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라
구운 요리 속의 비밀
마이야르 반응 Maillard reaction
서울공대 상상 예비 공대생을 위한 서울공대 이야기 2019 Winter vol .30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프라이어의 마법’, ‘수비드 조리법’에 이어서
새로운 주제로 여러분과 함께하게 된 ‘자라나라 요리요리’코너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어떤 음식과 조리법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지 않으세요?
우리 일상에는 닭, 돼지, 오리, 소, 심지어 생선까지!
다양한 구이 요리가 존재하는데요,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마이야르 반응’은 수많은 구이 요리들의 맛의 비밀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어떠한 맛의 비밀이 숨어 있는지 같이 살펴보기로 해요!
글: 노주현, 화학생물공학부
4 / 편집: 신원준, 재료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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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 분께서는 고기 요리를 좋아하시나요?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연간 소,
돼지, 닭을 47.1kg이나 섭취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육류·고기는 우리나라,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다양한 고기 부위를 구워먹는 걸 좋아하는데요.
왜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고 느낄까요?
그 비밀은 바로 ‘마이야르 반응’에 숨어있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1912년에 프랑스 화학자인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le Maillard)가 발견한 반응으로,
단백질 합성 연구를 하다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반응은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고온의 열에서 만났을 때 진행되는 반응입니다.
우리가 아는 포도당과 같은 탄수화물은 5, 6각형의 고리모양을 띠고 있는데,
[그림 1]의 첫 번째 반응처럼 이 고리가 열리면 분자가 알데하이드기(COH), 카르복실기(COOH),
케톤(C=O)
작용기를 가지게 되고 이를 ‘환원당’으로 부릅니다.
앞선 작용기들이
[그림 2]에서의 두 번째 반응처럼 환원제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환원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림 1] 환원당인 글루코스와 이에 의한 Cu2+ 의 환원 반응

[그림 2] 아미노산의 기본 구조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기본 단위입니다.
[그림 2]에 나와 있듯이,
아미노산은 중심 탄소 하나에 카르복실기(-COOH)와 아미노기(-NH2)를 가지고 있으며,
곁사슬(R)이라고 하는 아미노산의 종류를 결정하는 사슬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위에서 설명한 환원당의 알데하이드기(-COH),
카르복실기(-COOH)와 같은 작용기와 아미노산의 아미노기(-NH2)가 만나 중간생성물인 ‘케토세아민’이라는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온도나 pH 등의 환경적 변수에 의해 다양한 최종생성물이 형성되는 반응입니다.
즉,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고온의 열에서 만났을 때 반응하여 새로운 생성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반응이 고기 구이 요리의 ‘맛’을 결정하게 될까요?
그 비밀은 바로 다양한 최종생성물에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에서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아미노산,
환원당의 복잡한
마이야르 반응으로 특정한 맛을 나타내는 분자들이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고온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보니,
당분자들이 산화되는 캐러멜화 반응이 추가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고기의 맛을 풍부하게 하지요.
이뿐만 아니라,
고기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딱딱해지고 바삭한 질감을 가지게 되며,
마이야르 반응의
최종 산물인 ‘멜라노이딘’ 색소에 의해 고기가 갈색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해서 구운 고기가 우리가 아는 것처럼 특유의 풍미와 식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단순히 고온에서 고기를 굽는다고 고기의 맛과 질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생성물을 제공하는데,
200℃ 이상의 고온에서 고기를 구우면 발암 가능성이 있는 아크릴 아마이드라는 화합물을 생성될 수도 있고,
단백질이 불완전 연소되어 유해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고온에서 오랫동안 고기를 방치하면 단백질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검은 탄소 덩어리인 숯을 만드는데,
흔히 이를 고기가 ‘타는’ 과정이라고 부릅니다.
고기가 타면 해로운 성분이 생길 뿐 아니라,
고기의 풍미를 저해하고,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 고기의 질감이 더 딱딱해져 우리가 원하는 고기의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없게 되죠.
반면,
상온과 같은 저온에선 마이야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특정 맛과 영양을 띠는 화합물이 생성되지 않으므로 구운 고기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140~160℃ 사이에서 고기를 구우면 고기가 타지 않으면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성화되어 가장 맛있게 고기를 먹을 수 있답니다.

[그림 3] 마이야르 반응의 개요도
마이야르 반응은 비단 고기를 구울 때만 일어나는 반응이 아닙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가진 식품이라면 고온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커피 원두를 볶거나 빵을 구울 때 겉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
심지어 간장,
된장 등의 발효 또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렇듯,
같은 마이야르 반응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과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은 천차만별입니다.
많은 종류의 탄수화물과 아미노산들이 반응물로 사용되고,
온도나 pH 등의 환경적인 요인으로 정말 다양한 생성물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발견된 마이야르 반응의 생성물 수만 해도 2,500개가 넘는다고 하니까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정말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
예상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구운 요리 속의 비밀,
‘마이야르 반응’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주어진 요리 재료로부터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음식에 원하는 향미를 첨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요.
마이야르 반응에서 온도,
pH 등의 조건을 조절하여 의도한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기가 아닌 음식에서도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원하는 재료에 원하는 향미를 첨가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과학의 발전을 통해 식생활이 풍요로워질 미래를 생각하니까 정말 설레고 기대가 되네요.
지금까지 구운 요리 속의 비밀,
마이야르 반응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도 다양한 고기를 구워 드시게 된다면,
마이야르 반응을 떠올리며 불의 세기,
고기의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맛있게 고기를 구워 보세요!
다음 호에 다시 만나요~!
그림 출처
1.
Nelson, David L. Michael
M. Cox, Lehninger Principles of biochemistry, 7th ed, NY: W.H. Freeman, 245 (2017)
2.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Amino_acid. Accessed 04 Nov 2019.
3.
Iris Biotech GMBH, https://www.iris-biotech.de/en/knowledgebase/custom-synthesis
/maillard -reaction-products. Accessed 04 Nov 2019.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