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4분기 1조7000억 영업손실, 메모리반도체 ‘한파’… 10년만에 분기 적자
[반도체 수출 쇼크]
전체 매출서 메모리 비중이 95%
재고 쌓이고 가격 떨어져 실적 타격
“中봉쇄해제 등에 하반기 회복 예상”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7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0년 만의 분기 적자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영향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7조698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영업손실은 1조7012억 원이었다. SK하이닉스의 2021년 4분기 영업이익은 4조2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조 원의 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특히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였던 영업손실 1조2105억 원보다도 적자 규모가 약 5000억 원 더 컸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7조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 줄었다.
SK하이닉스가 4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매출의 약 95%는 메모리반도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관련 수요가 대폭 줄며 메모리 재고가 쌓였고, 가격도 급격히 낮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S(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 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는데 이는 두 회사의 사업 구조 차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은 60∼70% 정도다. 경기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부문이 분기 최대 매출을 내며 완충 작용을 해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달보다 18.1% 하락했다. 지난해 1월(3.41달러)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셈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기업 실적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 부문에서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1∼3월) 중 업계 재고 수준이 정점을 기록한 뒤 점진적으로 낮아지면서 하반기 수급 상황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올 1월 인텔이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하고, 중국의 팬데믹 봉쇄 해제 이후 경기 회복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반등하더라도 올해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한 SK하이닉스가 호황의 과실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수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 등이 부진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메모리는 호황 국면일 때 수익을 끌어모아야 침체 국면의 손실을 메우고, 투자 여력을 되살릴 수 있다”며 “인위적 감산 없이 버티는 삼성전자에 비해 투자를 줄인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투자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