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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1일 보석사불교대학에서 신도들이 부처님 법을 배우고 있다. |
도시와 농어촌간의 불균형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농어촌지역의 저출산 고령화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에 봉착해 있다. 젊은이들이 돈벌이를 찾아서, 보다 나은 자녀 교육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등 제각기 다른 이유로 도시로 앞다퉈 떠남에 따라 농어촌지역에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반면 고령자의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농어촌지역 사찰에서는 젊은 신도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신도의 연령대가 높아져 있다. 심지어 초하루법회 등 법회나 행사가 아니고서는 사찰을 찾는 이를 하루에 단 한명도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만큼 농어촌지역 포교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게 현실이다.
신라 헌강왕 11년(885년) 조구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보석사는 최근 들어 농촌지역 사찰의 새로운 포교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내가 절에 가는 날’ 제도 운영과 보석사불교대학 개설, 직장직능불자회 운영 지원, 국수무료공양 등을 통해 ‘지역과 함께 하는 사찰’, ‘자주 가고 싶은 절’로 거듭나며 사격을 일신시키고 있다. 창건 당시 사찰 앞산에서 캐낸 금으로 부처님을 조성했다고 해 보석사(寶石寺)라고 불린 이 사찰은 지역민들에게 보석과도 같은 부처님의 말씀과 따뜻한 자비심을 전하는데 진력을 다하고 있다.
“스님! 우리도 불교를 쉽게 알 수 있게끔 해주세요.” 보석사 주지 규봉스님은 지난해 11월 신도들과의 차담 자리에서 이같은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뒤 곧바로 불교대학 개설을 추진했다. 규봉스님은 금산지역에서의 첫 ‘불교대학’인 만큼 큰 욕심을 내지 않고 30명을 선착순 모집해 시작하겠다고 서원했다. 금산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거나 전단지를 돌리지 않고 조용하게 모집한데다가 모집기간 또한 짧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2월17일 열린 제1기 입학식에 48명이 모였다. 그동안 부처님법에 목마른 지역불자들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된 규봉스님은 신도들의 요청대로 ‘쉽고’ ‘재미있게’ 불교를 강의하기 시작했다.
절을 하고 향과 초를 켜는 방법 등 불자라면 당연히 알 것 같은 기초적인 내용부터 스님이 앞에서 직접 시연하며 설명했다. 특히 규봉스님은 강의 때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오른쪽 귀로 듣고 왼쪽 귀로 곧바로 흘려보내도 좋으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익혀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불교대학 수강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입학식을 한 지 1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1~2통씩 수강문의 전화가 걸려 올 뿐만 아니라 현재 수강인원은 63명으로 늘어났다. 매주 목요일 오후6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불교대학 강의는 당초 계획보다 배 이상 수강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경내 심검당은 발디딜 틈조차 없게 됐다.
더 이상 수강인원을 늘릴 수 없어 이제는 2기과정으로 입학할 것을 유도할만큼 인기가 높다. 총 6개월 과정인 보석사불교대학은 조계종 포교원에서 발간한 <불교입문>을 주교재로 삼아 3개월 동안은 사찰기본예절을, 이후 3개월 동안에는 ‘불교의 이해와 신행’을 중심으로 강의한다. 6개월 과정을 모두 마친 뒤에는 경전반과정도 개설하고 외부 강사도 초빙하는 등 불교대학 운영을 강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보석사 전나무 단풍나무 숲길. |
보석사는 동안거 100일기도 입재에 맞춰 ‘내가 절에 가는 날’ 제도를 만들었다. 절에서 기도를 한다니 동참비만 낸 뒤 오지 않는데다가 회향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규봉스님이 새로운 방편으로 마련한 것이다. 100일 기도기간 동안 1주일이나 10일마다 ‘자기 기도 날’ ‘내가 절에 가는 날’을 각자 정해 그 날 만큼은 사찰을 찾아 기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새벽예불이나 사시예불, 저녁예불 등 예불이나 기도에 동참하거나 급할 경우에는 법당에 들려 3배라도 올릴 수 있도록 이끌다보니 사찰을 찾는 인원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사찰을 틈나는 대로 찾는 게 자연스러워지자 불교대학을 통해 불교를 체계적으로 배우겠다는 인원 또한 자연스레 증가했다”는 게 규봉스님의 설명이다.
보석사는 지역과 함께하는 사찰을 만들기 위해 금산지역 직장직능불교단체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보석사 주지 소임을 맡은 지 만7개월에 불과하지만 규봉스님은 금산지역과 예전부터 깊은 인연을 맺어 온 만큼 주지 부임 후 곧바로 지역불자들을 하나로 묶어 나갔다. 금산군 공무원불자회를 시작으로 경찰불자회 정기법회를 봐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불련과 교사불자회 창립을 주도하고 있다.
