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구경 / 김석수
이스탄불 여행을 마친 뒤 카파토키아로 갔다. 괴레메 일라라 계곡에서 열기구를 탈 수 있던 것은 행운이다. 야외 박물관의 어둠 교회(Black Church) 벽화는 피카소 작품을 연상케 한다. 3세기 무렵에 기독교인이 박해를 피하려고 동굴 교회를 만들었다니 놀랍다. 튀르기예의 최대 휴양지 안탈리아에서 유람선 관광은 잊을 수 없다. 목화성이라고 불리는 파묵칼레와 초기 기독교인의 성지인 에페소수를 거쳐서 이즈미르 공항에서 아테네로 건너왔다. 원래는 튀르키예 일주만 하고 귀국하려고 했지만 내친김에 그리스에서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
아테네 관광에서 대부분 꼭 가보는 곳이 파르테논 신전과 아크로폴리스, 그리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도시 중심에 있다. 그 위에 파르테논 신전과 밑에 박물관이 있다. 숙소가 있는 오모니아역에서 전철을 탄 뒤 두 번째 정거장에서 내려서 10여 분 걸어 가면 매표소다. 길을 몰라서 지나가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더니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아크로폴리스로 들어 가려면 30유로를 내야 한다. 시간대 별로 입장권을 판다. 오전 열 시쯤에 가서 오후 두 시 표를 산 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으로 먼저 갔다.
박물관 입장료는 20유로다. 이곳은 표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면 2,500여년 전에 그리스인이 사용했던 그릇이 진열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아테네 신을 형상화한 다양한 조각물이 많다. 구경하면서 느낀점은 아테네는 신이 많다는 것이다. 제우스나 올림푸스 같은 남자 신도 있지만 여자 신이 많다. 일, 전쟁, 다산 신 등 종류도 많다. 왜 그들은 이렇게 많은 신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다양한 신을 모시는 신전도 많다. 그 대표적인 곳이 파르테논 신전이다.
파르테논은 아테네를 지키는 여신 아테나(Athena)를 모시는 곳이다. 그리스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아테네는 도시와 수호신의 이름이 같다. 고대 아테네인은 아테나 여신이 자신의 도시를 지켜 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도시의 가장 높은 언덕인 아크로폴리스에 그녀의 집을 마련했다. 여신은 처녀였으므로 '처녀의 집'이란 뜻인 파르테논이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인은 여러 신을 모셨다. 왜냐하면 그들은 신이 인간의 모든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아테네에는 아크로폴리스에 많은 신전이 있었다. 그러나 전쟁을 여러 번 거치면서 지금 이곳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몇 개의 건물만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아크로폴리스의 입구쪽 아테나 니케와 왼쪽에 있는 에레크테이온 신전 등 몇 개 뿐이다.
아크로폴리스의 입구를 통과하면 크고 아름다운 신전이 마치 파란 하늘 위에 걸린 듯 날개를 펼치고 있다. 길게 늘어선 돌기둥이 장엄하고 무게가 있다. 지름이 1.5~ 1.9m라 하니 우리가 한번에 안을 수 없다. 기둥은 모두 46개라고 하니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여러 번 세야 알 것 같다. 2,000여년 전에 이런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니 놀랍다. 옆에서 같이 구경하던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왔다는 노인은 "아테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뒤 다른 나라에게 강력한 힘을 보여 주려고 신전을 지었다."라고 귀띔한다.
고대 아테네 사람은 신은 인간을 보호해 주고 바른 길로 인도하며 모든 것을 주관한다고 믿었다. 신은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으며 인간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준다. 그래서 모든 신을 모시는 일에 열심이며 정성을 다한다. 하지만, 신도 아니면서 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우상이라고 여겼다. 그들은 '우상은 신인척 하면서 인간의 고혈을 빨아 낸다. 인간과 신을 이간질하며 인생을 망친다. 인간에게 숭배 받으면서 지배한다.'라고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우상은 종종 ‘악령’처럼 묘사된다.
파르테논 신전과 아크로폴리스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소낙비가 내렸다. 길을 건너서 아테네 국립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은 무료 입장이다. 공원에서 그리스 전통 농산물 축제를 하고 있다. 그릭 요거트를 사서 아내와 함께 먹었다. 이곳저곳 산책하다가 공원 근처에 있는 제우스 신전으로 갔다. 제우스는 아테네 아버지다. 넓은 대지에 두 기둥만 우뚝 서 있다. 이곳은 파르테논에 비하면 너무 한적하다. 힘 센 제우스가 지켜 보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첫댓글 세계사도 해박해야 여행도 즐길 수 있겠네요. 참 많은 것을 아시네요.
여행하면서 공부하네요. 고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유럽을 여행하려면 세계사를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여행기를 읽으니 10여 년 전에 구경했던 파르테논 신전과 그 주변이 다시 보이는 듯합니다.
사회 교과서 표지에 나오는 그 신전을 실제로 보고 감격에 겨웠던 어느 여름날이 떠오릅니다. 무려 40도였는데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해서 그럭저럭 다닐 만했지요. 안탈리아 유람선에서 장윤정의 노래 '짠짜라'에 맞춰 춤춘 기억도 있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