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계획하며 일부러 레노베이션을 하기에 절대 미안하지 않을 집을 찾아다녔다. 몇 주를 돌아다녀 결국 만난 8년 된 106㎡(32평) 크기의 이 아파트. 이미 앞 뒤 베란다 확장 공사가 되어 있어 공사 비용도 어느 정도 절약할 수 있겠다는 심산으로 이 집을 계약했다.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직접 해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일찌감치 접고 평소 친분이 있던 스타일리스트 최지아, 박창민 실장에게 SOS를 요청했다.
우리 부부의 취향은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디자이너를 만나기 전 이미 남편과 수십 권의 인테리어 잡지를 뒤적이며 각자 마음에 드는 집 사진들을 스크랩했고, 다시 양 쪽 자료를 모아 거르고 걸러 의견을 모았다. 우리 집 컨셉트는 '냉정과 열정 사이'. 남편은 메탈과 유리 등의 재료와 하이테크적인 가구와 전자제품, 각지고 똑 떨어지는 스타일을 좋아하니 '냉정' , 나는 나무나 패브릭 등의 재료와 내추럴하고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 거기에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원하니 '열정'인 것이었다. 구조는 큰 변경 없이 TV의 위치와 부엌 개수대의 위치만 변경하기로 했다. 나름 까다로운 집주인들의 의견과 자료들을 넘겨받은 최지아, 박창민 실장은 첫 미팅 일주일 후 첫 번째 디자인 시안과 이에 따른 대략의 견적서를 보내줬다. 레노베이션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냉정'이 중요함을 절감해야 했던 첫 순간이었다. 원하는 재료들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많았기에 다시 예산에 맞춰 디자인을 했고 이 과정을 두 번 더 겪어 4차 디자인 시안 작업 후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는 약 3주간 진행되었고, 벽지나 바닥재, 타일, 필름 등 자재 선택은 디자이너와 함께 다니면서 결정했다. 에디터 생활 7년 덕에 비싼 것을 알아보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지라 결국엔 갖고 있던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넣고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80~110㎡ 정도의 작은 규모의 집을 고칠 때 개조나 마감재 교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가구'다. 원하는 위치에 딱 원하는 크기만큼의 가구를 두어야 집을 좀더 넓게 사용할 수 있는데 그러기에는 '맞춤 가구'가 필수다. 그러나 모는 가구를 맞춤 가구로 교체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 결국 서재 책장과 책상, AV장, 식탁은 맞춤 가구를 선택했고, 소파와 거실 테이블, 의자는 기성 제품을, 나머지 가구는 신혼 때부터 사용하던 가구를 그대로 사용했다. 이 세 가지 타입의 가구들이 적재적소에 알맞게 놓여 잘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집을 고쳐 좋은 점을 묻는다면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아직 우리 집은 미완성이다. 레노베이션 작업은 마쳤지만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가구들을 제대로 모아볼 계획을 세우고, 내년에는 무엇을 더 추가하고 교체해볼까 궁리 중이다. 집에 대한 애착, 인테리어에 대한 욕심. 이것 역시 레노베이션 작업이 남긴 소중한 결과물이다.
디자인 및 시공 최지아 · 박창민(GARAGE) 02-6407-7822
LIVING ROOM
우리나라에서 2000년 대 초반 지어진 106㎡ 크기의 아파트 구조는 지역 불문하고 대부분 같은 모습이다. 심지어 마감재도 비슷하다. 마치 공식이라도 있는 듯 그들처럼 똑 같은 위치에 TV와 소파를 두기는 정말 싫었다. 거실 창문 밖의 풍경이 그리 좋지 않은 덕(?)에 소파를 창문 쪽으로 배치했고, TV와 홈시어터가 설치될 AV장은 현관과 거실 경계면에 가벽을 만들어 그 앞쪽에 두었다. 그 가벽은 자연스럽게 현관과 거실을 분리하는 역할도 하는데 가벽을 만들면 자칫 답답해 보일 수 있어 현관 쪽과 거실 쪽에 각기 다른 컬러의 메탈릭한 유리를 끼워 넣었다. 거실은 많은 시간 머무는 곳이므로 모던한 스타일로 꾸미되 가능한 편안하고 오래 두어도 질리지 않게 연출하고자 했다. 그래서 포인트 벽지는 사용하지 않고 기존 아트월 부분과 천장 부분에 패널을 덧대 우드 느낌의 필름을 입혀 내추럴한 이미지를 첨가했으며 벽지도 모던하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벨벳이 첨가된 화이트 벽지를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오렌지 컬러가 포인트로 쓰인 커튼과 빈티지 플로어 스탠드를 매치하니 자연스럽게 레트로 스타일이 가미된 거실이 완성되었다.