교사불자회가 창립되면 어린이 청소년법회 운영과 더불어 관내 불우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스님은 공무원불자회 전·현직 회원 32명 전원에게 불교신문을 법보시하고 있으며 2월부터는 경찰불자회 회원에게도 법보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매일같이 만나 부처님 법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할 수 없는 만큼 불교신문을 통해서라도 불교와의 인연을 공고히 맺어주고 싶다는 규봉스님의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 2012년 10월 발족한 보석사 봉사단은 매달 둘째주 화요일이면 진악지구대 옆 광장에서 200~300명의 지역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공양하며 자비나눔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보석사의 자랑거리인 은행나무와 전나무 단풍나무 숲길 일대를 공원화해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되 보존에도 신경써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주겠다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높이 40m, 둘레 10.4m의 보석사 은행나무는 조구대사가 보석사 창건 무렵, 제자와 함께 심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365호다. 특히 이 나무는 마을에 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소리를 내어 미리 알려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지역민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신성한 나무로 여기고 있다. 이에 해마다 단오에 맞춰 ‘은행나무 대신제’를 지내고 있으며 규봉스님은 ‘은행나무 대신제 보존회’와 협의해 앞으로는 불교의식에 맞게끔 행사를 변모시켜 나간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아울러 임진왜란 당시 보석사를 거점으로 왜적에 맞섰던 영규대사 선양사업도 중장기프로젝트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산대사의 제자인 영규대사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 1000명을 모집해 의병장 조헌과 함께 청주성전투와 금산전투에서 왜군을 물리치는 공을 세웠다. 현재 보석사에서 영규대사 추모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석사에는 영규대사가 주석한 요사채인 의선각(毅禪閣)과 더불어 영규대사의 영정을 모신 기허당, 의병승장비 등이 남아 있다.
“지역과 더불어 사는 도량 만들겠다”
보석사 주지 규봉스님
“절에 가는 게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지역민과 함께 하지 못하면 사찰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보석사 주지 규봉스님은 사찰이 지역과 지역민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스님은 각 지역마다 지역적인 특색이 있는 만큼 이를 존중하면서 포교전략에도 이를 적용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예를 들어 금산지역은 인삼의 고장인 만큼 수확기인 9월부터 12월까지는 젖먹는 애기 빼고는 모두가 인삼 일을 한다고 할 정도다. 이에 금산지역 사찰들은 9월부터 연말까지는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대신 보석사는 그 외의 기간에는 ‘내가 사찰 가는 날’을 통해 정기적으로 사찰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교통편이 불편해 사찰을 찾기 힘든 경우에는 사중의 차량을 보내 언제든지 사찰을 찾아 기도할 수 있도록 사찰 문턱을 없앴다. 신도 가운데 40년 넘게 사찰을 다녔음에도 최근처럼 절에 자주 다닌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들의 얼굴은 한결 같이 밝다는 게 공통점이다. 초하루법회 참석을 비롯해 매주 한차례씩 불교대학 수업 참가, ‘내가 절에 가는 날’, 도반의 권유로 함께 절에 오는 경우를 합치면 1주일에 3~4차례씩 절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차편이 여의치 않은 분들을 위해서는 1~2명이라도 사중의 차량으로 모셔와요. 연세 많은 분들을 만나면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거나 안아드리지요. 절에서 대접받는다, 스님이 자신에게 신경을 많이 써준다는 느낌이 들게끔 노력하고 있지요.”
스님은 불교대학 운영을 통해 자신도 불교를 새롭게 공부할 수 있게 돼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임을 본다며 바쁘게 살다보니 한동안 소홀했는데, 신도들에게 불교를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전하려고 준비하려면 자연스레 강의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골이다 보니 대다수가 불교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기복불교로 절에 다녀요. 불교대학 강의를 통해 차근차근 불교를 배워가다 보니 지난 1월16일 성도절 철야정진에는 20명 넘는 불자가 동참해 부처님 성도의 의미를 되새겼어요. 도시사찰에서는 그게 뭐 큰 거냐고 할 수도 있지만 시골사찰에서는 이것 또한 엄청난 변화이지요. 앞으로도 부처님 정법을 전할 수 있도록 저부터 앞장서 배워 나갈 것입니다.”
[불교신문3174호/2016년2월3일자]
금산=박인탁 기자 이시영 충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