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수행자 선명화 강선희 보살
그녀는 분명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요한 수행자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쉴새없이 빠르게 구사하는 모습을 멀리서 본다면, 참 수다스런 아줌마로 비쳐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확하게 똑부러지는 발음과 목소리, 깊고 그윽한 눈매에서 쏟아지는 놀라운 수행 체험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결코 한마디도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주력[呪力: 부처의 참된 경지를 나타내는 진실한 말(진언, 다라니, 만트라)을 외는 수행]을 하며 말이 빨라졌다는 그녀, 자신의 수행 체험을 대중에게 빠짐없이 회향하고 있는 그녀가 바로 ‘수행의 달인’으로 일컬어지는 재가수행자 선명화 강선희(47세) 보살이다.
수행의 길로. 이끌어준. 어머니의 좌탈입망.
강선희 보살은 만약 수행을 하지 않았다면, 돈을 많이 번 사업가나 부동산 투기업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활동적인 성격에다 직관력이 뛰어나고 의협심이 강해, 세상 모든 일에 참견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수행을 하기 전에는 주변의 모든 일들을 내가 처리해야만 하는 줄로 알고, 온갖 일에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또한 씀씀이도 헤퍼 세속적인 욕망은 끝없이 확대되어 가고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항상 심신이 지쳐서 악성빈혈과 결핵, 위궤양, 골다공증, 두통 등의 지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1998년 어느 날, 그녀에게 삶의 일대변혁을 일으키는 계기가 찾아왔다.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평소 절에 다니며 항상 ‘관세음보살’ 명호를 찾으셨던 어머니는 자신의 가실 날을 아시고 앉은 채로 좌탈입망하였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며, 문득 삶이 다 부질없고 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청정하게 살다가신 어머니의 모습에 비추어, 세속에 찌든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초라해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수행에 뜻을 두고 발심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108배를 하고, 참선에 들고, 경전을 달달 외워보기도 했지만, 체계적인 수행방법을 몰라 깨달음에 대한 갈증만 더할 뿐이었다. 그래서 결연한 각오로 계획을 세워, 봉은사에서 21일 기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새벽에 불전함을 노리는 도둑만 잡았을 뿐, 좀처럼 마음의 갈피는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21일 기도를 회향하고 내려오는 길, 실망감과 허전함을 달랠 겸 서점에 들렀다. 문득
『대여래불정능엄주』라는 책이 눈에 띄어 무심코 책장을 열었다. 그런데
“수행자는 누구든지 수행의 완성과정으로 여래의 불정수능엄경을 수행해서, 불교의 철리(哲理)를 알고 무상정변지정각(無上正遍知正覺)을 깨달아야 부처님의 마정수기(摩頂授記: 정수리를 만져주며 성불할 시기와 때를 말씀해 주시는 것)를 받아 성불한다.”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번개가 치는 듯한 강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부처님께서 21일 기도의 회향 선물을 주신 것 같았다.
수행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순리대로 풀린다.
“저의 가장 큰 장점은 부처님 말씀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드디어 제가 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았지요. 먼저 참회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기억나는 모든 일을 떠올리며 참회를 하는데, 어찌나 업장이 두터운지 눈물샘이 마를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참회기도가 끝나고 능엄주를 108독씩 100일간 하면 반드시 부처님께서 마정수기를 내려줄 것이라는 일념으로 본격적인 주력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08독을 하는 데 16시간씩 걸렸다. 며칠간 입술이 부르트고 목이 부어오르며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그럴수록 더욱 자신의 주력 소리에 온힘을 다해 집중했다. 차츰 안정을 찾으며 시간도 하루하루 빠르게 단축되었다. 속도가 붙으면서 신심이 증장되니, 어느새 4시간 만에 108독을 마칠 수 있었다. 횟수를 늘려 하다보니, 하루에 400~500독이 가능했다.
그렇게 100일 기도에 입재한 지 39일 만에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자나 깨나 늘 정신이 맑게 깨어 있었다.
능엄주가 주체가 되어 잠 속에서도 자동으로 이어졌다.
능엄주가 밥을 먹고 능엄주가 설거지를 하고 능엄주가 청소를 했다. 그 날 이후로 능엄주는 행주좌와 계속되며, 어떠한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주력 수행을 하는 동안 조계종 전 종정이셨던 서암 스님을 비롯해 여러 스승들과 차츰 인연이 되었다. 그때부터 스승들을 찾아가 수행의 점검과 가르침을 받으며 정과 혜를 병행한 체계적인 수행을 할 수 있었다.
