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머리
여행이란 게 가는 장소가 어디건, 누구와 건,
일상에서 탈출의 기쁨이 첫째 기쁨이 아닐까 한다.
1박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아예 예정에조차 없던 아침가리골이란 여정이
메인님 전화 한통화에 그만 뿌리째 흔들려버렸다.
미운백합이랑 일정을 맞춰 차 한 대 뒤통수 붙잡아 뒤늦은 출발(오후 6시)을 하게 됐다.
가져가야할 반찬이며 뭘 챙겨야할지 미운백합과 통화를 하는데
“언니 목소리가 얼마나 들떠 있는지 알아?”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설레고 기쁨에 들떠 있었다.
오전부터 내리는 비는 경상도 말의 과장된 표현인 ‘억수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저걸 두고 억수처럼 퍼붓는 비라고 그러겠지.
왠지 그 내리는 비 때문에 심란한 맘 따로 여정 챙기는 마음 따로 제각각이긴 했지만
한켠으로는 “비 때문에 도저히 못가겠어” 라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챙기는 김에 카레라이스 준비를 해달라는 메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예정대로 가긴 가나보다....
때마춰 비도 멈추기도 했고 (그렇지만 복병이 남아 있었다)
가운데
함께 차를 타고 간 일행은 낮달님, 태수 미운백합 그리고 나,
카리브님의 새 차를 타고 늦은 저녁 시간을 국도를 달려달려
도착,
그 와중에도 카리브님의 장난기 발동
급브레이크와 급회전 솜씨로 가슴을 금즉케 했다는 것,
9시가 넘어서 도착한 쌍둥이민박에는
용인님, 메인, 타워팰리스,
군자동 이쁜앙마님을 위시한 고운 여인들 2사람 (자유사랑,천연)
평강,온달(달성) , 베라,디자인,강형,봄가을, 샤론이 이미 자리를 잡고 우릴 반겨주었다.(님자 생략)
늦은 저녁상 챙기느라 돼지고기며, 반찬이며 술을 챙겨다주는 디자인님 따스한 맘 씀씀이에 ,
그 순간 우리 친정엄마가 떠올랐다는 것 (나중 전화한번 드려야지..)...
사다리타기로 시작된 커플 정하기,
처음과는 달리 과연 누가 누구랑 연결이 될지 한 팀씩 정해질 때마다 익살과 왁자함이 넘쳐나서 분위기가
한층 업이 되어갔다.
처음 만나 서먹한 분위기도 차차 가셔지고,
가장 영~~~한 타워팰리스와 짝이 된 이쁜앙마님만이 그 다음날 끝까지 '새신랑, 꼬마신랑'을 외쳐대며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술자리도 무르익고 약간씩 취기어린 메인과 평강 베라의 공연을 시작으로 그 뜨거운 여름밤이 깊어가고
그 열기도 식힐겸 비가 다시 억수로! 내리기 시작했다.
큰 방 하나가 여인들 몫으로 제공되고 방갈로와 텐트 3개 부엌앞 모기장 쳐진 곳이
우리들의 숙소였고 제각각 어떻게든 잠들을 청했다.
복병처럼 숨어있던 비가 또다시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으며 그 와중에 잠을 잊은 사람들은
새벽까지 술과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고 한다.(카더라 통신에 의하자면..)
아침식사로 잡다한 재료를 넣고 끓인 된장국에, 준비해온 반찬들로
아침을 거른다는 사람들조차 한공기씩을 비워냈다.
입이 열여뎗인만큼 의견수렴이 어려울텐데도 역시 리더다운 리더쉽 발휘
디자인님의 안내로 차량으로 아침가리골 출발~!
아침가리골의 처음까지 그리고 기념사진 촬영 시간상 하산
내려오는 1차로의 좁은 길에 아침가리골로 오르는 등산객들의 갖가지 야유와 눈총을
엔간히도 받아가며 그 와중에도 재치와 입담의 대가인 낮달님의 “C~~BAㅣ" 응수로
미안한 맘도 잠시 잊고 배꼽을 잡았다.
언제고 아침가리골을 가볼까 싶어서 나선 길이었는데
정말 가장 아쉽긴 했다.
울창 빽빽한 숲길을 두고 오자니
서운한 맘 스스로 달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어쩌랴.. 계곡을 흐르는 물은 황토빛으로 구비 구비 넘실댔고 그 힘찬 물살은
계곡행에서 망자가 된 이들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아쉬움으로 쓰린 속을 달래주는 이번 여행의 백미가 기다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점심으로 닭죽을 끓이기 전까지 ( 우린 늘 식사 시간에 절대 잊지 말아야할 미운백합과
점심시간 당번으로 지목된 타워팰리스, 이쁜앙마의 수고가 있었음)
족구를 시작했다.