바닥재는 한솔참마루(www.hansolhomedeco.co.kr) '락-카푸치노 월넛'. 벽지는 지인(Z:IN, www.z-in.com) '벨벳-디지털 오프화이트'. 소파는 체리쉬(02-511-3774), 거실 테이블과 1인용 가죽 암체어, 현관쪽 링 스툴은 모두 인디테일(02-542-0244)에서 구입. 커튼과 쿠션은 리더 콜렉션(02-596-8895)에서 제작.
KITCHEN
디자이너에게 강력하게 요청한 부분은 싱크대의 개수대 부분을 거실 쪽으로 향하게 해줄 것과 6인용 원목 식탁을 둘 것, 두 가지였다. 항상 거실과 등을 져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살림을 하며 가장 못마땅한 일이었기에 개수대 이동은 필수적이었다. 또한 이전에 아일랜드 식탁을 사용해본 결과 별로 편리하지도 않았고 조리대로 이용하라고는 하지만 내 살림 습관에는 거의 무용지물이었기에 이 집에서는 설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 개수대 자리를 조리대로 넓게 사용할 수 있어 더 편리해진 셈이다. 그러나 식탁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6인용 식탁은 너무 커서 답답해보일 것이라는 디자이너의 이야기. 결국 4인용 식탁보다는 조금 길게 맞춤 제작했다. 또한 부엌은 좀더 생동감 있게 연출하고자 오렌지색을 포인트 컬러를 사용했고, 식탁 바로 옆에는 모던한 패턴의 포인트 벽지를 시공했다.
화이트 벽지는 지인 '벨벳-디지털 오프화이트', 포인트 벽지는 지인의 'Silk NB-코미디 쿨화이트', 식탁은 무디자인(02-596-8895)에서 제작.
STUDY AREA
결혼해서 처음 내 집을 갖고 집을 꾸밀 때는 단지 보기에 예쁘고 현실 여부와 상관 없이 마냥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대로 꾸몄던 것 같다. 그러나 결혼 7년차다 보니 이젠 디자인보다 앞서 사용하기 정말 편리한지, 정말 쓸모가 있을지를 고려하게 되었다. 서재는 특히 그런 부분이 많이 반영된 공간이다. 이전 집에서는 남편과 둘이 마주보고 책을 읽고 일도 하겠다며 책상 두 개를 마주놓고, 책꽂이는 보기에만 좋은 작은 것을 설치하고, 미니 소파도 마련해 놓았으나 모두 무용지물! 둘이 함께 책상에 앉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이번에는 조금 긴 심플한 책상 하나와 오히려 책을 많이 꽂을 수 있고, 보지 않는 책이나 지저분한 서재 물건들을 깔끔하게 수납할 수 있는 책장만을 두기로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재가 바로 이곳. 방이 좁고 긴 형태라 기성 책꽂이보다 깊이를 좁혀 붙박이장 형태로 제작했고, 마치 책장과 일체형으로 깔끔하게 붙어있는 듯 보이는 심플한 책상을 맞춤 제작했다. 그레이와 블랙 등 무채색을 주로 이용했고, 책장의 문과 의자만 그린 컬러로 해 포인트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한 책상 위에 스탠드 조명을 두지 않고 책상 위에 펜던트 조명과 ㄷ자로 설치한 패널에 브래킷 조명을 설치한 것도 특징이다.
반짝이는 그레이 컬러 벽지는 지인 'Silk NB-몬테뉴 그레이', 책상은 무디자인에서 제작, 앞쪽 그린 컬러 의자는 인디테일에서 구입.
BEDROOM
침실은 집 안의 다른 공간과 달리 가능한 내추럴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꾸미고자 했다. 그래서 이 공간은 베이지를 메인 컬러로 사용했고 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의자 하나만 두어 공간을 여유 있게 사용하도록 했다. 신혼 때부터 사용했던 침대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 이 가구가 겉도는 느낌 없이 디자인해달라 특별히 요청했는데 침대 뒤편 벽에 설치한 패널은 새로운 공간과 이 침대를 연결해주는 특별한 재료였다. 침대 맞은편 벽에는 마치 손으로 그림 그린 듯한 내추럴한 뮤럴 벽지를 붙이고 패브릭 체어를 갖다 놓으니 훨씬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창도 기존에 있던 미닫이 형태의 창호를 떼어내고 목공 공사로 카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여닫이 창을 만들고 철망이 끼워있는 유리를 넣어 세련된 분위기의 침실을 만들 수 있었다.
화이트 벽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광택, 고급스러운 엠보싱이 특징인 지인 'Silk NP-쥬피터 화이트'. 뮤럴 벽지는 '네이처 뮤럴-오리진 아이보리'. 천정 벽지는 지인 'Silk NB 펄샌드 화이트'. 바닥재는 한솔참마루 '락-카푸치노 월넛'. 패브릭 체어는 인디테일에서 구입. 리넨 소재 커튼은 리더 콜렉션에서 제작.
