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8일
ㅡ 밤이 팬티와 헐렁한 난닝구만 입고 의자에 앉아 있다
가덕도 별채 아니면 별장, 이렇게 정리하면 일행이 모였던 장소가 설명될 것 같다.
토요일 오후 4시 30분쯤 하단역에서 유도사님, 승승장구님 그리고 나, 세 명이서 회장님 픽업을 기다린다. 날씨는 모든 것을 벗겨버릴 듯 여름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뜨거움이다.
회장님 자가용을 타고 가다가 명지에서 회장님 지인인 만용님을 픽업한다. 그분은 낙동산악회 6기로 대간을 졸업했다고 하는데 입담이 얼마나 즐거운지 어색하게 이동할 분위기는 이미 친구가 되어있었다.
별채에서 오리고기를 굽고 소주와 맥주(소주 11병 맥주 다섯 캔 회장님의 결과를 첨가함)를 마시는 야외 테라스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했지만, 소풍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닌가?
남자 다섯 그리고 늦게 도착한 민철 대장님까지 모였다. 특별한 주제가 없어도 나이를 초월한 수컷들의 이야기였으니 참 유쾌하고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를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동안 레비나스 할배의 나와 다른 얼굴을 한 이들을 분별없이 맞아들이는 열린 자세인 '타자의 환대'가 떠올랐다. 나와 다른 얼굴을 한 사람들을 자기와 같은 주체로 여기며 함께한다는 사유, 할배의 말씀을 읽고 곱씹을 때에는 관념적으로 이해했음을 밝힌다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적인 것을 참조하자) 그런데 처음 만난 만용형님의 태도에서, 꼭 백두대간을 걸었고 걷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 나를 열어버린 채 나누는 대화는 어찌 송곳이나 새파랗게 날이 선 비수가 있을 수 있겠는가? 내 경계심은 이미 사라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호칭이야 형님 아우 회장님이라고 부르지만 이 순간만은 벗이 되었던 장소는 타자의 거부감을 초월해 나누는 대화가 아닌가?
돌아오는 내내 이야기에 빠져 기념사진이라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책장에서 시퍼렇게 눈을 뜨고 나를 지켜보는 할배를 다시 휘리릭 휘리릭 넘겨보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았어도 그의 생각을 놓아버리지 않고 들고 있으면, 그의 말들은 내 안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밤이다.
면 난닝구가 살짝 움직인다 밤이 더 어두운 밤으로 걸어가고 있다.
*카톡에 회장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때문에 살짝 수정한 일기를 공개한다*
첫댓글 참으로 어색하지 않은 모임이었다.. 분위기 탓에 소주 한 병 가까이,, 더하기 맥주 한 캔 마셨다.. 이 또한 얼마 만인가... 나이는 거저 명찰 같은 것,,ㅡ 처음 알게 된 회장님 나이!!! 어쩌면 나보다 어릴 것이라 생각????? 착각이었다.. 승승장구님,, 무쏘꿈님,,심대장님,, 모두 친구로 어울렸다...아내와 두 자식들은 산악회 가입 후 급변한 내모습이 조금 당황한 듯 하다..ㅡ 내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산악회 가입 후 급변한 내 모습~~'
본래 그런 모습이였는데 이제서야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멋진 것을 우야겠습니까?~~~ㅋㅋ
이 뜨거븐 날에
창고에서 불을 부치다니.
안되겠다 싶어 바깥으로 나온다.
다행이다. 그늘도 있고 바람도
살랑살랑 분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두서(頭緖)가 없었다. 막내였다가 민철대장님 덕분에 승급했다.
일용(一龍)도 십룡(十龍)도 아닌 만룡(萬龍)님 덕분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낙동산악회 1~18기까지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으나 19기에 입회한 것이 참으로 행운인 것 같다. 너무 재미있다(산행 걸음이 늦는 것은 죄송🙇♂️).
그래도 경전철타고 집에 도착.
일요일은 에어컨아래 12시간 동안 수도(修道) 자세로 마무리.
연대봉 사진 한장 올립니다
행운이지요
시절인연이라고 해도 누가 시비를 가리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쨋든 이런저런 이유가 아니라도 함께 걷는 마루금은 얼마나 좋던가요
저도 행복해지고 있다에 한 표~~ㅋㅋ
우리 빼고
민철대장님
욕지도 가서
혼자서
대(大)자 고등어 회
드셨다 합니다.
배탈나지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