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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국회논의 시작됐지만 첫 단계부터 삐걱
정부, 피해자 요건 완화했지만 야당과 이견 여전
어려워진 금주 내 처리…여야 지도부 결단 가능성 주목
류영주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안의 내용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위 소위부터 '덜컹'…전세사기 특별법 처리, 다음주로 넘어갈 수도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 전세사기 특별법 심사 착수. 연합뉴스
2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3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국토위에 따르면 법안을 살펴보는 축조심사는 진행이 됐지만 피해자의 범주 어디까지로 할지를 정하는 피해자 요건, 전세보증금 채권 매입 여부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이번 주로 기대됐던 특별법 통과 시점은 다음주로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는 1일 소위에서의 검토를 마치고 2일 국토위 전체회의를 거쳐 3일이나 4일쯤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고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논의에 돌입했는데, 첫 단계인 국토위 소위에서부터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국토위 관계자는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번 주 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피해자 요건'에서 한 발 물러선 정부…면적·피해액 규모 무관하게 4억5천만원까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마련 촉구 집회. 연합뉴스
피해자 요건은 기존 정부안보다 수용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피해자 인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정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일 소위 회의에서 제출한 수정안에는 △대상주택 면적 요건 삭제 △보증금 수준 3억원 기준에서 150%까지 조정 가능 △보증금 상당액 아닌 일부 미변제도 포함 △경·공매 개시 전 임대인의 파산·회생 절차 개시 시에도 적용 △수사 개시 외에 임대인 등의 기망·동시진행(건축주가 임대차계약과 동시에 바지사장 등에 건물을 매도)도 사기로 인정 △계약 종료로 퇴거했어도 임차권등기를 마쳤으면 대상에 포함 등이 담겼다.
면적이나 피해액의 규모에 관계없이 보증금이 최대 4억5천만원인 전세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모두 충족해야만 피해자로 인정할 수 있다던 기존의 6가지 요건 중 전입신고 요건, 경·공매 진행 요건, 면적·보증금 요건, 전세사기 의도 요건, 보증금 상당액 요건 등 5가지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피해자 인정 범위 또한 기존안보다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분석한 결과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중된 지역 중 한 곳인 인천시 미추홀구 피해자의 경우 대부분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범위' '채권매입' 두고 지속되는 이견…합의점 못 찾을 시 여야 지도부 '결단' 가능성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이같은 정부여당 수정안도 여전히 피해자를 충분히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공공이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세사기'와 이른바 깡통전세 등 '역전세난'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도성을 가지고 전세보증금을 노린 사건들과 달리 시세하락 등으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동탄이나 구리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전세사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반면 야당은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이미 다수 발생했고, 전세사기 사태로 인해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의도성이 짙은 사건의 대상자만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2일 "전세사기는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적 재난"이라며 폭넓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른바 '선(先)지원 후(後)구상'으로 불리는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대한 논의도 평행선이 지속되고 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국가가 사기사건 손해를 직접 부담하면 향후 벌어질 주가조작 등 다른 사기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직접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정부여당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채권을 매입할 경우 할인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원하는 충분한 만큼의 자산이 보전되지 않는다는 점도 거듭해 지적하고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윤창원 기자
이에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피해자들과 야당이 보증금 100% 반환만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채권 매입을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인 교조주의"라고 정부여당을 맹비난했다.
정부여당의 우선매수권 부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수가 제한적인 만큼 가능한 모든 방안을 특별법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는 가급적 국토위 단계에서 논의를 마치겠다는 입장이지만, 논의의 흐름이 기존에 불거진 쟁점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여야 지도부 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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