BATHROOM
두 개의 욕실은 각기 다른 스타일로 레노베이션했다. 거실쪽 메인 욕실은 거실의 느낌과 연결되도록 가능한 모던하고 세련되게, 침실쪽 욕실은 파우더룸을 겸해 사용할 곳이라 마치 카페 화장실을 보는 듯 내추럴하면서도 귀엽게 꾸몄다. 그래서 거실쪽 욕실은 블랙 & 화이트 컨셉트로 조금이라도 넓어 보일 수 있도록 슬림한 도기를 골랐고, 심플하고 깔끔하게, 침실쪽은 그레이와 블루를 메인 컬러로 사용하면서 펜던트 조명과 탑볼형 세면대를 설치했다. 욕실 도기와 타일은 한 번 잘못 선택하면 두고두고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생활하는데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끼치므로 디자인 뿐 아니라 물 빠짐 스타일이나 청소 용이성 등 기능적인 부분도 고려해 구입했다.
거실쪽 메인 욕실의 도기와 수전, 액세서리는 아메리칸스탠다드(www.americanstandard.co.kr)의 '토닉 스위트', 욕조 위 샤워기는 아메리칸스탠다드 '제이드 사각 레인 샤워기'를 설치. 침실 화장실은 아메리칸스탠다드 '액티바 & 액티브 스위트' 시리즈를 시공. 타일은 모두 우노타일(02-2285-6547)에서 구입.
집 인테리어 개조시 체크리스트
CHECK LIST
인테리어 공사 시 주의 사항, 관련 법률, 규정 등을 꼼꼼히 알아둔다.
시공 전 구청이나 아파트 관리실을 통해 사전에 엄수해야 할 사항 등을 알아두고, 이에 따르는 것이 좋다. 아파트인 경우 아파트마다 관리 규정을 조금씩 다르므로 관리실에 공사 내용을 자세히 보고해야 두 번 일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에디터의 경우, 에어컨 실외기를 밖에 설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 에어컨 관이 거실에 훤히 보이도록 설치됐고 이후 이를 가리는 작업을 따로 해야 했다.
믿을만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시공업체를 선택하고, 선택한 후라면 일단 그들을 믿고 함께한다.
가능한 많이 알아보고, 자신의 스타일과 맞으면서 주위 평판이 좋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살면서 하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뢰도가 좋은 탄탄한 업체를 선택하도록. 또한 일단 선택한 후라면 그들을 믿고 존중해야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한 번 얼굴을 붉히게 되면 서로의 신뢰가 깨지게 되고,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에디터의 경우, 공사를 진행하면서 내 집을 위해 진심으로 애쓰는 그들을 보며 든든한 친구, 동반자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 책정시 추가될 비용을 감안해 정한다.
디자인 과정과 자재와 가구 등을 구입하면서 자꾸 욕심이 생기게 된다. 물론, 이것을 잘 조절해야겠지만 정말 욕심이 나는 것에는 여한 없이 과감한 투자를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사시에도 생각지도 못한 돌발 비용이 생겨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비상금을 남겨두고 예산을 세워야 한다. 물론, 디자이너에게는 최소 예산을 이야기해 견적서를 받도록 한다.
사전 디자인 작업을 확실히 한다.
시공에 들어가기 전 디자인 작업은 조금 여유 있게 기간을 두고, 여러 번 상의해 결정한다. 디자인 시안 작업은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 외에도 디자이너와 신뢰를 쌓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능한 일찍 가구 배치도를 만든다.
디자인할 때부터 계속 사용할 기존 가구와 새로 구입할 가구 목록을 정리하고, 새로 구입하는 가구도 주문 제작을 할 것인지, 기성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도 따로 정리한다. 그리고 도면에 가구 배치도를 그려 넣는 작업을 한다. 그래야 사전에 전기 공사나 목공 공사를 완벽히 해놓을 수 있다. 에디터 집의 경우에는 서재와 침실에 스탠드 조명 대신 브래킷 조명을 설치했고, TV의 위치도 바꾸었기 때문에 이 작업은 필수 과정이었다.
스케줄 관리를 꼼꼼히 한다.
레노베이션 작업의 경우, 대체로 공사 기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 또한 공사 기간을 고려해 이사일을 먼저 결정하므로 공사 기간이 늦어져서는 이후 스케줄들이 모두 엉망이 되고 만다. 꼼꼼한 스케줄 체크는 집 주인의 몫이기도 하다.
'결정'은 집주인의 몫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신뢰하라는 것은 모든 결정권을 그에게 넘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과정의 결정권은 집주인의 몫. "그냥 알아서 잘..." 이렇게 말하고, 나중에 디자이너를 탓해봤자 소용없다. 결정권을 넘긴 것도 바로 나 자신의 결정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