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사화집 {멸치,고래를 꿈꾸다}에서
詩라는 적산온도 외 1편
최윤경
차곡차곡 마음속에 마음 쌓아두듯이
그래야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가듯이
그래야 어느 날
가슴속 가슴으로 박여오고 박혀 가듯이
詩라는 꿈이란
꿈틀대는 온도라는 완행열차를 타고
천천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거란 걸
몸속 단단한 말들
수없이 날을 갈고 또 갈려도
부러지지 않아 참 다행인
물렁뼈 같은 단어
날마다 오독오독 씹으며
약해지는 잇몸조차
나긋하게 다스릴 수 있는 언어를
가슴 솥에 푹 고아 저절로 깊어진
살과 뼈를 발라내는 거란 걸
그래야 어느 날
누구라도
나의 詩 한 편
오물오물 삼키며 맛있다고 말할 수 있게
오늘도 내 속에서
저장된 체온만큼 달궈진
불꽃 같은 詩 발화하는 거란 걸
낙화
최윤경
살아있는 번뇌도
꿈틀대는 고뇌도
피면서 피면서 사라진다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다 한순간
난 왜 이렇게 미운 것이 많아서
자꾸만 가슴에 얼룩을 만드는가
울컥
고요해져야겠다
딱딱하게 굳은 응어리
물컹하게 삭여야겠다
허공은 어둠으로 인해 더욱 빛나고
밤을 수놓은 불꽃 사리는
비처럼
별처럼
꽃처럼
훨 훨 훨
나의 헛됨을
아서라
사르라
날려라
자꾸만 타이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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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의시인들
최윤경의 詩라는 적산온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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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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