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면 산성리는 당진의 끝자리에 있는 마을입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전만해도 정미면 산성리는 서산시에 속할 정도로 생활권이 서산에 가깝다고 하네요. 복잡한 당진 시내와는 달리 고요하면서 평화로운 농촌 풍경을 마주할 수 있어서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배창선 마을 해설사가 산성리 지명유래에 대해 해설을 해 주었습니다. 정미면 산성리는 자모산 상부에 옛 성터가 있어 ‘산성(山城)’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산성리에는 거북골, 되백골, 상중말, 장수골, 탑골, 양지말 등 여러 자연부락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특히 장수골은 오래도록 살다의 ‘장수(長壽)’가 아닌, 물이 오래 나온다는 뜻에서 ‘장수(長水)’로 불렸다고 합니다. 또한 되백골이라는 부락은 비옥한 흙이 있어 보리 한 되를 심으면 백 대를 먹였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네요.
과거 산성리 주민들의 주 소득 작목이 누에를 키우는 일이었는데요. 집집마다 누에를 키우는 잠실이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잠실이 거의 없어졌지만, 옛날엔 산성리 곳곳의 집에서 누에를 먹였다고 합니다. 잠실 문을 열면 뽕나무 향과 누에 향이 어우러져 좋은 냄새가 났다고 합니다. 또한 아궁이에 불을 때야 했기 때문에 잠실에서는 늘 따듯한 온기가 느껴졌고,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산성리에는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故 문인환 씨의 효심기리며 지은 효자문과 효자비가 있는데요. 김경숙 마을 해설사와 함께 효자문과 효자비가 세워진 유래를 알아보았습니다.
마을주민사이에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문 씨는 양부모를 모셨는데, 그가 9살 때 부모가 큰 병을 앓자 지극히 간호했다고 합니다. 이후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산에 가서 3년 상을 치렀고 이를 보고 감명받은 사람들이 효자문과 효자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현재 효자문은 닫혀있고 효자비는 한문으로 적혀 있어 읽기 어렵자만 자모산 봉우리에는 문 씨의 이야기를 한글로 풀어낸 안내판이 있다고 하니 다음 기회에 자모산 정상에 꼭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효자문 인근에서 서산 방향으로 내려와 야트막한 언덕에서 마을해설사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마을해설사 오른편 골에 거북바위가 있는데요. 거북바위는 주민이 쟁기로 밭을 갈다 큰 돌이 걸려 파보니 거북이가 나왔다는 설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거북바위에 얽힌 비석이 발견되지 않아 찾으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찾지못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정미면 산성리는 거북바위가 자리한 인근에 거북공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공원이 완성되면 거북바위를 공원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산성리에는 자랑거리가 많은데요. 그중 하나가 산성저수지입니다. 마을회관 인근에 있는 산성저수지는 일반 저수지보다 규모는 작지만, 자연경관이 무척 아름답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 농사 짓기 위해 만들어진 산성저수지는 위에서 바라봤을 때는 저수지 안에 하늘이 담겨있어 신비롭다고 합니다.
현재 산성리에서는 마을회관부터 저수지까지 걷기 좋게 길을 연결해 산성저수지를 생태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하네요. 마을해설사로 활동하는 문한석 이장은 산성저수지는 장수골에서 흘러나온 물로 형성된 저수지로 산성리는 지대가 높아 농업용수 공급이 안되고 있어 저수지 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또한 산성리에는 당진과 서산의 경계인 회천고개가 있습니다. 정미면 승산리부터 서산시 성연면 명천리까지 총 10km 정도 구간을 지금은 ‘회천로’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문한석 마을해설사는 1960~1970년까지만 해도 회천고개가 상당히 유명했다고 전했습니다. 회천고개 인근에는 슈퍼, 주막, 술집, 약국, 서당, 강습소 등 없는 게 없는 번성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당시에는 서산으로 장을 보러 다녔는데 우마차를 타고 회천고개까지 오면 집에 다왔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문한석 마을해설사는 지금의 유치원과 같았던 강습소에서 한 학기에 겉보리 한 말을 내고 글을 배우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며 어릴적 추억을 전해주었습니다.
80대 노인들로 구성된 회춘유랑단
정미면 산성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회춘유랑단’인데요. 문영미 마을해설사의 마을해설이 이어졌습니다. 회춘유랑단은 산성리 80대 노인들로 구성된 극단입니다. 회춘유랑단은 지역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을 방문해 지역의 전설과 설화를 소재로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안국사 배바위’, ‘우리 동네 잔칫날’ 등 마을과 관련된 내용으로 인형극을 선보였으며, 2018년에는 충남아마추어 연극제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산성리는 요즘 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 지역 어르신들이 즐기면서 노년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해설사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100~15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들어 인형극을 하고, 손맛이 뛰어난 할머니들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딸기와 블루베리, 오디 등으로 만든 전통차를 판매하는 찻집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네요.
문한석 이장과 마을해설사들의 마을사랑과 마을발전을 위한 노력이 있어 앞으로 정미면이 당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될것 같네요.
'당신 최고야', '대박 산성고을' 마을회관 입구 장승에 새겨진 문구처럼 정미면 산성고을의 멋진 행보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