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부]
무인이다. 씩씩하고 용감하며 활을 잘 쏘았다. 세종과 문종이 모두 사랑하고 중하게 여겨서 지위가 2품에 이르렀다.
병자년(1456, 세조2)에 일이 발각되어 대궐 뜰로 잡혀 왔다. 임금이 묻기를
“그대는 무엇을 하려 했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사신을 청하여 연회하던 날에 일척의 검으로 족하를 폐하고 옛 임금을 복위하려 했으나, 불행히도 간사한 사람에게 고발당했으니 응부가 다시 무엇을 하겠습니까. 족하는 속히 나를 죽이시오.”
하였다. 세조가 노하여 꾸짖기를
“그대는 상왕을 명분으로 삼고서 사직을 도모코자 한 것이다.”
하고, 무사로 하여금 살갗을 벗기도록 하며 그 정상을 물었으나 죄상을 인정하지 않고, 성삼문 등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사람들이 이르기를 ‘서생과는 함께 모의할 것이 못 된다.’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지난번 사신을 청하여 연회하던 날에 내가 칼을 시험하려 했으나, 그대들이 굳이 저지하며 말하기를 ‘만전의 계책이 아니다.’ 하여 오늘의 화를 불러들였다. 그대들은 사람이면서 계책이 없으니 어찌 축생과 다르겠는가.”
하고, 임금에게 말하기를
“만약 정상 밖의 일을 듣고자 한다면, 저 더벅머리 유자들에게 물어보시오.”
하고는 입을 닫고 대답하지 않았다. 임금이 더욱 노하여 불에 달군 쇠를 배 아래에 놓아두기를 명하니, 기름과 불이 함께 지글거렸으나 낯빛이 변하지 않았다. 천천히 쇠가 식기를 기다렸다 쇠를 집어 땅에 던지며 말하기를
“이 쇠가 식었으니 다시 달구어 오라.”
하고, 끝내 죄상을 인정하지 않고 죽었다.
유응부는 성품이 지극히 효성스러워서 무릇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바가 없었다. 아우 유응신과 함께 모두 활을 쏘아 사냥하는 것으로 세상에 이름이 났는데 짐승을 만나 활을 쏘면 맞추지 못함이 없었다. 집안이 가난하여 한 항아리의 곡식도 쌓인 것이 없었으나 어머니를 봉양하는 일에는 일찍이 넉넉하지 않음이 없었다. 어머니가 일찍이 포천의 전장으로 갔을 때에 형제가 모시고 가다가 말 위에서 몸을 날려 하늘을 향해 활을 쏘니, 기러기가 활시위 소리가 나자마자 떨어지므로 어머니가 크게 기뻐하였다.
신장이 남보다 컸고 용모가 장엄하며, 청렴하기가 오릉 중자와 같았다. 재상이 되어서도 거적자리로 방문을 가렸고, 음식에 고기가 없고 때로 양식이 끊어지기도 하니, 처자식이 원망하고 나무랐다. 그가 죽던 날에 울면서 길 가는 사람에게 이르기를
“살아서는 보호받은 바가 없고 죽어서는 큰 화를 얻게 되었다.”
하였다. 처음 모의할 때에 여러 사람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기를
“권람과 한명회를 죽이는 데에는 이 주먹이면 족하니, 어찌 큰 검을 쓰겠는가.”
하였다. 일찍이 함길도 절제사가 되어 시를 짓기를,
장군이 부절 잡고서 변경 오랑캐 진압하니
변방엔 전쟁 먼지 없고 사졸은 편히 잠자네
빼어난 말 오천 필이 버드나무 아래서 울고
좋은 새매 삼백 마리가 누각 앞에 앉아 있네
하였으니, 여기에서 또한 그 기상을 볼 수 있다.
아들은 없고 두 딸이 있다.
태사씨는 말하노라.
누군들 신하가 되지 않겠는가마는 육신의 신하 됨은 지극하기도 하다. 누군들 죽음이 있지 않겠는가마는 육신의 죽음은 참으로 장대하다. 살아서는 임금을 사랑하여 신하 된 도리를 다하였고, 죽어서는 임금에게 충성하여 신하 된 절개를 세웠으니, 충분은 백일을 꿰뚫고 의기는 추상보다 늠름하여 백세의 신하 된 자로 하여금 한 마음으로 임금 섬기는 의리를 알아 절의를 천금처럼 여기고 목숨을 터럭처럼 여김으로써 인을 이루고 의를 취하게 하였다. 군자가 말하기를
“은나라의 삼인과 동방의 육신은 행적에 다름이 있으나 도리는 마찬가지이다.”
하였다.
성대하도다, 혜장대왕이여. 영의정으로 황각에 있을 때에는 그 공훈이 주공에 비견되고 왕위에 올라서는 그 덕이 순임금과 같으셨기에 높고 크며 넓고 원대한 덕을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었으니, 육신이 복종하지 않은 것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백이가 서산에서 고사리를 캐어 먹었으나 주나라 무왕의 덕이 실추되지 않았고, 엄광이 동강에서 낚시질했으나 한나라 광무제의 공이 손상되지 않은 것과 같다.
오호라! 육신으로 하여금 단심을 금석에다 기록하고 백수를 강호에서 보존하게 했더라면, 상왕의 수명이 연장될 수 있고 세조의 정치가 더욱 융성했을 것이거늘 불행히도 마음이 격동되어 드디어 온 들판을 태우고 말았으니, 슬프도다. 경건히 조사를 짓노라.
세찬 기운 비로소 그치자
모든 구멍이 막히게 되니
서리와 눈 희게 내렸을 때
소나무 홀로 푸르디푸르렀네
뜻있는 신하의 머리카락
임금을 사랑하여 희어지니
머리는 끊을 수 있으나
절개는 굽힐 수 없었네
다른 사람이 주는 곡식
죽더라도 먹지 않았으니
고죽의 맑은 바람이고
시상의 밝은 달이라네
땅속에 충혼이 계시니
원통한 피 한 움큼 맺혔으리
<재편집: 오솔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