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읽을거리를 찾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여러 이유로 번번히 책을 못찾고 되돌아왔다. 딸 책꽂이에 있어서 출근 전에 잠깐 읽어야지 하고 꺼내들었다. 제목과 표지 처럼 그냥 청소년 성장소설이겠구나 싶었고 그 생각이 맞았다. 나의 청소년 시절과 보편적인 지금의 청소년들 그리고 현재 우리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시간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식이 부모를 성장시킨다는 말의 의미를 또 깨닫게 된다.
주인공 18살 반윤환은 새벽과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에서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잠만자는 학생이다. 그 반 친구 지나루와 강별, 윤건, 지나루 친구 강은비와의 갈등 관계에서 중학교때 친구였던 이하은을 지켜주지 못한 마음속 상처에서 벗어나게된다는 이야기다.
오늘은 세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읽고 있던 헤밍웨이의 소설을 다 읽었다. 자연에게 인간은 이길 수 없다. 이런 걸 느끼진 않았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내 것이 아니라면 빼앗기거나 소멸해 버린다는 것. 결국 잃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p40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이들이 잘못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어떤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로 인해 어떻게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잘못된 것은 살아남는 방식이었고 그건 이 세계의 탓인지도 몰랐다. 이 세계는 한 사람을 망가뜨리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p248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너무 부족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태어난 대로 사는 사람과, 너무 부족하고 한심한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나는 전자의 부류였다. 한심한 나를 인정하고 한심하게 살아왔다. 소중한 사람이 아무도 없던 나는 이하은의 말처럼 그저 죽기 위해 살았다. 너무 먼 길을 돌아왔지만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이제 내 안에 있는 커다란 조각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고 싶어졌다. 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