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21>
“갑상선기능항진증” - 꿀풀(夏枯草)
호르몬은 동물체 내의 특정한 분비샘에서 만들어진 물질로 혈액을 통하여 운반되며 표적세포의 대사량을 조절한다. 사람의 내분비샘에는 뇌하수체, 부신, 췌장, 난소, 정소, 부갑상샘, 갑상샘 등이 있어서 각각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샘호르몬은 특정 부위에만 영향을 주는 다른 호르몬들과 달리 인체 거의 모든 조직에서 에너지 생성을 증가시키고 성장발육을 촉진한다. 갑상샘호르몬의 분비량이 지나치거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항진되면 표적기관의 생리작용이 과도하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을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 한다. 뇌·비장·고환을 제외한 전신의 모든 조직에서 산소 소모량을 증가시켜 병적인 열을 생산하며 교감신경의 흥분성을 높이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주된 징후는 먹어도 체중은 감소하며, 정서불안, 피로감, 우울증, 부정맥, 협심증, 발한과다, 골격근 약화, 전해질 소실, 불면증 등이다.
생명체는 살아가면서 환경변화나 비상상황에 대응하여 급히 신체기능을 항진시켜 발열해야 할 때가 있지만 평상시에는 교감-부교감신경의 길항작용을 통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만일 자율신경의 실조로 교감신경이 과흥분하게 되면 말초혈관의 수축과 함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총대사량의 증가와 혈액(진액, 전해질)의 소모가 많아지며 혈당, 혈압, 체온이 동반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열상태가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비롯한 만성염증성질환이나 그레이브스병(갑상선종대, 눈병, 피부병 등) 류의 자가면역성질환을 부른다. 자율신경은 갑상선의 기능과 갑상선호르몬의 생산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병원치료는 갑상선호르몬의 과잉분비를 줄이기 위해 항갑상선제 요법을 사용하는데 재발률이 높고(50%) 피부발진, 관절통, 간염, 황달, 혈소판 감소, 백혈구 감소, 림프선 종대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 방사성동위원소요법은 갑상선 조직을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으로 치료 후 1년 이내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10~20% 정도 발생하고 매년 2~5%씩 증가한다. 항갑상선제 요법이 불가능할 경우 또는 부작용이 있거나 재발할 경우, 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있는 경우에서 시행하는 갑상선아전절제술 역시 후두부종, 성대마비,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의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결핵성경부림프샘염, 림프절의 결핵성 부종인 선병(腺病) 또는 갑상선종 등을 한방에서는 나력(瘰癧, 연주창·마도창) 또는 영류(癭瘤)라 한다. 주로 분노, 억울, 우수, 사려, 스트레스와 같은 정지내상(情志內傷)으로 간기(肝氣)가 울결하고 심화가 동해서 마치 병목현상처럼 인체 경부에 열과 담이 뭉친 것으로 이해한다. 이는 양의 항성으로 인한 음의 소실을 의미하며 음양의 편성편쇠로 수(水)와 화(火)의 호혜작용이 무너진 병리기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오장에 쌓인 열을 내리고 ‘음(腎陰虛)’을 보하는 것이 치료의 요체가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한약 치료는 소간이기(疏肝理氣 - 청피·지실·향부자 등)를 기본으로 청열해독((淸熱解毒 - 치자·금은화·어성초 등), 청심사화(淸心瀉火 - 하고초·연교·황련 등)해야 한다. 오장의 열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소모된 음의 반등을 기할 수 있지만 음정을 길러줌으로써 보다 능동적인 음양의 조화를 꾀할 수 있는 것. 따라서 천문동·구기자·생지황 등으로 자음강화(滋陰降火)해야 한다. 반하·과루인·패모 등으로 거담하고, 곽향·목향·정향·침향 같은 방향성 약재를 가미하여 부풀어 오른 경부의 미만성·결절성·낭포성의 것들을 산결(散結)하며, 특히 교감신경을 진정시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복령·용골·모려·산조인·백자인 등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으로 좋은 처방전이 된다.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 꿀풀은 여름에 줄기가 말라죽는다 하여 하고초(夏枯草)라 하였다. 소만 이후에 화수가 말라 홍갈색을 띨 무렵에 채취하여 볕에 말린다. 성미는 쓰고 매우며 차다. 혈당강하작용, 강압작용, 항균작용이 알려져 있으며 간, 담, 비경으로 들어가 쓰고 찬 성미로 간담의 울화를 청설(淸泄)하고, 매운 맛으로 멱에 뭉친 나력(瘰癧, 임파선결핵)과 영류(廮瘤, 갑상선종)를 흩는다. 하고초에 치자, 감초, 대추 등을 더하여 차로 이용할 수 있으며, 상기한 갑상선기능항진증 치료약을 각 항에서 한두 가지씩 선택하여 합용하면 더욱 좋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은 갑상샘호르몬의 부족으로 나타나 산소소모량이 감소하여 대사속도가 느려지고 식욕이 감소하지만 체중은 증가하며 심박동수가 감소하고 추위를 이기지 못한다. 원인은 역시 오장의 허를 타고난 체질성의 경우가 많고 나머지는 그레이브스병의 치료 목적으로 방사성 요오드를 투여 받은 경우, 항갑상선제를 과다하게 투여한 경우, 갑상선 절제술을 받은 경우, 갑상선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 치료 등에 의한다. 치료는 갑상선호르몬제를 투여하는 것인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약을 끊으면 재발률이 높고 모자라게 보충할 경우는 저하증이 지속되며 과잉 보충 시에는 갑상선중독증이 유발될 수 있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의 통치방제는 양(腎陽虛)을 보하는 ‘우귀음(右歸飮)’의 가감방으로 ‘백출, 산약, 황기, 숙지황, 구기자, 복령, 두충 각 2에 산수유, 인삼, 육계, 보골지, 생강, 감초 각 1’을 권한다. 무기력증이 있을 때 당귀를 추가하고, 우울증에 백복신, 생리불순에 익모초, 체중증가에 의이인(율무), 수족냉증에 계지, 관절통에 우슬을 추가하여 수전복(水煎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