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년 5 월 8 일(금) ~ 10 일(일), 사흘간 대전 유성구에서 눈꽃축제가 열렸다. [8 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 1998)]도 아니고 5 월에 무슨 눈꽃? 알고 보니 이팝나무에 꽃이 활짝 피고 보니 나무에 흰 눈이 쌓인 것 같아서 눈꽃이란다. 어이~ 그 때 여의도에서 벚꽃 핑계 대고 모였던 인파 분들, 이팝꽃 핑계 대고 다시 한 번 모이자구요~ 언제부턴가 축제다, 행사다 하며 발 디딜 틈 없이 우르르 몰려드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인파를 사랑하게 됐다.
바로 한 주 전, 고향인 대구에 내려갔다가 가로수로 심겨진 이팝나무를 보고,
‘이런 나무도 가로수로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대전에서는 아예 이걸로 축제까지 벌이고 있었네? 모르긴 몰라도 이팝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나 보다. 꽃이 피는 계절에만 잠깐 알아보는 나이기에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5 월의 날 좋은 어느 날, 봄바람에 살랑이는 이팝나무의 풍성한 꽃을 보고 있자니 5 월이 와서 이팝꽃이 핀 게 아니라 이팝꽃이 불러서 5 월이 온 것 같았다. 이런 날에는 이런 노래가 제격이다.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의 봄날~은 간다
아~ 이영애 보고 싶다……. 사실 눈꽃축제장에서 벌어지는 행사는 책, 자전거, 평생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각기 책축제니 자전거축제니 평생학습축제니 하는 이름도 따로 갖고 있었다. 그러니까 풍성하게 핀 이팝꽃 아래에서 이것들이 한 구역씩 자리를 잡고 앉아 눈꽃에 홀려 찾아오는 사람들을 저마다의 장기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팝나무만 보고 가기에 좀 밋밋했는데 잘 됐다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속은 느낌도 들고 해서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는데… 뭐 달리 생각해 보면 [눈꽃축제] 앞에 붙어 있던 [YESS!]라는 글자가 아무 의미 없이 붙어있는 감탄사가 아니라 유성(Yuseong), 교육(Education), 온천(Spa), 과학(Science)을 뜻한다고 하니 원래부터 이 축제의 반은 책, 자전거, 평생학습의 몫이었나 보다. 말을 말자… 이팝나무를 끼고 살던 동네에서 이팝나무에 꽃이 피니 이 집 저 집 자랑할 것을 내놓고 잔치를 벌이는데 내가 주인공은 아니잖아?
색안경을 끼고 우물우물 빈정거리며 이팝나무거리를 거니는데 눈에 확 띄는 안내석이 있어 읽어봤다. 이 거리에 대한 설명이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의 이팝나무거리는 2003 년 제 4 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숲입니다.]
어라? 이러면 또 마음이 달라지지. 2003 년이면 벌써 6 년 전이니까 그 사이에 꽃은 또 얼마나 더 풍성해졌겠어? 족욕체험장까지 갖춘 걸 보면 이래저래 신경도 많이 써주시는 것 같고 말이야. 눈꽃이 활짝 폈다고 이렇게 책이며 자전거며 교육이며 벼룩시장 같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배려에 마음이 이팝꽃만큼 풍성해졌습니다.
< 오진복님의 [공존]. 아니, 복진오님의 [공존] >
돌아다니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이것도 얻고 저것도 얻었다. 한쪽에서는 100% 진짜 자기 집에서 쓰던 물건을 들고 나와 파는 벼룩시장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말끔히 단장된 꽃밭도 있고, 야외조각작품들도 여럿 설치돼 있었다. 그 중에서 벌레 몇 마리가 진짜로 기어다니고 있는 듯한 커다란 손이 인상적이었다. 작품인 줄 알면서도 볼 때마다 벌레가 기어다니고 있는 것 같아 찝찝한 기분이 드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작품 제목이 [공존]이고, 작가는 복진오님인데… 중국인인가? 복진오보다 꺼꾸로 읽는 오진복이 더 한국 이름 같네. 죄송합니다, 오진복님… 아니, 복진오님.
< 너무 야하죠? >
화창한 태양 아래서 화사하고 풍성한 단색 꽃을 본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유희인 줄 몰랐다. 세상이 한없이 아름다워 보였고, 내일이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충만했다.
첫댓글 옮겨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을 듯.. 근데 저 밑에 있는 블로그 링크는 어찌 하는거에요? ㅎ
글쓰고 나서 등록하기전, 또는 등록후 수정 들어가시면 본문 밑에 설정정보 있습니다. 그곳에서 서명클릭하고 블로그 서명 선택하시면 됩니다.^^
맞아요. 그리고, 자기 다음 블로그에다가는 첫 페이지를 네이버로 넘어가도록 작성을 해두는 거죠. 마패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사진과 글이 아주 맛깔납니다. 멋진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제 사진들은 왜 이렇게 하나 같이 우중충한 느낌이 들까요...?? 보정을 안 해도 화사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요?? 똑딱이 카메라라서 그런가... ㅠㅠ
이팝나무꽃도 참 화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