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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미국에서 가장 큰 뉴스는 도널드 트럼프의 충격적인 등장과 그를 통해 표상된 미국이었다. 미국이 어떻게 세계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거칠게 말하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에 대해 그는 이야기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과 자신의 문화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베트남전에서 이라크전까지 잘못된 전쟁에 쓰인 수조달러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위상과 인구 구성의 변화는 유권자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는 크게 세가지다. 경제, 문화 그리고 안보.
경제적으로 중산층 유권자들은 중국과 아시아 나라에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고 남아메리카 출신의 저렴한 임금의 이주노동자들로 인해 임금이 깎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으로는 이 사람들 중 대다수가 그들의 가치와 신념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 ‘정치적 올바름’과 ‘소수자 권리’에 관심을 쏟는 대중매체와 엘리트 대학 그리고 정부 관료들에 의해 공격당한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9·11 사태에서부터 최근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까지 유권자들은 자신의 안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의 태만한 경계도 비판받고 있지만, 비난의 화살은 미국 바깥에서 내부로 번지고 있는 폭력적인 이슬람 지하디스트 운동에 더 맞춰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몇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미국 시민과 기독교인이 맞느냐고 따지면서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곧 사라질 시끄러운 사람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그는 텔레비전 리얼리티쇼에 나오는 억만장자 거물이었다. 게다가 마케팅의 대가(정치적인 용어로는 ‘선동가’)였다. 뉴욕 세일즈맨의 기민한 본능과 뉴스 미디어와 파티 리더에게 무엇이든 겁없이 말하는 태도 등 그는 모든 방식으로 모든 공포에 다다랐다. 이렇게 불안한 중산층의 대변인이 되면서 공화당 대선후보 전당대회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고집 센 강자의 페르소나를 가졌다. 쉽고 시원시원하면서도 거침없는 화법으로 대중의 공포를 자극한다. 그러나 내용은 비현실적이거나 불법적이거나 아니면 둘 다이다. 멕시코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국경 지역에 장벽을 세우자거나, 중국과 한국, 일본(미국 부채 수십조원을 소유한!)에 더 엄격해지자고 한다. 가장 최근의 논쟁적 제안은 무슬림의 입국을 완전히 금지시키자는 것이었다. 여행자든, 누구든, 어디에서 왔건 상관없이 말이다.
이런 무시무시하고도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는 심지어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딕 체니 전 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해 전세계 좌우 막론한 정치인과 미디어 모두 도널드 트럼프를 비난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날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고, 연말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퇴출되어 제3후보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비슷한 반무슬림 공약에 애매모호한 언어의 옷이 입혀져 공화당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탄생한 영웅신화의 제2막은 2016년 뉴스를 장식할 것이다. 자, 이제 미국은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를 다룰 것인가?
하워드 파인먼 '허핑턴포스트' 글로벌 디렉터
프랑스 : 두 번의 테러리스트 공격
새해 벽두와 세밑에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발생했다. 2015년 프랑스의 가장 큰 뉴스는 1월과 11월 발생한 두개의 테러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공격한 첫번째 테러는 표현의 자유와 프랑스 유대인을 타깃으로 했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두번째 테러는 대중의 일상을 공격했다. 두 사건 모두 프랑스에서 태어난 테러리스트의 소행이었다. 프랑스의 정신은 추락했고, 정치적 논쟁은 잡탕이 되어버렸으며, 이제 어떤 것도 예전의 프랑스가 아니다.
폴 아커만 '허핑턴포스트프랑스' 편집장
그리스 : 국가적 채무위기
정부가 지배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선거가 지배하는 나라. 그리스는 지난 1월 총선에서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집권당이 되면서, 국가의 채무위기가 재현됐다. 정부가 추진한 국민투표가 공포를 촉발하고 자본에 대한 정부 지배가 강화되면서 경제위기의 노정에서 최고의 긴장을 보여준 한해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사건은 긴축정책에 반대해온 급진적 좌파 지도자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시리자)가 9월 조기총선에서 다시 선택돼 도리어 긴축정책을 강화한 것이다. 2015년은 그리스에 극단적으로 정치적인 한해였다. 그러나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한 소란의 결말은 아직 나지 않았다.
니코스 아구로스 '허핑턴포스트그리스' 편집장
일본 : IS의 일본인 인질 처형
올해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는 지난 1월 이슬람국가(IS)가 고토 겐지 기자를 비롯한 두 명의 일본인 인질을 죽인 사건이다. 전후 평화주의에 익숙하고 인질 사건에 정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일본인들에게 고토 겐지 기자가 참수된 사건은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이 사태로 수많은 일본인들, 특히 장기 해외거주 일본인들은 자신의 국적이 이슬람국가(IS)의 타깃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다카하시 고스케 '허핑턴포스트재팬' 편집장
영국 : 제러미 코빈의 등장
올해 가장 큰 뉴스는 누가 뭐래도 야구장 벤치 뒤에만 머물던 제러미 코빈의 등장이다. 200 대 1에서 시작한 그는 30여년 동안 노동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로서 조용히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무기 문제에서 왕실 문제까지 모든 이슈를 논쟁적인 좌파적 관점에서 사고하는 그의 등장은 단순한 정치적 성공 스토리 이상이었다. 대다수가 비판하는 내용이긴 했어도 모든 미디어 이슈를 그가 집어삼켰다. 제러미 코빈의 권력 부상의 핵심에 존재했던 소셜미디어에서는 지금 그의 지지자와 비평가들 사이에 잔인한 공격과 방어의 말들이 번식하고 있다.