주력의 힘으로 의심이 저절로 자리잡게 된 화두를 참구하였고,
위빠싸나 수행에 이어 현재는 티벳불교 수행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주력의 힘은 선정력(禪定力)을 키워주어, 이후 어떤 수행을 하든 쉽게 오매일여(寤寐一如: 잠잘 때에도 깨어 있을 때처럼 수행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짧은 기간 동안에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능엄주 수행이 기본 바탕이 되었듯이,
하나를 제대로 하면 모든 수행이 통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선희 보살은 2001년 KBS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참 나를 찾아서-참선)을 통해 세간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명상 중 뇌파를 촬영하여, 선정의 깊이에 따른 뇌파의 흐름과 심신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화두를 참구한 지 2분 만에 알파파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5분 후에는 세타파가 발생되고, 7분 후에는 델타파가 형성되어 나아갔다. 당시 뇌파 측정 책임자였던 최훈동 박사는 알파파는 초선정의 상태이고, 세타파는 중간 선정, 델타파는 깊은 선정의 상태라고 했다.
“수행이 깊어지면 사물의 본성인 공성(空性)과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 화합하고 멸한다는 연기 법칙을 체득하게 됩니다. 그러니 모든 일이 저절로 순리대로 풀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근심 걱정도 없는, 지금 당장 죽더라도 모든 것이 편안하게 준비되어 있는 상태이지요.”
행복한 인생, 아름다운 죽음을. 위하여.
수행을 하면서 강선희 보살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지병이 말끔히 치료되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밝아지니 주위의 에너지도 함께 밝아졌다. 가정이 행복해지고 집안일이 술술 풀렸으며, 부부싸움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수행을 하면 주위의 에너지가 함께 돌아갑니다. 어떤 갈등이나 불화가 있더라도 가만히 놔두면, 자연상태에서 질서가 잡혀 평온을 이루게 됩니다. 소우주인 내가 행복해야 세상도 평화롭습니다. 나로부터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니 수행을 하더라도 가정에 충실해야 합니다. ”
강선희 보살은 자신이 걸어온 수행의 길을 완성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티벳불교를 공부하며 오체투지 1,000배 100일 기도, 100자(字) 만트라 독송, 만트라 공양 등 티벳불교의 수행법을 실참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파드마삼바바가 깊은 선정 속에서 사후세계를 들여다 본 다음, 삶과 죽음의 과학을 펼쳐 보인 『티벳 사자의 서』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이에 사후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활동과 아울러 장례 절차를 몸소 실천하였다.
“우리가 죽음에 임박하면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와 서운함 등 부정적인 감정이 수십 배로 증폭됩니다. 선행과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며, 죽음의 순간 나타나는 빛을 기억하여 따라갈 수 있도록 산 자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 평온한 죽음과 해탈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소개되어진 『티벳 사자의 서』는 단순 번역에 불과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에 얼마 전 강선희 보살은 자신의 수행 체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사유하며 실행할 수 있도록 『체험으로 읽는 티벳 사자의 서』를 펴내,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죽음을 바르게 이해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가꿀 수 있도록 수행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강선희 보살은 수행과 생사(生死)의 문제에 있어, 무엇을 물어보든 즉문즉답으로 명쾌하게 해결해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진다. 어디에도 걸림없이 자유로운 그녀를 만나보면, 수행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수행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아끼지 않았다.
“요즘 경기 침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가는 것을 보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케 합니다. 마음을 바깥으로 돌리면 그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수행은 훈련의 연속입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마음을 내면으로 향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쌓이다보면 이 세상이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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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화(善明華) 강선희 _ 재가수행자로 조계종 전 종정 서암 스님, 무불선원, 성하 달라이라마, 까르마빠 린포체, 우빤디따 사야도 등 국적을 초월한 제방의 선지식들께 가르침을 받으면서 주력, 간화선, 위빠싸나, 티벳불교를 선·교의 균형을 이루며 정진해 왔다. 조계사, 불광사, 법륜사, 팔정사, 행복한절 등 전국의 사찰과 기관, 기업 등에서 수행 체험을 나누고 있다. 2001년 KBS TV에서 명상 중 뇌파를 촬영하여 선정의 깊이에 따른 뇌파의 흐름과 심신의 변화를 과학적으로도 증명하는 한편, 여러 언론기관을 통해 명상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출 처 : 월간 불광(http://www.bulkwang.org)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 ) 부럽네요
네. 이분도 대불정능엄신주를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공하세요. 감사합니다. ()()()
넘 부럽습니다...존경도스럽고요...()()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