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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깨끗함과 더러움〉은 몸의 문제를 '청결'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서양의 중세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청결의 개념과 기준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철학적ㆍ사회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몸'의 역사에 관한 연구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저자는 청결의 개념을 우리 몸에 관한 상상체계와 감수성, 그리고 그 규범이 서로 맞물려 형성된 복합적인 실체로 본다. 나아가 사회 전체의 역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과거에는 청결 의식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으며 문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오늘날과 같은 청결 개념이 보편화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오늘날과 형태가 다를 뿐 나름의 청결의 개념과 실천들이 엄연히 존재하였으며,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여정은 과거와 현재에 우리 몸과 관련된 인식과 표상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은 20여 년 전에 처음 출간된 이후 오늘날까지 청결과 몸에 관한 가장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로 폭넓게 읽히고 있다. 저자는 소설, 회고록, 학술서, 예절서, 각종 연감, 회화, 건축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청결에 관한 흥미로운 과거의 풍속들을 재현하였다. 흥미 위주의 일화들을 나열하는 풍속사적인 형식을 넘어서, 풍속의 변화 근본에 내재하는 심성의 변동과 지속의 역사를 살펴본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조르주 비가렐로
저자 : 조르주 비가렐로
파리 5대학 사회역사학 교수.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학제간연구센터(CETSAH) 공동소장. 프랑스국립도서관 과학위원회 위원장. ‘위생’과 ‘몸’과 관련된 사회적 태도의 역사에 관한 많은 책을 집필했다. 주요 저서로 『강간의 역사』, 『아름다움의 역사』, 『몸의 역사』(전3권, 알랭 코르뱅과 공동 책임편집) 등이 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에서 수여하는 말레르브 상을 수상했으며, 개인의 몸과 근대 정치의 연관에 천착한 미셸 푸코의 연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역자 : 정재곤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 및 출판 기획 네트워크인 ‘사이에’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가족의 비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화본), 『구조주의의 역사』(공역) 등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서론
1. 쾌락의 물에서 걱정스러운 물까지
1. 스며드는 물
2. 목욕습관의 소멸
3. 예전에 존재했던 물의 즐거움
2. 몸을 닦는 내의
1. 덮이는 곳과 보이는 곳
2. 피부와 내의의 깨끗함
3. 외양
3. 육체에 스미는 물에서 육체를 보강하는 물까지
1. 부드러운 피부감각
2. 냉기와 새로운 활력
3. 자연스러움과 인위성
4. 범람하는 오염물
5. 목욕과 부분세척
4. 보호하는 물
1. 피부의 기능
2. 물의 행로
3. 시골의 가난실태
4. 파스퇴르의 후손들
5. 여러 장치와 내밀함
결론
주
옮긴이의 말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서평
■ ‘몸’과 ‘문명’에 관한 독보적인 연구서
바야흐로 ‘몸’의 시대다. 건강과 외모에 대한 관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몸과 관련된 산업 또한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더불어 몸은 지난 반백년 동안 거의 모든 학문적 영역에서 중요한 주제로서 재발견되어왔다. 이제 몸은 개인의 주체성이 확립되는 장소이자 사회적 힘에 의해 구성되는 실체로서 시대의 가장 첨예한 영토로 부상했다.