재클린 하우스든 '허핑턴포스트UK' 뉴스에디터
독일 : 난민 위기와 신우익의 부상
올해 독일은 변화했다. 몇년 동안의 경제적 대호황 이후 대중들은 두 편으로 갈라졌다. 한편은 “우리가 난민들을 껴안겠다”고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편에 서 있는 이들이다. 올해에만 100만명이 유입된 난민들을 독일 사회에 통합시킬 수 있으리라고 자신하는 이들이다. 반대편 사람들은 공포에 빠져 있다. 난민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독일 사회 정체성의 상실에 대해 이들은 두려워한다. 반이슬람 우익단체인 ‘페기다’(Pegida)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난민 캠프에서 거의 매주 일어나는방화 사건은 독일의 정치적 풍경이 바뀌었음을 웅변한다. 이제 신우익들은 독일 정부는 물론 전통적 미디어 그리고 자유주의 정책까지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내년 독일 전역에서 치러질 지방선거는 의미심장한 시험대다. 우파가 권력을 획득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그들이 독일을 바꾸어왔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초와 비교해보면 실제로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세바스티안 마테스 '허핑턴포스트독일' 편집장
브라질 : 위기! 모든 것의 위기!
브라질은 올해 크나큰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재선되어 첫해를 보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해 벌써 60% 이상의 국민이 등을 돌렸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대선 때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이 거짓말이 돼버린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경제공약이 급조됐음이 드러났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론자들은 네가지를 탄핵 이유로 든다.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었다. 올해에는 실업률 또한 증가했다. 대통령의 탄핵 위기와 함께 유력 인사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면서 사태는 더욱 꼬이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 의장은 부정수뢰와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호세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적수다. 지금 브라질 정치는 혼돈 속으로 빠지고 있다.
지에구 이라에타 '허핑턴포스트브라질' 편집장
스페인 : 양당체제의 붕괴
스페인은 지난 20일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뜨거운 한해를 보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국민당(PP)이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전통적 제1야당인 좌파 사회노동당(PSOE) 외에 두 신생 정당의 반격도 맞닥뜨려야 했다. 좌파연합인 포데모스(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는 꽁지머리에 젊고 카리스마 있는 교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를, 중도적 자유주의 성향의 시우다다노스(‘시민들’이라는 뜻)는 카탈루냐 출신의 에너지 넘치는 알베르트 리베라가 선두에 섰다. 스페인 경제는 3%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21%의 높은 실업률, 정치적 부패, 긴축정책 등을 염려한다. 북동 지역의 카탈루냐에서 일어나는 분리독립 운동도 역시 정치적 의제로 대두됐다. 선거 결과 스페인 정치를 30여년 지배해온 양당체제는 붕괴됐고,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가 약진하면서 4당체제가 출범했다.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허핑턴포스트스페인' 편집장
한국 : 메르스 유행
누구도 예상하지 않은 재난이었다. 단 한 명의 2015년 5월 바레인에서 귀국한 첫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된 메르스 유행은 여름의 한국을 무방비 상태의 혼돈으로 몰아갔다. 병원과 시민은 서로를 믿지 못했다. 정부와 병원은 서로를 믿지 못했다. 정부와 시민은 원래 서로를 믿지 못했다. 시민과 시민도 서로를 믿지 못했다. 모두가 마스크를 썼고, 모두가 손을 씻었다. 컨트롤타워는 너무 많아서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 186명이 감염됐고, 38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정부는 메르스 유행의 종료를 선언했다. 명확한 책임을 하나의 타겟에 부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병원 시스템과 시민의 잘못이 혼재되어 있는 사안의 복잡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복잡한 혼돈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재난 대처 능력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을 더 견고하게 만든 것은 피해갈 수 없는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메르스 유행의 가장 부조리한 희생자 중 하나는 중동에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으면서도 시민의 공포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격리되어야만 했던 한국 동물원의 낙타들이었다.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이탈리아 : 파리 테러의 여파
유럽은 이제 서방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모든 것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루치아 안눈치아타 '허핑턴포스트 이탈리아' 편집인은 위와 같은 제목으로 파리 테러의 여파를 요약한 적이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이 왜 이미 여기 성큼 다가와 있는지, 그리고 그 무대 중 하나가 왜 유럽인지, 파리 테러 이후의 사건들이 보여주었다. 구 대륙(유럽)은 다시 한번 서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됐다.
줄리아 벨라르델리 '허핑턴포스트이탈리아' 정치에디터
오스트레일리아 : 토니 애벗 총리의 패배
오스트레일리아 2015년의 뉴스는 토니 애벗 총리가 갑작스럽지만 치밀하게 준비된 당 대표 선출 투표에서 패배해 총리직에서 물러난 사건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지 않던 맬컴 턴불 통신장관은 일년 내내 바닥을 돌아다니며 표를 끌어모았고 지난 9월 집권 자유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제29대 총리에 오른 턴불 총리의 허니문 효과는 연말로 사라졌고, 토니 애벗은 다시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회에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토리 맥과이어 '허핑턴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 편집장
캐나다 : 알란 쿠르디의 죽음
캐나다에서는 알란 쿠르디의 죽음이 가장 큰 뉴스로 회자됐다.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 소년은 캐나다에도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알란 쿠르디 가족은 원래 캐나다에 난민 지위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에서도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지난 10월 국민들은 결국 새 정부를 뽑았고, 보수당에서 제3당인 자유당으로 정권이 10년 만에 교체됐다. 그리고 새 정부는 2만5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케니 염 '허핑턴포스트캐나다'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