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조재형 신부
복음; 루카6,12-19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아 사도라고 부르셨다.> 12 그 무렵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13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그들을 사도라고도 부르셨는데,14 그들은 베드로라고 이름 을 지어 주신 시몬, 그의 동생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 요한, 필립보, 바르톨로메오,15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열혈당원이라고 불리는 시몬,16 야고보의 아들 유다, 또 배신자가 된 유다 이스카리옷이다.17 예수님 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시니, 그분의 제자들이 많은 군중을 이루고, 온 유다와 예루살렘, 그리고 티로와 시돈의 해안 지방에서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18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 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도 낫게 되었다.19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 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
1991년 8월 23일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9월 5일에 첫 본당인 중곡동 성당의 보좌신부로 발령받았습니다.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본당 신부님이 앞으로의 사제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만난 본당 신부님의 세례명은 오늘 축일로 지내는 ‘타대오’였습니다. 타대오의 이름은 ‘유다’였는데 예수님을 배반했던 이스카리웃 유다와 구별해서 ‘타대오’라고 부릅니다. 저는 본당 신부님에게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신부님에게서 ‘자유’를 배웠습니다. 신부님의 자유는 두 개의 날개를 타고 날았습니다. 하나는 ‘기도’였습니다. 신부님은 하루에 3시간 이상씩 기도하였습니다. 신부님 방의 기도 초는 신부님의 기도와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순수함’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어린이처럼 순수해야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이제 막 새 사제가 된 저를 따뜻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매일 동네 산책을 같이하였습니다. 보좌신부가 더 필요하다면서 용돈도 넉넉하게 주었습니다. 33년 저의 사제 생활에 큰 힘이 되어주셨던 타대오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게 영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동창 신부님이 있습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오늘 축일로 지내는 ‘시몬’입니다. 제가 예수님 시중을 들며 분주했던 마르타와 같았다면 그 친구는 예수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었던 마리아 같았습니다. 제가 눈에 띄는 ‘꽃’을 지향했다면 그 친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와 같았습니다. 제가 소리만 요란한 ‘빈 그릇’ 같았다면 그 친구는 속이 꽉 찬 ‘그릇’이었습니다. 저는 활동과 만남을 통해서 힘을 얻는다면 그 친구는 홀로 있음에서 힘을 얻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뭔가 한 것 같은데 내세울 것이 별로 없었는데, 그 친구는 침묵 중에 뭔가를 만들었습니다.
2년 전입니다. 저는 북미주 파견 수도자들을 위한 ‘피정’ 지도를 제안받았습니다.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난감했습니다. 그때 제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동창 신부였습니다. 동창 신부님은 매년 수도원 피정 지도를 하였습니다. 저는 피정 자료를 보내 줄 수 있는지 부탁했습니다. 친구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귀한 자료를 보내 주었습니다. 저는 친구의 도움으로 북미주 파견 수도자 피정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를 보면 산해숭심(山海崇深)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산과 같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부족한 저를 위해서 그런 친구를 보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타대오와 시몬 사도는 기도와 겸손으로 악의 유혹을 이겨냈고, 천국에서 빛나는 신앙의 별이 되셨습니다. 우리가 기도와 겸손으로 살아가면 오늘 바오로 사도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우리는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입니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주변에 있는 분, 나와 함께 일하는 분, 내 가족들의 강점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성당/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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