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과선松果腺pineal gland은 뇌의 중심에 위치한 쌀알만 한 작은 샘으로, 솔방울을 닮은 모양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의사 갈레노스가 이 샘의 독특한 원뿔 형태를 처음 묘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갈레노스는 그 모양을 솔방울에 비유한 적은 없고, '잣'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갈레노스는 인간의 뇌를 해부한 적이 없다. 그가 생애 대부분을 보낸 로마의 법은 인체 해부를 금지하고 있었다. 갈레노스는 "지식이란 철학적 사변이 아닌 실험을 통해 얻어야 한다"며, "오로지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것에만 주목하며, 관찰의 도움을 받아 감각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식에 대한 끝없는 열망으로 원숭이, 고양이, 개, 족제비, 낙타, 사자, 늑대, 수사슴, 곰, 쥐, 심지어 코끼리까지 해부했다. "뇌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의학 강의에서 그는 소의 뇌를 체계적으로 해부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송과선을 확인하고 잣에 비유했지만, 그가 이 샘의 기능을 알 방법은 없었다.
17세기에 이르러 프랑스의 철학자·수학자·과학자인 르네 데카르트가 송과선이 몸과 영혼을 잇는 연결 고리이며 '모든 사고가 형성되는 곳'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그가 어떻게 이 개념에 이르렀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뇌의 정중앙이라는 위치와, 뇌의 좌우 양쪽에 쌍으로 존재하는 많은 구조물과 달리 송과선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매료된 것으로 생각된다.
1917년, 케리 프랫 맥코드와 플로이드 앨런이 갓 부화한 올챙이에게 소의 송과선 추출물을 먹이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많은 종류의 개구리가 온도, 빛의 노출, 위장의 필요성, 불안 같은 요인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 연구자들이 이런 색 변화의 유발 인자를 탐구하려고, 여러 올챙이 집단에게 빵 부스러기, 대마 씨앗, 건조한 쇠눈 망막, 그리고 소 송과선 추출물 등을 먹여보는 시험을 했는데, 소 송과선 추출물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송과선 추출물이 어두운 색소인 멜라닌의 생성을 방해하면서 올챙이들이 거의 투명해졌다. 이후 40년 간 올챙이, 개구리, 두꺼비, 물고기에게 송과선 추출물을 주사하면 피부색이 밝아진다는 보고들이 잇달아 나왔다. 이는 피부 세포에서 생성되어 피부색을 결정하는 주요 결정 인자인 멜라닌 생성을 촉진하는 멜라닌 세포 자극 호르몬MSH을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졌다. 1958년, 예일대학교의 에런 러너 연구팀은 소의 송과선에서 MSH의 작용을 방해하는 화합물을 분리하고, 이를 '멜라토닌'이라고 이름 지었다.
1975년 MIT의 리처드 워트먼이 건강한 성인들의 밤 11시부터 오전 7시 사이 소변 샘플의 멜라토닌 함량이 낮 시간 샘플보다 높으며, 멜라토닌 생성이 수면-각성 주기에 따라 변하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멜라토닌을 이용해 시차증을 겪거나 잠들기 힘든 사람들처럼 수면-각성 주기가 흐트러진 경우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명의 자원자에게 합성 멜라토닌 또는 위약을 투여했다. 멜라토닌을 먹은 피험자들은 위약을 먹은 피험자들보다 훨씬 빠르게 잠들었고 수면 시간도 늘어났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워트먼은 자신의 연구에서 사용한 용량인 0.3~1밀리그램의 멜라토닌을 수면 장애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은 멜라토닌이 타트 체리, 견과류, 구기자 등 일부 식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므로 식이 보충제 범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처방전 없이 판매하는 걸 허용했다. 많은 사람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만큼 멜라토닌 보충제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많을수록 좋다'는 홍보 문구가 유행하면서 최대 20밀리그램 짜리 알약이 시장에 쏟아졌다. 워트먼은 고용량 섭취의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했지만, '조금 먹어서 좋다면, 더 많이 먹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논리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식이 보충제는 처방약만큼 엄격하게 규제되지 않아서, 멜라토닌 함량이 라벨에 표시된 것보다 83% 적은 것부터 478% 많은 것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후 진행된 많은 멜라토닌 임상시험의 결과는 일관되지 않다. 알약보다 혀 아래 뿌리는 스프레이가 더 잘 듣는다는 사람도 있다. 1밀리그램 정도가 든 스프레이를 취침 예정 시간 1~2시간 전에 한 번 뿌리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빛은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한다. TV 화면, 휴대폰, 심지어 야광 시계에서 방출되는 청색 파장이 특히 문제다. 침대에서 TV를 보며 휴대폰으로 멜라토닌에 관한 최신 연구를 확인하는 것은 숙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담으로, 무거운 담요 아래서 잠을 잔 피험자들의 침에서 멜라토닌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보고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무거운 담요를 덮은 피험자들의 멜라토닌 수치는 높았지만 총 수면 시간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주 적지만(240~960피코그램) 멜라토닌이 들어있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유에는 우리 몸이 멜라토닌을 합성하는데 쓰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98~183밀리그램/컵)도 들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