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 하이커(The Hitch-Hiker)
1953년 미국영화
감독 : 아이다 루피노
출연 : 에드먼드 오브라이언, 프랭크 러브조이, 윌리암 톨먼
아이다 루피노는 1940년대 미모의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한 인물이지만 놀랍게도
여성 감독의 할동이 거의 없었던 1950년대에 감독으로도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 이후에 TV에서 배우 겸 연출가로 오래도록 꾸준한 활동을 보였습니다.
1953년에 만들어진 '히치 하이커'는 여성 감독이 만든 필름느와르 영화인데
남성감독의 전유물과 같았던 필름느와르 장르에 여성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은
파격적입니다. 그녀가 감독한 50년대 작품들은 남편이었던 콜리어 영이 제작을
맡고 있는데 두 사람은 1948년에 결혼하여 불과 3년 조금 넘는 부부생활을 하고
이혼했습니다. 53년에 두 편을 연츨한 아이다 루피노 감독작도 모두 콜리어 영이
제작인데 미리 만들어 놓은 영화인지 아니면 이혼후에도 동료로서는 쿨한 관계
였는지 모르겠습니다.
필름느와르 영화중에서도 소품에 속합니다. 필름느와르 장르가 대체적으로
상영시간이 짧은데 '히치 하이커'는 70분에 불과한 시간입니다. 그만큼 영화는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없고 명료합니다.
내용 자체가 단순합니다. 콜린스(에드먼드 오브라이언)와 보웬(프랭크 러브조이)은
멕시코 국경 인근으로 낚시여행을 함께 떠나는데 도중에 히치 하이커를 만나서
태웁니다. 차의 가스가 떨어져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연쇄 살인마인 에멧 마이어스(윌리암 톨먼) 였습니다. 두 남자가 한 남자를
못 이길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마이어스가 권총을 갖고 있었습니다. 총을 가진
한 남자에게 무방비 상태의 두 남자는 뭐 꼼짝없이 당해야 하지요.
이 세 사람의 여정이 영화의 90%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어스는
멕시코 산타 로잘리아 라는 곳에 가서 배를 타고 도주하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콜린스와 보웬을 잡아두려고 합니다. 그 며칠동안의 여정을 다루고 있지요.
액션영화의 영웅이라면 그깟 총 가진 사람쯤이야 기회를 엿보다 역습을 가해서
제압하겠지만 중년의 민간인 두 남자는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범에게 꼼짝할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살인마도 사람인지라 잠을 자야 하겠지만 마이어스는
독특하게도 짝눈을 갖고 있고, 한쪽 눈은 감기지 않아서 잘때도 뜨고 있지요.
그래서 자고 있는 것인지 깬 것인지 분간이 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인
남자가 모험을 하긴 쉽지 않지요. 더구나 상대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인데.
물론 경찰도 놀고 있지는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경찰과 멕시코 경찰은 마이어스의
도주 흔적을 열심히 추적하고 그들이 만났던 사람들까지 접촉하여, 낚시한다고
떠났다가 실종된 두 사람과 마이어스가 함께 다닌다는 정보를 입수합니다.
그런데 용케도 마이어스는 두 인질을 데리고 용케도 잡히지 않고 여정을
이어갑니다. 물론 붙잡힌 두 사람은 미칠 지경이지요.
미모의 배우 출신 여성 감독이지만 굉장히 영화는 흥미롭습니다. 쉽고 재밌는
영화가 가장 편안하죠. 내용이 단순하고 흥미롭고 짧고. 편안히 볼 수 있는
흑백고전 범죄 느와르입니다. 요란스럽지는 않은 영화지만 군데군데 긴장이
넘치는 내용들이 풍성합니다. 앉아서 자면서 한쪽눈을 뜨고 있는 마이어스의
모습이 오싹한 느낌을 주고, 마이어스를 여기한 윌리암 톨먼의 외모도 역할에
맞게 더럽고 무서운 느낌을 줍니다. 마이어스가 멕시코 말을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도 서스펜스의 요소인데, 물건을 사러 상점에 들어가면 보웬이 대신 대화를
해야 하는데 마이어스 입장에서는 보웬이 쓸데없는 소리를 할까봐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붙잡아두고 총을 갖고 있으니 늘 셋은 붙어 있어야
하지요. 헬기까지 동원하여 추적하는 경찰망을 따돌려야 하고.
물론 관객은 마이어스의 안위를 걱정할 이유는 없지요. 그가 무사히 도주하는
것 자체는 서스펜스가 아닙니다. 다만, 그에게 잡혀 있는 죄 없는 미국인
두 남자가 과연 무사히 빠져나가느냐가 관건이지요. 기회를 봐서 역습을
가할지 아니면 경찰의 도움을 얻을지.....
마이어스가 콜린스와 보웬의 차를 탈취하는게 영화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니
거의 70분내내 긴장되는 서스펜스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결론은 '총'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총을 가진 남자가 대장인 셈이고, 총
앞에서 2 : 1 의 우세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할 수 밖에 없지요.
마이어스에게는 총이 '수호신'역할을 하는 것이고, 콜린스와 보웬에게는
그놈의 '총'만 없으면 되는데 총 때문에 도무지 도망치거나 역습을 가할
기회가 없는 것입니다.
이 영화가 100분 정도 되었다면 참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닌 놈에게
두 남자가 총 때문에 계속 시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70분이란 짧은
시간이 딱 적당했던 영화입니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가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미 오프닝에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고 밝히고 있고, 결국 길에서 함부로 낯선
자를 차에 태우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는 영화가 되고 있습니다. '남자'가 히치
하이킹을 하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일이지요. 물론 여자라도 총을 가졌다면
마찬가지겠지만.
주요 출연진 세 명 중에서 에드먼드 오브라이언이 가장 낯익은 배우입니다.
비중있는 조연으로 많이 나온 배우이고, 주로 악역이 좀 많지요. 1939년
'노틀담의 꼽추'부터 해서 '맨발의 백작부인' 헤밍웨이의 살인자' '와일드 번치'등
유명한 작품들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다수 출연했지요. 프랭크 러브조이
역시 조연배우로 국내 개봉작들이 제법 있습니다. 악역 마이어스 역의 윌리암
톨먼이 가장 생소한 배우지요.
이 세 배우들보다 오히려 감독인 아이다 루피노가 배우로서의 인지도는 더
높습니다. 40년대에 많이 활동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제법
미모를 갖춘 40년대 메인 여배우로 활동했고, 60-70년대까지 꾸준히 활동을
했으니까요. 60년대 이후에는 헐리웃의 나이든 여배우들이 많이 그랬듯이
TV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난 고전 흑백영화 한 편 감상하다는 마음으로 보면
되는 영화입니다. '총가진 악당'의 위험과 총 든 사람 앞에서의 무기력함을
제대로 잘 다룬 영화입니다. 단순한 이야기로 꽤 쏠쏠한 재미를 이끌어낸
작품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앉아서 자는데 눈은 뜨더라도 총을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잡고 있는 것은
좀 설득력이 약합니다. 물론 마이어스가 총을 빼앗기면 바로 영화가 끝나야
하니까 어쨌든 시간을 끌어줘야 하지요.
ps2 : 젊은 여성 감독이 연출했지만 여배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입니다.
ps3 : 국내에는 극장개봉을 안한 작품입니다.
[출처] 히치 하이커(The Hitch-Hiker 53년) 총가진 살인마의 공포|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