 남았는데 이마저 잘 자라지 않았다. 2020년 반암마을 집을 수리하고 정원에 세 그루를 옮겨 심었는데 제법 자라더니 3년째 되는 올해 드디어 산딸나무 하얀 꽃을 보게 되었다.
기독교인들은 호랑가시 나무와 함께 산딸 나무도 성수로 여긴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산딸 나무로 만들었다는 소문 때문이다. 한 동안 교회 정원에 이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가짜뉴스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딸 나무는 부활절 지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십자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네 개의 꽃받침은 십자가를 이루고 중심의 꽃 다발은 못 자국을, 녹색띠는 면류관을 상징한다.
산딸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조각재, 악기재로 인기가 높다. 특히 목관악기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은 산딸나무가 아니면 만들지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