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부모
○○대안학교 학생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네 번 째 만나는 셈이다. 학생들이 시무룩하고 생기가 없어 그 동안 내 기운이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멘티들에게 사랑의 내 기운을 넣어 주어야 한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학교 근처에 가니 멘티 3명이 담배를 입에 물고 걸어온다. “내가 먼저 어디 가니?” 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고개를 숙이는 자세로 인사를 한다. 10여분 2층 활동실에서 기다렸다. 그러자 두 명의 멘티가 내 앞에 와 앉는다. 매번 멘티들이 바뀌기도 하지만 인원도 들쑥날쑥이다. 자리에 앉아마자 김〇〇이라는 전주〇〇고 3학년생이 말문을 연다. “감기가 들었나 봐요 피곤해요” 그리고는 책상에 엎드린다. “그래 피곤하구나.” 응수하면서 “이곳에 어떻게 오니?”물었다. “택시타고 와요” “택시비는 얼마 나오니?” “4,000원이요” “어디에서 사니?” “저는 자취해요. 아버지는 형무소에 계시고 어머니는 얼굴도 몰라요? 저는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50만원을 받아요. 그리고 알바해서 70만원을 벌어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녔다. 세 버스정류장거리였다. 걸어올 수 있는 거리지만 내 이야기를 끼어 넣을 수가 없었다. 조용히 경청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거침없이 이야기해서 치유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측은하기도 하고 또 사랑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왜 부모가 귀하고 귀한 아들을 힘든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오늘은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닉 네임(nick name)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라는 활동 주제를 선택했다. 멘티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깜짝 놀랄 만큼 소리가 나는 종이 폭탄을 사용하지 않는 지나간 달력으로 만들어 봤다. 종이를 접는 요령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접었다. 신**교무부장선생님도 함께 해 보겠다고 해서 힘이 났다. 교무선생님과 순하고 예쁘장한 〇지〇 전주〇〇고 3학년생은 잘 따라오지 못해 옆에 가서 도와주었다. 완성된 종이 폭탄을 터뜨렸다. 펑!펑! 하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멘티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어서 진진가(two truths, one lie)게임을 했다. A4용지를 4등분해서 하나씩 나눠 주고 종이위에 자신의 성격이나 취미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자신을 표현하는 것 중에서 두 개는 참인 것을 적고 한 개는 거짓을 적어보는 게임이었다. 상대방이 거짓인 것을 찾아내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게임이었다. 모두 재미있게 활동했다. 기타연주를 잘 한다는 김〇〇에게 쉬는 시간에 기타를 가져오도록 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키워주고 싶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 하는 것을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자신감과 성취감을 주고 싶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의 곡을 악보 없이 자유자재로 연주한다. 감기 들어서 목소리가 나지 않아 연주만 하겠다고 하더니 내가 흥겹게 노래를 부르니 흥이 났는지 연주자도 힘차게 노래까지 한다. 잘 한다고 칭찬도 하고 박수도 힘껏 했다. 그러니 두 곡을 더 연주한다. 이담에 인기가수가 되면 싸인도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해 주겠단다. 들떴던 마음이 안정되었다. 이 때다 싶었다. 닉네임을 짓는 요령을 유인물로 나눠 주었다. 이름 끝 자만 부르기, 모음 바꿔 부르기, 이름 줄여 부르기, 닮은 동물 이름으로 부르기, 좋아하는 것과 연관하여 부르기, 성격과 연관지어 부르기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순 우리말로 짓는 예도 알려 주었다. 그러자 쉽고 재미나게 닉네임을 짓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였다. 기타를 연주를 한 학생은 “초아” 라고 한 학생을 “한별”이라고 한다. 닉네임을 초아라고 한 학생은 초처럼 자신을 태워 세상을 비추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미로 닉네임을 지었다고 한다. 닉네임을 한별이라고 한 학생은 별빛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티 하나 묻지 않고 영혼까지 맑은 이들을 누가 이렇게 방치했을까? 무책임한 부모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