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에서 어디를 가자고 추진한다. 비 오는 날은 비가 와서 안 되고, 날이 좋은 날은 날이 좋아서 안 된다. 주말은 주말이라서 안 되고 평일은 평일이라서 안 된다. 점심은 점심이라 안 되고, 저녁은 저녁이라 안 된다. 그럼 어쩌란 말인지. 결국은 하지 말자는 것인지. 그래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를 수는 있지만 양보의 선을 넘어 배짱도 아니고 방해도 아니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것도 아니다. 마치 못된 습관이면서 버릇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어떻게든 협력하면서 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아야 한다. 그런데 아주 느긋한 척한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마음가짐이다. 너무 비협조적이면 맥이 빠지면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이 필요하며 가장 현실적이면서 공평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집행부만 애를 태운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같이 공감하면서 따라주어야 탄력을 받는다. 뒷전에서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으며 붙잡고 늘어지면 올바른 길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듯이 사소한 것도 마음을 보태면서 함께 하려는 적극성을 보여 줄 때 보다 힘이 솟고 더 성심성의껏 열심히 추진해 갈 수 있다. 남이 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아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정말 낯 뜨거운 모습이 된다. 공동체는 나만이 아니다. 어디를 가자고 제안하였으면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곳이 좋겠다는데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 선정이 안 될 수도 있다. 다소 섭섭해도 다수의 의견이므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필요하면 다음 기회를 기다려볼 수 있다. 옹고집에 혼자 우겨대면 점점 시끄러워지면서 끝내는 얼굴 붉힐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견은 냈으면 소통하면서 조정되는 것이다. 공동생활이므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같이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해 모양새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