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부터 집사람이 낙지, 쭈꾸미 이러면서 저를 졸라댑니다.
밥하는 신랑을 만나서, 결혼 후 1년이 넘어가도록 10번이나 밥상을 차렸을까?? 싶을 정도로 부엌일에는 신경을 안쓰게 하다보니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밥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ㅎ.ㅎ.ㅎ.ㅎ.ㅎ.
주말이고, 마침 주방이모도 쉬는 날이고해서
가게문을 좀 늦게 열 요량으로 어시장으로 아침마실을 갑니다.
낙지볶음 쭈꾸미볶음 이랬으니
자주가는 냉동식품점에가서 냉동낙지를 사서 볶아 주려고 했는 데
낙지탕탕이도 해줘!!!!
이럽니다...
해달라니....해줘야죠.....
차를 산낙지 도매점 근처에 대려니 마땅찮습니다.
대목 아래고, 주말 마지막장 아침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생물 도매가게들을 지나 냉동 도매가게들을 지나 결국 수협공판장 근처에 차를 댑니다.
오늘의 목표는 탕탕이와 볶음을 위한 수입 산낙지입니다.
적당한 가격으로 아주 대중적인 놈이죠.
국산 산낙지 탕탕이는....
글쎄요...직접 잡는 거 안보신 이상....
어차피 멀어진 거리
공판장으로 해서 천천히 둘러봅니다.
작년에도 대구가 넘쳐났는 데
올해는 더 많습니다.
씨알 수량 할 것 없이 지난해보다 좋습니다.
가격도 조금 내린 듯 합니다.
제수용 문어도 슬 슬 공판장에 나타납니다.
지금쯤 가격이 많이 안올랐을 때 삶아서 얼려둬도 좋습니다.
청어 오징어 가자미 서대 등등 참...종류도 많습니다.
오징어 문어 호래기는 보이는 데
쭈꾸미 한지 낙지는 안보입니다.
그런데 한 집에 낙지가 딱! 있습니다.
주변에 다 문언데 딱 그놈만 낙집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그냥 감이 낙지라고 합니다.
크기가 낙지치고 아주 큽니다
식당에서 쓸 크기가 아닙니다.
국산 산낙지
한마리 만원이랍니다.
이런 사이즈는 수입하지 않기에 믿을 수 있습니다.
두 마리 있는 거 다 삽니다.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아까 산 낙지를 꺼냅니다.
힘이 많이 빠졌지만 아직 살아 있습니다.
살 때는 몰랐는 데 굵은 다리가 제 손가락만 합니다.
실합니다.
몸통을 뒤집어 내장을 제거한 후
굵은 소금을 뿌려 박박 치댑니다.
낙지의 점액질과 이물질이 거품처럼 빠져나옵니다.
처음에 50여번 주물러서 한 번 헹구고
다시 소금을 뿌려 100여번 주물러서 씻어냅니다.
손에 힘을 꽉 줘서 많이 주물러 줄 수록 낙지가 맛있어집니다.
이정도 씻으면 냉동낙지도 산낙지의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채소를 볶고 비법양념을 하고
낙지 두 마리를 통째로 넣습니다.
센불에 재빨리 볶아서
양념과 따로 놀아도 좋으니
가위로 탁 잘릴정도로만 볶아냅니다.
너무 익히면 외려 맛이 없습니다.
접시에 담아내어 먹기 직전에 가위로 자릅니다.
오호.....
분명히 내 손가락만한 다리였거늘
입안에서 눈녹듯 사라집니다.
낙지주제에
질긴 연체동물 주제에 씹는맛을 생략시키다니
너무 훌륭합니다.
집사람과 둘이서 이제껏 먹은 낙지볶음 중 최고라고 하면서 먹습니다.
소면도 삶아서 양념에 살짝 비벼먹습니다.
좋습니다.
딱 한 잔 생각납니다.
이건 진짜 조만간 날 잡아서 진상하겠습니다.
(드셔보셔야해요!!!)
오늘 저녁 메뉴는 가게 일찍 마치고
마누라가 사온 한우 투쁠 등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