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91회]마왕을 항복시키다[2]
은각은 가짜 오로병을 들고 이번에도 아까처럼 거들먹거리며
문을 나가 오공을 보고 큰 소리를 쳤다.
"너는 어떤 놈이냐? 함부로 소리를 지르다니
고약한 놈이로구나.
오공이 대답했다.
"네가 나를 알겠느냐?"
"나는 네놈과 싸우지 않겠다.
이쪽으로 와 내가 부르면 대답이나 해라."
"흥! 좋아 그까짓 대답이야 골백번이라도 해주지.
그러니까 내가 부르면 너도 대답을 해야한다."
"내가 너를 부르면 너는 호로병속으로 끌려들어 가게돼!
그런데 네가 나를 부르면 어떤 보물로 어떻게 할껀데?"
"내게도 호로병이 있다."
"엥? 그래? 어디좀 보자!"
"이 망할 자식아! 잘 보란 말이야!"
오공은 소매속에서 호로병을 흔들어 보이고 얼른 집어넣었다.
은각은 깜짝 놀랐다.
"저놈의 호로병이 어째서 내것과 같을까?
어디서 얻었을까?
아무리 한나무에 열린 것이라 해도 크기나 모양이 다르텐데
어째 이렇게도 똑같다는 말인가?"
은각은 정색을 하고 물었다.
"행자손 너는 그 호로병을 어디서 얻었느냐?"
그러나 오공은 호로병의 내력을 전혀 모르므로
이렇게 되물었다.
너의 호로병은 어디서 얻었냐?"
은각은 오공의 꿍꿍이를 알 까닭이 없었다.
진심으로 묻는 것이라 여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숨김없이 늘어 놓았다.
"내 호로병은 말이야 혼돈이 처음 갈라지고 천지가 개벽 될때에
태상노군이란 분이 계셨어.
이분이 여와라는 사람으로 환생해서 돌을 달구어
하늘을 기워 세상을 구했데, 그분이 하늘을 기원놓고
곤륜산 기슭에 이르러보니 신령스런 등나무가 있었는데,
그 등나무에 이 자금홍 호로병이 달려 있었거든,
그 뒤로 지금까지 전해진 것이야."
오공이 알았다는 듯이 그 말을 받았다.
"내 호로병도 그래!"
"그걸 어떻게 아느냐?"
"청탁이 처음으로 나뉠 때 하늘은 서북이 차지않고
땅은 동남이 이지러져 있었다.
태상노군이 여와로 환생하서 하늘에 이지러진 데를
깁고 나서 곤륜산 기슭에 이르러 보니 한그구에 신령스런
등나무에 두개의 호로병이 달려있었어.
네것은 암컷이고 내가 지닌 것은 숫컷이거든."
"암컷이고 숫컷이고 사람을 끌어 담아야 ㅇ보물인거다."
"그야 이를데 있나. 너부터 나를 담아봐라."
은각은 뛸듯이 기뻐하고 몸을 솟구쳐서 공중으로 오르더니
호로병을 잡고 거꾸로 들고 소리쳤다.
"행자손!"
오공은 파룩차례나 대답을 했다.
그러나 들어가지 않았다.
은각은 내려오더니 다리를 끌면서 가슴을 치고 중얼거렸다.
"하늘님 맘소사! 세상이치는 어느 것이나 매한가지로구나.
이 보물까지도 남편을 겁내는구나. 암컷이 숫컷을 만나니
도무지 끌어 담지를 못하는구나."
오공이 껄껄껄 웃었다.
"이봐. 네것일랑 치워! 이번엔 내가 부를 차례다."
오공은 즉시 곤두를 쳐 하늘로 뛰어 올라서
병의 아가리를 아래로 돌려서
은각을 내려다 보며 불렀다.
"은각대왕 !"
은각은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하고 대답을 하던 은각은 쓰윽 병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공은 지체없이 "태상노군급급여울령봉칙"
이라는 빨간 딱지을 호리병 아구리에 붙였다.
오공은 기쁨을 참지 못했다.
"으하하하,, 기분 좋구나 이놈아!
네 놈이 오늘 새로운 걸 맛 보았지."
오공은 구름에서 내려와 호로볌을 들고
삼장을 구하려는 일편단심에서 다시
연화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산길이 울퉁불퉁하여 오공의 걸음도 뒤뚱거렸다.
그 바람에 호로병도 철렁철렁 소리를 냈다.
오공은 단련을 받은 몸이라
호로병에 갇혀서도 그리 쉽게 녹지 않았다.
그러나 은각은 비록 구름을 타고 오갈수는 있어도
그건 한낱 법술에 지나지 않고
대체로 범속한데서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보물속에 빨려 들어가자 곧 녹아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도 오공은 은각대왕이 녹지 않았으리라 믿고
히쭉벌쭉 웃으며 말했다.
"이놈, 내 아들아! 오줌을 누었느냐?
