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신도시라이프로 서울의 온픽쳐스라는 가족사진전문업체에서 해운대주민들에게 영정(효도)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15년전 아버님이 마산에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아무런 준비도 없이 특히 영정사진도 없기에 온 집안을 뒤져 찾았지만 몇 년전의 사진 그것도 슬픔에 젖은 사진밖에 없어 그것을 확대하여 상을 치르면서 보는 마음이 내내 아팠다. 그래서 몇 년전 추석때 온가족이 참여하여 가족사진과 엄마의 영정사진을 찍었다. 명절때마다 고향 집에가면 환하게 웃는 엄마사진과 아버지의 낡은사진이 비교가 되는 듯 했기에 이번 영정사진 찍어주는 행사를 잘 하기로 마음 먹었다.
부랴부랴 사진찍을 때 필요한 장소와 옷, 간단한 드라이와 홍보등 너무 할것이 많았다. 결국 장소는 IMF이후 18년째 해운대역옆에서 매주 화요일 무료급식을 하는 가마솥급식소 하경용대표님에게 부탁을 드리니 흔쾌히 승낙을 하셨다. 늘 해운대를 위해 봉사를 하시기에 특히 무료급식을 하면서 넉넉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상대하기에 그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수 있을것이라 생각을 했다. 겨울이라 사진찍는 것을 기다리면 춥고 배가 출출하기에 사진찍고 식사까지 대접을 받을수 있는 이곳이 제일 적당한 것 같았다.
여성옷은 한복으로 생각하여 해운대구 자원봉사센터 문희국장님에게 물으니 주민들이 깨끗하게 입은 한복을 모아서 우즈베키스탄등의 고려인들이 사는 정착촌에 보내는데 그 옷을 빌려준다고 했다. 그리고 남성들은 양복을 생각하고 불교신도회를 통해 부산의 대표적인 기업인 파크랜드의 부회장님과 연락이 되어 파크랜드 공장에 가니 크기별로 잘 정리된 양복과 와이셔츠 그리고 넥타이까지 얻을수 있었다.
그리고 정육점을 하면서 틈틈이 미용기술을 배우신 분이 해운대미용협회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줘 아는 공무원과 직접 구청옆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갔다. 김영환사무국장님이 화요일날 미용실이 쉬니 간단한 메이크업을 하실분들과 연락을 하여 도와주시기로 했다. 오늘도 국장님이 두분의 여성 선생님들과 오셔셔 어르신들이 양복과 넥타이를 챙겨주었고 사진을 잘 찍기위해 드라이와 스프레이로 어느 어르신 말대로 호박이 수박이 되었다라며 너무 좋아하셨다.
지지난주와 지난주 급식할 때 영정사진을 찍는 다는 홍보물을 돌렸고 가마솥급식소위에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마음이 답답했다. 지나주에 발행된 신도시라이프에서 영정사진을 찍어준다는 기사를 1면에 내었기에 하루에도 몇통씩 전화가 오기에 많은 분들이 올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혹시 소홀한 것이 없을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오기에 우왕좌왕할 것 같아 마을자치학교에서 만난 분들에게 급하게 도움을 요청했고 메르스와 좌동 체육대회에 최선을 다해 봉사했던 좌1동청년회원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분들도 사진찍기에 도움을 많이 주시기로 했다.
드디어 오늘 서울에서 첫 KTX를 타고 온픽쳐 온기호님과 여성 선생님과 광안동에서 오신 작가님이 9시에 도착하셨다. 벌써부터 사진찍어준다는 말에 어르신들은 8시부터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9시부터 접수와 더불어 사진찍을 준비를 시작했다. 메이크업 하실분도 오셔셔 큰 거울과 드라이기를 준비하셨다. 어르신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래 10시부터 찍으려했으나 병원에 예약을 잡으신 분들도 있고 밖에서 오래 기다리는 것보다 빨리 찍는 것이 나을 것 같아 9시 40분부터 사진찍기를 시작했다. 남성분들은 양복을 입고 여성분들은 한복을 입으며 자기 차례가 돌아오기를 바랬다. 오랫만에 어르신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어르신들 얼굴이 경직되어 있어 사진작가님이 풀어주려고 갖은 재롱을 연신 피웠다. 그 모습에 오랜만에 웃음을 띠우는 순간 작가님이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찍으셨다.
