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앞에서 쫒겨나는 일은
방랑객 김삿갓에겐 다반사(多飯事)였을텐데 그 분풀이를 가끔 시로 하였습니다. 어떤 건 젊잖게, 어떤 땐 작심하고 심한 욕설로 분풀이하고 있네요. 아래에 보는 시비(詩碑)에 새겨진 건 그래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만..
개성(開城)에서 문전박대 당하고 / 김삿갓
邑號開城何閉門(읍호개성하폐문) 고을 이름은 (열 開자) 개성이거늘 문은 왜 닫으며,
山名松嶽豈無薪(산명송악개무신) 산 이름이 (소나무 松자) 송악인데 어찌 땔감이 없나?
黃昏逐客非人事(황혼축객비인사) 황혼녁에 사람 쫒는 게 사람이 할 일 아니거늘,
禮義東方子獨秦(예의동방자독진) 동방예의지국에 자네 홀로 진(秦)나라 되놈일세.
스무나무 아래(二十樹下) / 김삿갓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스무나무 아래 설흔(서러운) 나그네,
四十家中五十食(사십가중오십식) 마흔(망할) 놈의 집에서 쉰 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인간기유칠십사) 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이런) 일이 있나?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식) 집에 돌아가 설흔(선) 밥 먹는 건만 못하리.
20, 30, 40, 50 그리고 70을 넣어 한문과 우리말을 교묘히 비벼 시 한 수를 멋드러지게 지었네요. 60이 빠진 건 생각이 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아주 심한 욕(육시럴?)이 있기는 하나 차마 넣지 못한 건지..
김삿갓 욕설시로 대반격에
김삿갓기념관 안에서나 볼 수 있는 위의 '서당욕설시'는 차마 돌에는 새겨두기는 못한 듯합니다. 이보다 더 심한 욕설시도 적지 않은데, 19금(?)이라 기념관내에서도 볼 수 없기에 한 수 골라 붙입니다.
공씨* 집을 욕하며(辱孔氏家) / 김삿갓
(*성씨에다는 대개 ~가(哥)를 붙이는데, 공자(孔子)의 후예라하여 공(孔)가에겐 ~씨(氏)를 붙여야 한다나..)
臨門老尨吠孔孔(임문노방폐공공) 문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공공 짖으니,
知是主人姓曰孔(지시주인성왈공) 주인의 성이 공(孔)씨인 줄은 알겠는데,
黃昏逐客緣何事(황혼축객연하사) 황혼에 나그네를 쫓다니 어인 연유인가?
恐失夫人脚下孔(공실부인각하공) 부인의 아랫 구멍(孔)을 잃을까 두려운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