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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성 일요일 외 1편 신미애
그는 지워진 존재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새벽 일곱 시에 서둘러 나가던 잠이 소파에 늘어져있다 선명한 초침소리만 거실을 돌아다닌다 슬리퍼 끄는 소리도 멈추고 시간은 제멋대로 흘러간다 시든 화분에 권태가 매달린 4인용 식탁, 의자는 늘 비어있다 소파에 파묻힌 오후가 기지개를 켜고 잠시 적막이 술렁인다 불안이 리모컨을 집어 들고 TV는 목청을 높인다 재방송 드라마나 오락프로에 고정된 시선, 흥미는 잠깐 머물다 가고 부스스한 표정이 다시 잠에 빠져드는 동안 러닝머신에 먼지가 끼고 뱃살은 늘어진다 밤늦은 거리를 전전하던 동선은 집안에 갇혀 빙빙 돈다 늘 같은 풍경, 여행도 대화도 외출도 말라버린 우울한 시간이 실내에 쌓여간다 일요일은 습관처럼 복제된다 표정을 만드는 아이들 신미애 유랑의 도시 빤한 스토리가 흘러다닌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병으로 몸져누웠다 남루한 차림으로 준비한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아이들 무표정한 얼굴이 삐뚤게 쓴 글씨를 무릎에 올려놓는다 외면하는 승객들, 눈을 감거나 대부분 스마트폰에 매달려있다 이곳은 그들의 어장, 그럴듯한 미끼를 풀어놓는다 재빨리 낚아채도 대어는 없다 잔챙이라도 잡아야하는 생존전략 견고한 불안이 눈치를 키웠다 구걸을 챙겨들고 주름진 생으로 시작한 아이들은 달리는 길에서 하루치의 몫을 채워야한다 입구도 출구도 같은 곳을 떠돌며 부유하는 주소에서 몸을 웅크릴 것이다 어둠이 입을 벌리는 곳, 점점 깊은 절망으로 걸어 들어간다 지병을 앓는 도시, 또 누군가 다리를 절룩이며 구구절절 사연을 들고 다가온다 『시와문화』2013년 봄호 신미애 시인
서울 출생 숙명여대 영문과 졸업 2012년「시와 표현」으로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