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꾼 부자 최첨지는 지독한 수전노에다 성격 또한 교활하여 그 집에서 머슴 살다
울고 나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올해도 도저히 견디지 못한 머슴들이 가을추수도 하기 전에 모두 나가버렸습니다.
늦가을 찬바람은 불어오는데 머슴들은 모두 나가버리고 할 일은 태산 같았습니다
최첨지의 악명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머슴을 구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때 어깨가 딱 벌어진 숙맥총각이 한명 찾아왔습니다.
“머슴 구한다는 소문을 듣고 왔심더”
최첨지는 너무나 반가워 그의 손을 잡고 사랑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들창코에다 숙맥이었습니다.
최첨지는 잔머리를 재빠르게 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추수만 끝나면 기나긴 겨울동안 머슴녀석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고 밥만 축 낼 것 같았습니다,
“여보게 우리 집 추수만 좀 해주게나. 넉넉잡아 한달이면 족할게야."
숙맥 총각은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습니다.
최첨지가 다시 물었습니다.
"한달 새경을 얼마나 주면 되겠나?"
숙맥총각은 바보처럼 히죽히죽 웃더니 "나리, 매일 매일 주세요”
"그게 무슨 소린가? 새경을 매일 매일 달라니.”
숙맥 총각은 또다시 히죽 웃더니
“첫날은 콩 한알 주시구요, 둘째날은 콩 두알, 그 다음날은 전날의 두배인 네알, 그 다음날은 여덟알… 이렇게요."
최첨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녀석 좀 모자라는 놈이구나.’ 그러나 겉으로 태연한 척했습니다
“그러자꾸나.” 해 놓고 혹시 중간에 나자빠질 것을 염려하여, 지필묵을 가지고 와서 약정서 2매를
자세히 써 각자 손도장을 찍고 한부씩 나눠 가지자구나.
숙맥 총각은 힘이 장사라 시원 시원하게 일도 잘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문간방에 누워 있는 숙맥총각 머슴에게 최첨지는 콩 한알을 던져주었습니다.
이튿날도 총각 머슴은 새벽같이 일어나 황소처럼 일을 했습니다.
최첨지가 콩 두알을 주자 숙맥은 고맙다고 두손으로 받았습니다.
최첨지는 속으로 희희낙락 했지만 표정 관리하느라 애를 썼습니다.
11일째 되는 날 밤,
숙맥총각은 최첨지 앞에서 “나리, 어제 새경이 콩 512알이었으니 오늘은 1,024알입니다.
이것 보세요, 한홉이 넘는데 한홉으로 치고 내일은 두홉이 됩니다."
18일째 되는 날은 한말 두되, 여덟홉이 되었다.
숙맥이 자루 가득 콩을 받아가자 최첨지는 뭔가 낌새가 이상하게 돌아감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호롱불 밑에서 곰곰이
계산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럴수가!
28일째는 콩이 256가마,
29일째는 512가마,
30일째는 1,024가마!
아이고 이놈한테 당했구나.'
최첨지가 숙맥 머슴을 불러놓고 약정서를 찢으며 사기를 당했다고 펄펄 뛰자,
숙맥 머슴은 눈만 껌벅거리며 쓰다 달다 말이 없었습니다.
이튿날 아침도 일찍 일어나 억척스럽게 일하고 ,
한달 만에 추수를 다해 곳간에 곡식을 채운 후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다음날 관하에서 관졸들이 나와 사또가 최첨지를 찾는다고 하였습니다.
최첨지가 사또의 호출을 받고 동헌에 다다르자 숙맥 총각이 서 있었고
사또는 약정서를 들고 있었습니다.
최첨지는 우기다가 곤장까지 맞고 숙맥 총각에게 논 열마지기를 떼어줌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고, 인색하면 손해가 더 많다는 교훈입니다.
첫댓글 감사요~~~~~~~~~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진작 나눔하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