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정신이 따로 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가령 몸은 피곤한데 정신이 맑아진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공갈이다. 왠지 ‘이데올로기’ 냄새가 나다.
정신과 육체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이 작동한다. 그게 바로 ‘심신평행론’인데 이것은 ‘지행합일’과도 연관된다. 우린 지행이 합일 되지 않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지행이 합일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모든 사람은 지행합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아는 만큼만 행동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육체와 상관없이 정신이 고매한 사람 혹은 정신과 상관없이 육체가 슈퍼맨인 사람도 없다. 혹시 지행이 합일되지 않는 사람을 본 사람이 있다면 알려 주시길.
육체가 피곤하면 정신도 피곤하고 정신이 고매하면 육체도 고매하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육체 속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말은 맞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몸(육체와 정신이 깃든)의 두 측면이 육체와 정신이라는 말이다. 우리 몸은 육체로도 정신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것이지 그 중 하나가 따로 노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은 어떤가? 신 역시 정신적 속성과 육체적 속성을 한 치도 벗어 날 수 없다. 그러므로 신도 어떤 관계에서는 육체적으로 또 어떤 관계에서는 정신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우린 신라고 하면 오직 정신적 측면만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틀렸다. 신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육체와 정신이 뒤섞인 존재다.
사실 신은 우리가 지금은 알 수 없는 속성을 더 갖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인데(왜냐하면 우리가 일정부분 유한하므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속성들도 육체와 정신과 완전히 분리되어 따로 노는 속성은 아니다. 즉 우리는 육체와 정신의 속성만으로도 신과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 죽으면 육체는 사라지고 정신만 남는다고 하는 것은? 혹은 정신과 육체가 둘 다 사라지는가? 아니다. 둘 다 사라지지 않는다. 둘 다 변형될 뿐이다. 그리고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죽음은 그런 것이다. 아니 실제 삶도 그렇다. 그러므로 죽음은 실제 삶의 연장이다. 문턱이 좀 색다를 뿐. 사라지는 게 없는 것처럼 없었던 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불생불멸(不生不滅)’이 그것인데 모든 것은 ‘영원회귀’한다. 하지만 그 영원회귀가 동일한 궤도를 도는 것은 아니다. 그걸 ‘차이의 반복’이라고 한다.
첫댓글 제가 대학시절에 철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인식과 실천의 통일"이라고 배웠습니다.
생각과 행동의 일치, 지행합일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관념인지 유물인지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삶의 목표가 이기적인 삶은 없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이기적인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삶의 원칙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순간순간 그냥 내키는 대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배운 대로 행동하던 아는 대로 행동하던 지행합일이겠지만,
배운 대로 행동하지 않고, 아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교육과 가치와 신념과 철학과 사회적인 가치와 압력이 작용되고 있습니다.
인간을 유한하고 불완전하기에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부단히 자신을 살펴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요?
신, 영원회귀는 보이지 않지만 이를 가정하면 세상에 대한 해석이 매끄럽게 되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