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 살찌우고 가족사랑도 챙겨
가을 성지순례, 가족단위 참여 늘고 테마순례로 변화
봉사활동.문화행사.해외순방 등
일회성 관광 아닌 신심고취 계기
성지순례가 최근 몇몇 사찰을 중심으로 가족단위 참여는 물론 특별한 주제나 관심과 목적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성지순례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이런 변화는 성지순례 본연의 목적인
불심고취는 기본이고 신앙생활의 활력소 제공, 가족 및 이웃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의 다양한
부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눈에 띄게 늘어난 가족단위 참여이다. 오는 9월과 10월에 성지순례를
떠나는 전국 20여 곳의 사찰 중 15곳이 가족단위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
오는 10월1일과 10월29일, 2차례에 걸쳐 삼보사찰(통도사, 해인사, 송광사)로 2박3일
성지순례를 떠나는 제주 관음사 불교문화대학은 올해 참여한 60명 중 50명이 신혼부부나
가족단위 참여자들이다. 오는 10월6일 전남 장성 백양사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양산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는 참여인원 500명 중 300여명이 가족단위 참가자들이다. 오는 10월28일
구례 화엄사를 비롯해 천은사, 겁외사로 성지순례를 가는 부산 혜원정사도 참가자의 삼분의
이가 모두 가족으로 확인됐다. 가족단위 참여가 늘다보니 참여 가족들의 연령대도 70대
할아버지부터 10대 손녀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순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목적에 따라 사찰의 성지순례도 다양해졌다. 굳이 이름을
붙이면 봉사활동순례, 문화행사순례, 입시기도 순례, 특별도량순례.
봉사활동순례의 대표주자는 대구 동화사이다. 오는 29일 평창 월정사와 상원사로 성지
순례를 떠나는 대구 동화사 소속 대구불교자원봉사단은 사찰 내에서 도량청정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찰과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평소 봉사활동이 많은 회원
들이다보니 매번 즉흥적인 봉사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신승자(56, 법명 마니주) 대구
불교자원봉사단장은 “봉사단의 단합과 불심을 다지기 위한 성지순례인 만큼 공식적 봉사
활동을 계획하지는 않지만 평소 자원봉사 가 습관화되어 있어 매번 봉사활동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맞춰 열리는 다른 사찰의 가을 문화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성지순례를 잡는 경우도 있다.
부천 석왕사는 오는 9월30일 ‘제2회 오대산 문화축전(9월30일~10월2일)’이 시작되는
월정사로 성지순례 길에 오른다. 문화축전프로그램 중 하나인 청소년 백일장과 댄스
페스티벌에 참여할 자녀와 가족들이 대부분 참여한다. 밀양 용궁사도 오는 10월26일부터
28일까지 문화행사가 많은 설악산 백담사와 만해마을, 봉정암 등에서 문화신행 성지
순례를 연다.
전국 유명특별도량을 찾는 성지순례는 이미 대부분의 사찰에서 일반화됐다. 서울 법장사는
오는 10월6일 지장기도도량으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와 도솔암으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아미타도량(봉정사, 부석사, 희방사), 미륵도량(금산사, 미륵사지, 관촉사), 5대 적멸
보궁도량 등에는 법장사 외에도 전국 대부분 사찰들의 성지순례가 몰리고 있다. 이들
사찰들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해당 특별도량에 대한 사전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이외도 충북 보은 법주사를 비롯한 몇몇 사찰에서 개최하는 ‘종무원을 위한 성지순례’도
눈여겨 볼 성지순례. 이른바 ‘불교집안의 슈퍼맨’으로 불리는 종무원들이 성지순례를
통해 바쁜 종무일정 과정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측면 외에도 방문한 사찰의
종무원들과 만남을 통해 종무 정보를 공유하고 단합과 신심도 제고할 수 있다.
성지순례의 이런 변화에 대해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원철스님은 “성지순례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론으로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면서
“관광개념의 무차별적 성지순례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며 관심 주제를 갖고 접근하는
성지순례는 권장할만한 신행생활의 변화이다”고 평가했다.
배재수 장영섭 기자
[불교신문 2165호/ 9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