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올림픽조각공원
■ 주소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3)
■ 운영시간 :
매일 05:00 - 22:00 도보나 자전거 출입 (광장지역은 24:00)
매일 06:00 – 22:00 차량 출입
■ 이용요금 : 무료 (단, 주차요금 유료 - 주차안내 참고)
■ 홈페이지
■ 교통편(지하철) :
지하철 8호선 - 몽촌토성역 1번 출구
지하철 5호선 -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지하철 9호선 -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또는 한성백제역 2번 출구
올림픽공원은 제게 추억이 참 많은 장소입니다. 유년 시절, 공원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공원은 거대한 앞마당과도 같았어요. 어릴 적부터 당연하고 익숙해진 장소라 정작 이곳의 역사나 곳곳에 놓인 조각작품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서울에 함박눈이 내리던 날, 오랜만에 올림픽공원을 찾았습니다. 지하철 5, 9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부터 시작해서 몽촌토성역 앞 ‘세계평화의 문’까지 크게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보이더군요.
이 공원은 ‘올림픽공원’이라는 이름 외에 ‘올림픽조각공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답니다. 올림픽공원의 약 43만 평의 대지 중, 약 77만 910㎡(23만 3,199평)에 이르는 곳에 무려 200개에 가까운 조각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세계평화의 문(World Peace Gate)’과 ‘엄지손가락(The Thumb)’, ‘대화(Dialogue)’를 비롯한 몇몇 작품밖에 알지 못했어요. 지금은 미술 작품이나 주변의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지만, 매일 지나면서 접할 기회가 많았던 때는 ‘호기심’, ‘관찰’, 또는 ‘생각’이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해 드린 ‘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이러한 것들은 살아가면서 알지 못하더라도 불편함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알고 바라보면 그 장소에 대한 특별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올림픽조각공원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200여 점에 이르는 작품 하나하나 소개해 드릴 수는 없지만, 올림픽조각공원이 설립된 계기와 함께 대표적인 몇 가지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올림픽공원은 지난 '제10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86아시안게임)'와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88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조성된 공원입니다. 이와 함께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전신인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가 주관하여 서울올림픽대회의 문화 행사로 개최된 세계현대미술제의 ‘제1차, 2차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과 ‘국제야외조각초대전’을 통해 세계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올림픽조각공원이 개장(1988년 9월 12일)되었습니다. ‘화합과 전진’, ‘세계의 평화’라는 서울올림픽의 이념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전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당시에는 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조각공원이었다고 해요. 외국에서도 이처럼 큰 규모의 공간에서 시도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기획과 준비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공원 곳곳에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배치되었고, 현재 올림픽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보존하며 관리되고 있습니다. 몽촌토성역 앞의 '세계평화의 문'을 시작으로 출발해도 좋지만, 이날은 반대쪽부터 출발해 보았어요. 지하철 5, 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올림픽공원' 간판과 함께 조각작품들이 보입니다.
▼ 딘 : 딩댕동 (Din : ding-dand-dong), 1988, 나이젤 헬리어(Nigel Helyer), 오스트레일리아
▼ 엄지손가락 (The Thumb), 1988, 세자르 발다시니(Cesar Baldaccini), 프랑스
'엄지손가락'은 '세계평화의 문'과 함께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랑스의 국보급 조각가이자, 인체의 특정 부위를 크게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한 세자르 발다치니의 청동작품으로 세계에 7개밖에 없는 대형 엄지손가락 조각상입니다. 아래의 ‘엄지손가락’은 6m이며, 프랑스에 있는 것은 무려 12m에 이른다고 합니다.
▼ 88 서울올림픽(Seoul 88 Olympics), 1987, 마우로 스타치올리(Mauro Staccioli)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단순하고 거대한 작품의 이름은 ‘88 서울올림픽’입니다. 붉은색의 비대칭 반원 형태의 작품을 보며 작품명이 궁금해졌고, 작품명을 보고 나니 의미를 유추하게 됩니다. 작품 설명이 인상 깊어 그대로 발췌해 보았습니다.
「올림픽선수촌 입구의 대로로 연결되는 중앙 광장의 넓은 공간을 한껏 이용한 작품이다. 수직적이면서도 수평적이고, 높으면서도 낮으며, 곡선이면서도 직선인 열린 형태가 움직임과 정지 사이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누군가 가슴을 편 채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것 같다. 동작의 완벽성과 창조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어떤 사람이 생각난다. 올림픽 선수들이 뛰어오르는 동작이 떠오른다. 한편 하늘을 배경으로 광활한 벌판에 있는 아치 형태의 숲이나 둥근 지붕의 건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내가 본 것, 경험한 것을 상기시키는 형태이다.」
올림픽공원 내에는 사이클·역도·체조·펜싱·수영·테니스 6개 경기장이 있는데요. 건축물 또한 다채롭고 아름다웠습니다.
▼ 기와를 입은 대지(Land with eastern tiles), 1988, 이승택, 대한민국
지붕 위에 있던 기와가 땅으로 내려와서 광활한 대지와 자연의 품 안에서 인간을 감싸고 있음을 표현한 작품
▼ 우제류를 위하여(For even-toed), 1988, 신현중, 대한민국
멸종 위기에 처한 우제류 동물들(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동물)이 우리에게 환경과 생태계 문제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라고 권유하는 작품.
▼ 길(Way), 1998, 김영원, 대한민국
▼ 보르헤스를 기다리며(Waiting for Borges), 1978, 우라노 팔마(Urano Palma), 이탈리아
▼ 대화(Dialogue), 1987, 모한 아마라(Mohand Amara), 알제리
이 작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모한 아마라 작가님은 1987년 7월부터 8월까지 50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거대한 화강암을 깎고 다듬어 ‘대화’ 조각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올림픽공원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지리, 언어, 문화, 정치 등의 장벽을 넘어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의 가치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너무 아름답죠?
▼ 이렇게 보니 올림픽조각공원의 규모와 작품 수가 엄청나네요.
▼ 조각작품 뒤로 보이는 한성백제박물관
▼ 소마미술관
▼ 세계평화의 문(World Peace Gate), 1988, 김중업, 대한민국
마지막으로 세계평화의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올림픽공원의 관문과도 같은 이 작품은 1988년 7월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와 감리로 지어진 조형물로, 한민족의 저력과 역량을 한껏 펼친 88서울올림픽대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처마형태의 지붕, 단청의 개념이 도입된 처마, 고구려 장군총에 그려져 있는 벽화에서 따온 사신도(현무, 주작, 청룡, 백호)와 백·청·적색의 색깔은 우리민족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올림픽조각공원 곳곳에 산재해있는 작품들을 통해 88올림픽 당시 세계 예술가들의 열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을 천천히 거닐며 작품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요? :)
[참고] 올림픽공원 공식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