아~~!!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 멋지고 공기 청정한 산자락 걷기를 시간부족으로
두고 온 것도 억울한데 이 뙤약볕에 족구라니...
남3 여 3씩 조를 짜긴 했는데 이 편가르기는 불공평했다.
결국 3판도 채 가기 전에 이미 2승으로 압승하는 바람에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기존 여성회+낮달, 카리브, 태수 팀과 신입 군자동여성팀, + 봄가을, 타워,용인 (존칭생략)
팀을 가르자마자 시작된 봄가을님의 승부근성이 얼마나 기승을 부렸는지
이미 그 기세에 눌렸다는 것,
아직 닭죽이 멀었다는 식사준비팀의 말에 다시 남자들만의 족구가 시작됐다.
디자인 용인님, 달성님, 봄가을
카리브, 태수 ,낮달, 타워팰리스
1:1 접전 끝에 업치락뒤치락 11 스코어까지 갔는데 밥 먹고 해야한다고 우겨대는
달성님 몇 차례 뒤돌아서다말다 결국 주린 배로 경기를 끝까지 치루긴 했는데
그 광경을 뜨거운 줄도 모르고 땡볕에서 관전중 웃느라 시장기도 달아날 지경이었다.
이처럼 박장대소로 웃어본 일이 언제 있었을까나.
어린아이들이 30번을 웃어도 어른들은 하루 6번 웃기가 힘들다는데..
헐렁하게 서 있는 타워팰리스에게 볼이 가면 왜 그렇게 기대가 되던지...
프로처럼 잘하면야 무슨 재미랴!.
온몸이 승부욕으로 넘쳐나서 볼을 차내던 모습들
마음과는 달리 상대방 팀으로 가야할 볼들이 엉뚱하게 머리 뒤로 날아가고
살려보겠다고 기를 쓰고 달려가고 ,어이없이 네트에 걸려버리고..
헤딩의 명수 낮달님은 볼이 낮으나 높으나 결코 크지않은 키임에도 사정없이 몸을 낮춰
기어이 헤딩으로 볼을 받아냈으니... 역시 63년생다운 에너지!
배고프면 아무런 경황이 없어한다는 평강님의 해설에도 불구하고
허기가 진정한 핑계만은 아닌 달성님의 족구 실력은 명품 개그였다.
용인님은 평소 운동으로 다진듯 다부지게 잘 차내셨고
디자인님도 식사 챙겨주던 모습과는 다른 싸나이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투덜 카리브님은 우겨대기 명수였으며
봄가을님은 어찌나 열의있게 경기에 임하는지 프로같았다.
태수님을 어찌 빠뜨리랴, 타워님의 실력과 공평해서 다행이다싶은 태수님 또한
관전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잠시 이 경기룰 못봤던 식사팀에게 미안함 마음 금치 못하겠다.
정말 맛있는 닭죽이 차려졌고 흡족하게 먹고 챙겨서 귀가 길에 올랐다.
오던길 철정휴게소, 참외가게에서 우린 잠시 잠시 아쉬움을 나누며 작별을 준비했다..
마무리
만남이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면
이별 또한 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니
우린 이 즐거운 여정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이 지면을 빌어 가장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한
우리가 즐겁게 먹고 마시는 가운데
그 뒷설거지를 맨손으로 도맡아준 미운백합 이야기를 빠뜨릴 수가 없다.
어느 자리에서건, 남을 위한 배려와 희생의 노고를 아끼지 않은 미운백합에게
정말 고맙고 정말 이쁘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임을 이끌어준 디자인님의 후기를 쓰라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 쓸 생각을 한 것은 그 고마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답례가 될까해서이다.
메인님 또한 분위기를 이끌고 함께 쌍두마차처럼 잘 이끌어줘 고맙고
대충 쓰다보니 행여 글 읽다가 언짢은 맘이 들더라도 해량해주시기룰~~
참석해준 분들 언급이 부족하더라도 글솜씨와 지면이 짧은 탓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인심 좋았던 쌍둥이민박 아주머님과 아저씨에게도 감사한 맘 전하고 싶고요.
차량지원해주신 다섯분들께도 감사한 맘 전합니다.
아참~! 지폐 지원해주신 강현님께 감사한 맘 빠뜨릴 뻔했네요.
(사다리 짝지였는데 예의가 반듯한 분).
불날에 모나미
첫댓글 좋은글 묻어나는 글 입니다!!
여행디지인 다시 등장하였습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