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너더리통신 64/180119]‘확신범’과 ‘인간망종들’
어제(18일)자 조간신문 2면 머리쪽에 가로로 대문짝만하게 실린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모(李謀)라는 전대통령이 최근 측근들의 검찰 수사에 대해 입장문을 밝히는 가운데, 도열하여 서있는 또다른 핵심측근 8명. 그중 언론인 출신이 4명이다. 나도 한 시절 신문사에 있었기에 그들의 이름 석 자도 들어봤고, 가까이서 여러 번 접한 친구도 있다. 늘 의문이 드는 것이, 그들은 과연 주군(主君)으로 모셨던 MB의 결백(潔白)을 처음부터 현재까지 확신하는 것일까? 하기야, 그러기에 5년 동안 충성(忠誠)을 다 했으리라. 이제는 아니라해도 어쩔 수 없이 ‘한 배’를 탔기에 갈 데까지 가려는 것일까?
그들은 젊은 시절 한때는 파사현정(破邪顯正)과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외치며 기자(記者)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소위 ‘조중동’이라 불리는 메이저신문의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김효재(66) 조선일보 편집부국장, 편집국장직대, 수석논설위원 △김두우(60) 중앙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이동관(61) 동아일보 정치부장, 도쿄특파원, 논설위원. 또 있다. △최금락(60) MBC 기자, SBS 워싱턴특파원,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한국기자상, 참언론인대상, 서울언론상 등도 탔다. 한마디로 쟁쟁한 커리어다. 그런 그들이 MB캠프에 차례차례 들어가고 홍보수석비서관, 정무수석, 대변인 등을 역임한 후, 이제 MB의 ‘순장조(殉葬組)’를 태연하게 자임(自任)하고 나섰다.
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기에 그들에 대해 정말로 궁금하다. 한때는 취미를 ‘사람 사귀기’로 적기까지 했으니. 그들은 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사적으로 언론계 선후배로 만나 술 한잔 사며 물어보고 싶다. “곧 죽어도 고(GO)냐”고. “‘기자의 눈깔’이 실명(失明)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냐“고. “MB의 결백과 정치보복이라고 확신하느냐”고. 댓글사건이 터지자, 그중의 한 친구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런 것이나 보고받는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며 UAE로 출국하는 주군을 눈으로 좇으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진짜였으면 좋겠다. 아무리 JTBC에서 팩트체크로 까뒤집어도, 김어준 총수가 드세게 들이대도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나라는 사람은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의 소유자다. 나는 MB도 모르고, 정치(政治)는 더더욱 모른다. 그래서 이제껏 수십 만자의 졸문을 끄적거렸지만, 정치에 관해서 거의 써본 적이 없다. 당연히 ‘다스’의 주인이 누구인지? ‘특활비’를 요구해 받아 사적으로 썼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시중(市中)의 입’은 무섭다. 그를 애초부터 미물(微物)인 동물에 비유했다는데, 그게 ‘정답(正答)’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래도 너무, 아주, 허벌나게, 야비한 것같은데(김모라는 20년도 넘은 ‘복심(腹心)’이 왜 배반했을까를 생각해 보자),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정말 왜 그런 것일까?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있는 장성한 아들과 딸이 있을 터. 지각(知覺)이 훌륭할 자녀들은 아버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금수저 패밀리’의 부자(父子)들은 어떻게 해도 언제나 ‘한통속’일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하다. 한평생 살면서, 최소한 자기 자식들에게만큼은 존경(尊敬)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부디, 내 생각이 또 순진하다고 나무라지 마시라. 정말로 내 생각은 그렇다.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단어를 배운 게 언제였더라? 한번 눈에 뭐가 씌이면 정말 보이는 게 없는 것일까? 나름 모두 똑똑한, 한 가락씩 하던 인물들이었을 터(나보다 백 배나). 우리가 알 듯이, 느끼듯이, MB는 아무래도 일개 ‘장사꾼’이 아닌 게 분명한 모양이다. 그러니 저들이 그럴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사람이 ‘확신범(確信犯)’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류(類)는 목에 칼을 들이대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전모(全謀)라는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지금도 “광주항쟁은 북한에서 침투한 공비가 일으킨 것이고, 본인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죽어도 사살(射殺)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하고 있다. 그는 ‘조폭 두목’처럼 체면 때문에라도 거짓말을 못할 터이니 진짜로 그렇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 그를 어떻게 하겠는가? 이 정도 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박모(朴謀) 전대통령도 ‘도긴 개긴’이다. “사적으로 1원도 쓰지 않았다. 대한민국과 결혼한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감옥에서 얼굴이 분노로 붉으락푸르락 ‘올림머리’할 염도 잊은 지 오래이리라. 아멘!
한편으론 가슴을 쓸어내린다. 만약에 내가 저 ‘지경(地境)’에 빠졌다면 어쨌을 것인가? 정부부처의 대변인을 했다던가, 이 당 저 당을 옮겨다니며,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지니 시장 군수에 나서는 등, 말년에 정치 한답시고, 고급공무원 한답시고, 신세 조지는 일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이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기 싫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닐 수가 많지 않던가. 정말 다행이다. 이럴 때는 못난 놈이 최고다. 능력이 없기에 아무 곳에서도 '손짓'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휴- 못나길 정말 잘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100세 시대'라지만, 설마 일백살을 살 것인가. 얼마나 산다고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 것인가. 내 일 내가 해 배 부르고 등 따수면 되는 것을. 요임금때 어느 농부가 읊었다는 '농부가'의 깊은 뜻을 이제야 알겠다.
지난해 3월 9일이던가, 어느 야물딱지게 생긴 대법관이 “대통령 000을 인용한다”는 선언으로 ‘청와대 공주’는 억지로 삼성동 사저로 향했다던가. 그때도 놀랐다. 모 방송사 앵커였던 분이 대변인으로 나서 짤막한 성명을 낭독할 줄이야. 그들의 눈부신 ‘변신술(變身術)’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인가? 변신도 유만부동(類萬不同)이지, 이것은 정말 아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것이다. 그 얼마나 많은 언론인(신문과 방송을 통틀어)이 ‘정치’를 꿈꾸다 망가질대로 망가졌던가. ‘병신’된 꼴을 그만큼 보았으면 되었지, 언제까지 더 보란 말인가? 차라리 눈을 감는다. 이름 석 자, 내 입에서 올리고 싶지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문, 텔레비전은 언제나 중계하느라 바쁘다. 어쩔 때는 ‘신까지’ 나나 보다. 안볼 수도, 볼 수도 없다. 이건 숫제 공해(公害.public pollution)다. 스트레스(stress)가 별 거 아니다. ‘인간망종(人間亡種)’들은, 죽을 때까지 안봤으면 하는, 가느다란, 불가능한 희망(希望)을 갖고, 오늘도 간신히 살아가는 내가 기특하다. 할렐루야.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