입에 침을 모았다가 밷었느냐?"
그건 아까 이 손어른도 그렇게 한거야.
칠팔일 더 있어, 아주 죽처럼 녹을 때 까지
넌 덮개를 안 열련다. 바쁠것이 뭐있냐?
아까 생각하면 천년을 안 열어도 싸지."
호로병을 들고 이렇게 혼잣소리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동굴 어귀까지 왔다.
호로병을 흔들어보니 아까보다 물소리가 컸다.
"이 놈이 점점 대통같은 소리를 내는 구나.
언제쯤 스님을 구할 수 있을지 점이나 쳐볼까?"
오공은 호로병을 흔들면서 자꾸만 중얼거렸다.
"주역문왕,,공자성인,, 도화녀선생,,사랑애지기,, 귀곡자 주목선생,,
정법도사,, 법성화보살마살,, 흐르는 물대인,, 송죽도사,,
보이네 ,, 안보이네,, 설아녀,, 수정녀,, 해인스님,, 혜월도사,,
러꼬르상선,, 지옥녀,, 극락대군,, 웅얼웅얼, 엠병강퇴,, 정효퇴치,,??
히히히...
동굴안에 요정들이 그를 보고 기겁을 했다.
"대왕님 큰일 났습니다.
행자손이 은각대왕님을 호로병속에 넣고 흔들어 점을 칩니다.
"금각대왕은 그 소리를 듣더니 혼비백산해서
땅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아우아! 아우야! 너와 내가 천상계를 빠져나와 속세로 내려온 후로
영원토록 이 산굴의 주인이 되어 같이 영화를 누리려 하였는데
어찌하여 저따위 중놈에게 목숨을 잃고 나와 수족의 정을 끊었느냐!"
동굴속의 모둔 요정들이 일제히 따라 울었다.
대들보에 매달려 있던 저팔계는 그 광경을 보더니
참을 수가 없어 참견을 했다.
"이봐 요정들아, 울지말고 이 어른의 말씀을 들어라.
아까 처음 왔던 손행자나 그 다음에 자행손이나 이번에 온 행자손은
모두 우리 형님이시다. 내 형은 일흔두가지로 둔갑을 할 수있거든
아까 보물들을 훔쳐다가 은각을 잡아 넣은 거야. 네 아우는 죽었어.
아무리 울어도 이제는 소용없어, 어서 냄비와 솥을 깨끗이 씻고
갖은 채소로 정성껏 음식을 장만해서 스승님과 우리를 풀어줘
그러면 네 아우를 위해서 수경생을 읽어주마."
이 소리를 들은 금각대왕은 대노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저놈 저팔계는 고약한 돼지놈이다.
네놈들이 작정하고 나를 놀리려 드는구나.
너희들은 울음을 그치고 저놈 팔계를 끌어 내려서 푹 삻도록 해라.
내 싫컷 먹고나서손행자를 잡아 원수를 갚겠다."
오정은 팔계를 나무랬다.
"꼴 좋게 되었군, 그래 말을 적게 하라고 그렇게 당부해도
듣지 않더니 입덕을 남 먼저 입어 삶기게 되었구려."
팔계는 무서웠다. 그런데 옆에 있던 요정이 대왕에게 말했다.
"대왕님 저 팔계는 잘 삶아지지 않습니다."
팔계가 얼른 받았다.
"아미타불! 어느 형님이 음덕을 쌓으시누만
과연 잘 삶기지 않지."
그러자 한 졸개가 건의했다.
"저놈의 껍질을 홀랑 벗기면 잘 삶아질 것입니다."
"아 아니, 잘 삶깁니다, 잘 삶겨요.
가죽과 뼈가 두껍고 딴딴하긴해도
뜨거운 물에선 푹 삶기지요. 아주 잘 삶깁니다요."
이렇게 떠들썩한 가운데 앞문을 지키는 요정이 뛰어 들어왔다.
"대왕님, 행자손이 다시 와서 호통을 칩니다."
금각은 또 간이 철렁했다.
"이놈이 나를 깔봐도 분수가 있지!
애들아 저팔계놈은 그대로 매두고
아직 보물이 몇개 남아있는지 보고오너라.
집사졸개가 보고를 했다.
"대왕님 동중에는 아직 세가지 보물이 있습니다.
칠성검과 파초선 정병이 남아있습니다."
'병같은 건 아무 쓸모가 없다.
병은 원래 인간을 끌어 담는 것인데
주문이 그놈에게 알려져 도리어 아우가 그 속에 담긴거야.
그러니 그건 그냥두고 칼과 부채를 가지고 오너라."
화가 난 금각대왕이 새로운 보물을 들고 오공을 잡으러 나간다.
오공에게 아우 은각을 잃고 화가 난 근각과 맞대결이 시작되고
덕분에 살아난 바보 저팔계의 운명은 끝이 날것인지...
흥미진진해져 가는 다음 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