『깨끗함과 더러움』은 이러한 몸의 문제를 ‘청결’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몸과 관련된 사회사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 성과를 여럿 남기고 있는 저자 조르주 비가렐로는 이 책에서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청결의 개념과 기준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피고 그 철학적·사회적 의미를 밝혀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청결의 개념은 우리 몸에 관한 상상체계와 감수성, 그리고 그 규범이 서로 맞물려 형성된 복합적인 실체로서, 나아가 사회 전체의 역사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의 탁월한 통찰과 함께 우리는 우리가 자신의 몸과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청결’로 보는 시대정신의 변화
저자 조르주 비가렐로는 ‘몸’의 역사에 관한 연구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저명한 사회역사학자로, 건강과 위생뿐 아니라 신체를 둘러싼 미(美)의 역사, 신체적 폭력으로서의 강간의 역사 등 몸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태도의 변화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보적인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이 책 『깨끗함과 더러움』은 이미 미국, 독일, 영국, 스페인, 일본 등 11개국에 번역 소개되어 ‘몸’과 ‘사생활’을 현대 역사학의 중요한 테마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소설, 회고록, 학술서, 예절서, 각종 연감 등 다양한 문헌들과 회화, 건축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청결에 관한 흥미로운 과거의 풍속들을 재현해낸다. 단순한 통념을 배반하는 여러 사례들은 그 자체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이 책의 가치와 의의는 오히려 그 너머에 있다.
예컨대 루이 14세가 평생 동안 거의 목욕을 하지 않았다거나, 파리에서는 18세기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창문을 열고 길에다 오물을 버리는 일이 일반적이었다거나, 더러운 냄새를 감추기 위한 목적에서 향수 사용이 발달되었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흥미 위주의 일화들을 나열하는 풍속사적인 취미를 넘어서 풍속의 변화 근본에 내재하는 심성(망탈리테)의 변동과 지속의 역사를 읽어내고 있어, 훌륭한 문화사 서술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이 책의 진가는 서구의 문명화 과정을 그 근본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인 ‘몸’을 통해 분석해내는 데 있다”라는 아날 학파의 대표주자인 로제 샤르티에의 언급이 이 점을 뒷받침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청결과 몸에 관한 가장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로서 폭넓게 읽히고 참조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 무엇이 깨끗한 것인가: 몸과 물, 내밀함과 사회적인 것의 역사
흔히 과거에는 청결 의식이 존재하지 않았거나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으며 문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오늘날과 같은 청결 개념이 보편화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청결에 대한 요구는 계몽과 함께 처음 싹터 단선적인 발전과정을 겪어온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오늘날과 형태가 다를 뿐 나름의 청결의 개념과 실천들이 엄연히 존재했으며, 그것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여정은 굴곡을 지닌, 때로는 중첩되고 엇갈린 과정으로 나타난다. 또한 그것은 결국 과거와 현재에 우리 몸과 관련된 인식과 표상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청결의 역사는 신체와 물의 표상, 내밀함의 증대, 공간과 사회 계층의 변화 등 몇 가지 첨예한 주제들의 복잡다단한 변화과정을 통해 살펴보아야 한다.
- 구멍투성이 신체
중세 이전까지 물은 청결보다는 쾌락과 더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16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목욕탕은 일탈과 유희, 매춘과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장소였다. 그러나 16세기 들어 페스트가 크게 유행하면서부터 목욕탕은 페스트를 퍼뜨리는 온상으로 지적되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여기에는 물과 신체에 관한 당시의 지배적인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즉, 우리의 몸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나 있어 외부 요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며, 물은 우리 몸에 스며들어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산파들이 갓난아이의 몸에 기름이나 소금을 바르고 꼭 끼는 옷을 입혔던 관습은 당시의 이런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때문에 16세기에서 17세기 사이에는 물 대신 다른 방법을 이용한 청결의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다.
