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Lester Carl Thurrow(1938~2016)의 대표적 저서 <제로섬 사회-분배와 경제 변화의 가능성The Zero-Sum Society>은 1980년 출간 당시 미국을 ‘더 이상 번영을 기대할 수 없는 제로섬 사회’로 규정해 주목받은 책이다. 서로는 모든 경제 현상이 제로섬 요소에 의해 이뤄진다고 전제한다. 누군가가 득을 보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에너지, 환경, 소득 격차 같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차례로 예거하면서 그와 같은 제로섬 요소를 어떻게 처리할까를 결정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공장과 설비에 대한 투자 증대가 생산성 문제 해결책 중 하나라면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해지도록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생활수준 저하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져야할 불편이나 손실은 최소한 상당 기간 얻게 되는 이익만큼 클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제로섬 사회’다. 미국이 경제 번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로섬 사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는 어느 사회이건 사람들은 이익만 추구하고 손실은 자발적으로 떠맡지 않으므로 경제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985년 <제로섬 해법>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 경제의 제로섬 딜레마의 해결책으로 분배 참여 제도, 유망 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1938년 미국 몬태나 주 리빙스턴에서 태어난 서로는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학 석사를 거쳐 1964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 서른 살 젊은 나이에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된 뒤 MIT대 경영대학장, 뉴욕타임스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제로섬 사회>(1980) <자본주의의 미래>(1996) 같은 저서는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경제학을 도구로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것은 물론 기발한 비유와 쉬운 언어로 딱딱한 경제학을 대중화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경제 자문을 맡았던 그는 카터 행정부에 중용되지 못하자 경제학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 몰두했다. 1997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왕의 귀를 사로잡을 수 없다면 대중에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대중과의 소통은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