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종교
다종교 국가 印尼… 6가지 중 하나는 꼭 믿어야 하죠
입력 : 2023.04.12 03:30 조선일보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종교
▲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힌두교 사원에서 신자들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옮기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의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하고 새 개최국을 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어요. 이스라엘 참가 여부를 두고 인도네시아 내에서 이슬람교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지요. 이스라엘이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을 탄압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의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강하거든요. 심지어 지난달 26일 발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U-20월드컵 조 추첨식도 무산됐어요.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는 아니에요. 영토가 넓고 섬이 많아 다양한 종교의 영향을 받은 인도네시아는 6가지 종교를 인정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는 어떻게 다양한 종교를 갖게 됐을까요?
인도네시아는 500여 개 언어, 1만7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국가랍니다. 인도네시아 헌법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은 자신의 종교나 신념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아요. 그렇지만 인도네시아인은 이슬람교·개신교·가톨릭·힌두교·불교·유교 등 6가지 종교 중 하나를 반드시 믿어야 해요. 인종과 언어, 신앙 등이 각기 다른 2억7000만명을 하나의 국가로 유지하기 위해 주요 종교를 추린 것이라고 해요. 모든 인도네시아인은 여권이나 신분증 같은 공식 증명서에 자신의 종교를 명시해야 하지요. 그렇다고 무신론자를 금지하는 법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1945년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가 도입한 5대 건국 원칙 '판차실라(Pancasila)'에는 '유일신에 대한 믿음'이 규정돼 있어요. 어떤 종교든 그 종교 안에서는 하나의 신을 섬기며 통일성을 줘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다신교 종교인 힌두교는 아친탸(Acintya)를, 불교와 유교는 각각 부처와 공자를 유일신으로 모신답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종교 정책은 다양한 문화와 전통 속에서 통일 국가를 유지하는 수단이 됐어요. 수카르노를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한 수하르토도 판차실라 이념을 유지했어요.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가가 인정하는 6가지 이외의 종교를 믿으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한다'는 조항이 새 형법에 포함돼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많은 반발을 사고 있어요.
발리에선 90%가 힌두교를 믿어요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중 힌두교도는 2% 정도이지만, 발리에서는 인구의 약 90%가 힌두교를 믿습니다. 힌두교는 이슬람교가 전파되기 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종교였어요. 힌두교는 1세기 무렵 인도의 상인과 학자, 성직자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전해졌다고 해요. 인도네시아에 들어온 힌두교는 기존 토착 종교와 결합해 독특한 성격을 갖게 됐어요. 힌두교 신들뿐만 아니라 자연 속 정령과 조상을 위해서도 의례를 치러요. 13세기 이후 이슬람교가 인도네시아에 자리를 잡은 뒤 힌두교는 점차 세력을 잃어갔어요. 이슬람 세력의 박해를 피해 힌두교 승려와 왕족들이 발리로 이주했지요. 발리 주민의 대다수는 오늘날까지 힌두교를 믿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인구 87%가 믿는 이슬람교
인도네시아 인구의 87% 이상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무슬림 집단이지요. 그래서 이슬람 율법과 원칙이 정치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정확히 언제부터 이슬람교가 인도네시아에 전파됐는지는 알 수 없어요. 13세기 이후 이슬람 상인들의 왕래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전파됐을 것이라고 추측돼요. 일찍이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서아시아를 이어주는 관문이자 다양한 국가의 상인들이 오고 가는 국제 무역의 중심지였어요. 여러 민족의 종교와 문화가 섞여들었지요. 이슬람교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15~16세기 수마트라와 자바 등지에서는 여러 이슬람 국가가 생겨났어요. 술탄(이슬람 국가의 군주)들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선포하고 비(非)이슬람교도들과 전쟁을 벌이며 세력을 확대했어요.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는 문화적 특수성이 있는데요, 힌두교와 불교, 수피즘(금욕적 수행을 통해 알라신과 직접 교류한다고 믿는 신비주의 소수 종파) 등의 영향을 받았어요.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 신자 중에는 일반적인 이슬람교도와 달리 규칙적으로 기도하거나 모스크 방문을 하지 않고 히잡 착용도 엄격하게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전파한 크리스트교
인도네시아에서 크리스트교는 개신교(7%)와 가톨릭(3%)을 합쳐 약 10%를 차지해요. 크리스트교는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 전파했어요. 16세기 포르투갈인들은 향신료를 찾아 동쪽으로 항해했고 말레이시아의 믈라카를 점령했습니다. 당시 포르투갈에서 온 가톨릭 선교사들이 인도네시아 지역에도 도착했지요. 중국과 인도, 일본 등에 가톨릭을 전파했던 선교사 프란시스 자비에르가 인도네시아에서도 많은 가톨릭 신자를 만들었어요. 17세기에는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의 암본섬에서 포르투갈을 내쫓았어요. 네덜란드는 신교인 칼뱅파를 신봉했기 때문에 당시 인도네시아의 가톨릭 신자들은 강제로 개신교로 개종해야 했어요. 가톨릭 성직자들이 탄압을 받자 가톨릭 신자는 급속도로 줄었지요. 그래서 네덜란드가 포르투갈과 전쟁에서 빼앗은 인도네시아의 동쪽 지역에는 개신교 신자가 많이 있답니다.
이슬람교 전파 후 세력 잃은 불교
불교는 현재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1%가 믿고 있어요. 인도와 무역을 하면서 2세기쯤 전파됐지요. 인도네시아에 샤일렌드라 왕조(8~9세기), 스리위자야 제국(7~13세기) 등 불교 국가가 생기면서 널리 퍼졌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사원인 보로부두르 사원이 샤일렌드라 왕조 때 생겼어요. 인도네시아 불교문화는 스리위자야 제국 통치기에 절정에 이르렀어요. 많은 불교 대학과 수도원이 세워졌답니다. 이후 이슬람교가 전파되면서 불교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현재 불교 신자는 주로 자바 섬 동부와 발리 지역에 남아 있답니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크랄 모스크(이슬람 사원). /EPA 연합뉴스
▲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있는 교회. /위키피디아
▲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있는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사원. /위키피디아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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