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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론 철학을 시작했던 프랜시스 베이컨은 과학적 판단에 장애가 되는 위험 요소를 '정신의 우상(偶像)'(이돌라-idola)이라는 비유를 통하여 표현하였습니다. 여기서 우상(偶像)이란 것은 환상(幻想)과 같은 것으로 마치 고르지 못한 면을 가진 거울과 같아 영혼의 빛을 왜곡시키고 거짓되며 편향된 사고를 가져오는 것을 말합니다.
종족(種族)우상
우선, '종족의 우상'은 모든 종족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의 감각기관이 사물의 척도인 것으로 착각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베이컨의 생각이지요. 감각을 무작정 신뢰하는 종족의 우상에 사로잡혀 행성의 궤도가 원형이라고 단순하게 믿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사물을 맞닥뜨렸을 때 인간의 지성은 그 사물이나 대상이 만들어 내는 두려움, 희망 등 여러 가지 감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굴(洞窟) 우상
두 번째, '동굴의 우상'이란 플라톤의 동굴과 비유한 비슷한 것입니다 .이 우상의 출발은 여러 개인들입니다. 여러 개인들은 모두 제각기 자신의 판단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읽은 책의 내용, 지적 취향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기에 저마다 자신의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동굴에서 빠져 나오는 것, 즉 주관적인 생각들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시장(市場)우상
세 번째, '시장의 우상'은 언어의 문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것입니다. 시장이란 교환과 소통을 의미하므로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 공통 언어란 일상생활에서는 유용한 것이지만 엄밀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는 철학자들조차도 이 우상의 덫에 걸리고 맙니다. 마치 그 언어에 해당하는 실재가 있다고 믿기 십상인 것입니다 . 예를 들어 '용'이라는 말은 어떠한 실재도 가리키지 않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귀신이나 도깨비 같은 말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가끔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개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베이컨의 생각입니다. 제1질료나 형상과 같은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은 이러한 시장의 우상에 해당하는 오류의 경향인 것입니다.
극장(劇場) 우상(偶像)
마지막으로 '극장의 우상'은 무엇인가... 극적인 것으로 장식된 것입니다 이를테면 철학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극적인 구성을 통하여 가공의 체계를 묘사한 철학 논문들은 이러한 극장의 우상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이러한 우상을 베이컨은 체계적 독단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럴듯한 연극이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갖추고 있어서 마치 실제의 상황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철학자들의 체계도 가공된 진실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것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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