원래 작가님이랑 이곳에서 100분을 찍고 내년초에 반송.반여에서 조손가정혹은 어르신들 영정사진을 찍으주려고 했기에 혹시 100분이상 오시면 어떻게 하나.. 작가님들도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오셨기에 많이 피곤하실것인데... 하며 마음이 조마조마했디. 어떤 분은 조그만 사진을 들고오셔셔 사모님이 많이 아파서 못오니 크게 확대해 달라고 했지만 접수는 했지만 나중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성분들도 퇴직후 처음으로 등산복이 아닌 양복을 입으셨다고 좋아하시는 모습과 여성분들이 이쁜 한복을 고르려고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분들은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청춘을 바쳐 피땀흘리신 분들이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더 각박해져 힘든 삶을 살아가는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힘들어 공짜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신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자식들에게 얼마살지 못하는 자신의 마지막 사진을 남겨두어 몸은 세속을 버려도 자신을 잊지 말라는 당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영정사진을 찍으면서 연신 어르신들의 굳은 얼굴을 펴는데 노력을 하는 사진작가님들과 오랜만에 사진을 찍는다고 들뜬 어르신들의 옷 매무새와 드라이를 해 주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정노동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내 자신이 엄마 혹은 장인장모 어르신들에게 억지로 웃음을 띠게 살갑게 했던가.. 반문해 보지만 마음이 그렇지 못해 아프다. 그렇지만 이분들은 오늘 처음 만난 100여분의 어르신들의 마음을 풀어주기위해 오늘 사진찍는 3시간여동안 마음을 헤아리는 힘든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사회가 그런 분들의 노력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사진도 끝이 되어간다. 하회장님이 수고한다며 박카스 한 개씩을 주었다. 박카스를 먹으며 지친 몸을 달래며 남은 사진의 마무리를 했다. 밖에서는 어르신들의 점심급식을 위해 봉사자들과 좌1동청년회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식사시간인 12시에 맞춰 사진찍는 행사도 끝났다. 아침부터 서울에서 오신 분들에게 부산의 명물인 돼지국밥을 한그릇 대접하려고 밥도 먹지 않았는데 그분들은 기차에 내리자 마자 국수로 때웠다고 하여 막바로 사진촬영에 돌입했기에 나도 아침을 먹지 않았기에 빨리 마치고 아침겸 점심을 먹을수 있어 너무 좋았다.
사진 찍는 장비를 정리하고 같이 고생한 사진작가님, 마을자치학교 자원봉사자분들과 여러분들이 함께 앉아 오늘 행사가 잘 끝난것에 서로들 감사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2차로 서울분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어 청사포로 가서 겨울바다를 보여주었다. 날씨가 좋아서 저 멀리 대마도까지 보였다. 시간이 되는 대로 빨리 어르신들의 영정사진을 액자에 만들어 보내주기로 하고 2차로 반송,반여지역 사진을 찍을 준비를 온픽쳐와 내가 계획을 짜기로 했다.
어르신들의 이마에 70성상이상의 힘든 삶의 주름살들이 오늘 사진을 찍으면서 잠시나마 펴졌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그나마 우리 사회가 발전할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모두가 행복한 것이 <행복보태기 프로젝트>의 목표이기에 오늘 너무 잘 마무리 된것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 활동을 CJ케이블방송에서 촬영을하여 저녁에 보내왔는데 너무 잘 나와 모두들 칭찬을 해주니 부끄럽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