- 육체를 단련하는 물
물이 다시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은 페스트의 위협이 기세를 잃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물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다시금 물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기 시작해, 심신을 이완시키는 더운물 목욕과 신체를 수축시키는 냉욕의 효과가 구분되어 이용되었다. 두 가지 목욕습관은 사회 계층의 변동과 조응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데, 귀족층을 중심으로 하는 더운물 목욕은 세련되고 섬세한 감각과 관능, 여유와 사치를 의미한 반면, 새로이 부상하는 부르주아들은 반대로 활력을 가져다주고 신체를 단련시키는 냉욕을 선호했다. 이러한 차이는 곧 사치와 검소, 관능과 금욕, 나약함과 활력,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의 대립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요컨대 냉욕의 대두는 신체의 표피가 취약하고 수동적이라는 관념이 신체 내부의 에너지와 적극적인 반응성에 대한 강조에 자리를 내주는 과정이었다. 18세기 후반에 피부 호흡이라는 관념과 신체를 증기기관에 빗대는 열역학 모델이 새로이 위세를 떨쳤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건강을 위해 물로 피부를 깨끗하게 한다는 현대적인 청결습관은 이처럼 복잡한 역사를 거쳐 서서히 형성된 것이다. 물론 물을 이용한 청결이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19세기 들어 물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도시 환경의 대대적인 정비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 속옷의 흰색이 때를 흡수한다
청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양과 감추어진 내밀함 사이의 관계이다. 과거의 청결은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의해 구성되는 사회적인 것이었다. 예컨대 손과 얼굴을 씻는 규칙은 중세 때부터 존재했지만 그것은 건강보다는 예절과 규범의 문제였으며, 곧 눈에 보이는 모습만을 중시하는 태도를 의미했다. 또한 몸의 청결보다는 공간의 청결, 즉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더 중시되었다.
16, 17세기의 청결을 이해하는 데 내의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16세기에는 물을 사용하는 대신 내의를 갈아입는 것이 곧 청결의 규칙이었으며, 내의의 흰색이 때를 흡수한다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나아가 17세기 들어 내의는 겉옷 밖으로 비어져나오거나 길게 늘어뜨려지는 등 의복의 표면의 일부분을 이루면서 복식규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며, 수량과 재질 면에서 사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드러내기와 감추기의 역설
이처럼 청결은 외부로 드러나는 것으로서 신분이나 인품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며, 신체보다는 간접적으로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의 문제였다. 머리분이나 향수의 발달도 같은 맥락에서 외양을 꾸미고 치장하는 데 기여했다. 16, 17세기의 청결은 이처럼 외면적이고 사회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피부감각, 즉 육체에 대한 감수성이 개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드러냄과 감춤의 이러한 역설은 표피에서 내밀한 부분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과정의 한 단계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외양을 중시하는 이런 경향은 18세기 들어 자연적인 내면의 활력이 강조됨에 따라 점차 사치스럽고 건강에도 해로운 것으로 비판받기 시작한다. 여기서도 또한 귀족계급의 규범에 반하는 부르주아 계급의 부상이 결정적인 계기를 이룬다. 또한 특권층을 중심으로 화장실 등 개인 공간이 발달하고 비데 등 개인 세척 도구가 출현한 사실도 내밀함이 부상하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나아가 보이지 않는 세균의 위험을 강조한 미생물학의 발달은 청결의 개념을 더욱 내밀한 것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스스로의 몸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강조로 청결의 중심이 이동하는 데에 현대적 의미의 청결의 중요한 특징이 있다
- 노동력과 질서를 위한 청결
귀족과 부르주아 계층에 의해 주도된 청결 개념의 변화는 18세기 이후 공공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일반 서민층에까지 확대되었다. 오물이 가득한 서민들의 공간이 지닌 위험이 특히 강조되고 도시환경과 병원 등을 재정비하는 노력이 이루어졌으며, 위생에 관한 상세한 계몽과 교육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서민층의 청결에 대한 강조는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또한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도적인 계층의 청결과는 달랐다. 세균의 발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적인 증명보다는 위험을 과장하고 공포를 조장해 도덕적인 규율을 전파하고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수명을 연장하고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노동력을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공공 위생의 발전은 또한 공간, 특히 도시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도시 곳곳에 물을 공급하는 계획은 보이지 않는 수도망을 통해 도시 전체가 연결되는 새로운 도시의 이미지를 낳았으며, 공중 목욕탕의 확대를 통해 보다 폭넓은 계층에 목욕을 보급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부르주아 계층의 목욕을 더욱 내밀한 행위로 만든 물 보급의 확대가 서민층에까지 내밀함을 가져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서민 대중에게 목욕은 위생과 질서를 위해 강제로 부과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