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한 헌법기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한 한국근현대사의 과정 끝에 헌법을 수호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독립기구로서의 역할을 위하여 만들어진 기관입니다(있었다 사라졌다 생겨난). 헌법재판소에 대하여 최소한의 정보는 알고 있는 것이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치인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었다고 합니다. 저는 행동하는 무지야말로 악의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무지를 바탕으로 하는 비판과 행동이 없기를 바라면서 글을 씁니다. 긴 글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기에 최대한 간략하게 쓰고 지엽적인 부분은 생략하였음을 밝힙니다.
1. 헌법재판소는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
헌법재판소는 간단하게 말하면 헌법재판을 하는 곳입니다. 헌법재판의 의미는 헌법해석여부, 헌법위반여부를 중심으로 하는 재판을 의미합니다. 구체적 헌법재판소가 다루는 헌법재판은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 정당해산, 탄핵심판, 권한쟁의 등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설명 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탄핵의 경우에는 학술게시판에 제가 별도의 글로 적어두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헌법재판을 주재함으로써, 헌법과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치적 분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합니다. 또한 삼권분립에서 특정정당에 의한 삼권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의 특징상 헌법재판소는 권력을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2.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휘하가 아닌가?
위에서 말했듯 삼권의 통합을 견제하는 헌법재판소는 당연히 대법원 휘하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는 별도의 헌법기관으로 독립적인 기관입니다. 독자적인 조직과 위치를 가지는 기관입니다.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은 의전 상 동일합니다. 재판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휘하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체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에 대법원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또 대법원의 의도적인 헌법재판소 까내리기가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헌법상으로나 의전상으로나 헌법재판소는 독립적인 기관입니다.
3.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구성은 어떤가?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장 포함 총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합니다. 만 40세 이상의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 중에서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인을 지명하여 구성하며, 임기는 6년입니다(연임가능). 이 구성방식은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나오게 하는데, 바로 재판부의 구성이 통제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들의 입맛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즉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인사에 관여하고, 그 대통령은 또 입법부의 한 정당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입법부의 특정 정당의 실세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재판관 다수가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헌법재판의 기능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개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만약 개정을 한다면 독일모델과 비슷하게 국회의 의석수에 따라서 각 정당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봅니다(이것의 전제는 국회의원 선출방식의 개정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숫자의 증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4. 심리정족수, 결정정족수가 무엇인가?
심리정족수란 전원재판부에서 심리가 가능하기 위한 출석 재판관의 수를 의미하는데, 9인 중 7인이 출석해야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결정정족수란 심리가 이루어진 다음에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재판관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권한쟁의를 제외한 헌법재판의 경우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권한쟁의의 경우에만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5. 심리방법, 과정 등에에 대하여(중요)
이 글을 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심리방법에 대하여 쓰기 위해서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무지하면 "변론주의를 앞세워서 헌법재판소가 일부러 시간을 끈다"라는 식의 사고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참담함이 듭니다. 이것은 얼마나 한국사회에서 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심리방법은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구두변론이 원칙입니다. 즉 피청구인과 청구인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는 대심주의를 법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은 서면심리가 원칙이고 변론은 임의적입니다.
심리과정은 헌법재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서면심리와 변론, 심판평의, 선고의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심판기간은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따라서 180일로 정하고 있지만 강제규정이 아닙니다. 이것을 두고 또 일각에서 "헌법재판소가 시간을 끈다 180일을 넘겼다 법치주의를 위반했다"라는 소리를 할까봐서 분명히 여기서 밝히는데, 재판이라는 것은 신속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야 합니다. 물론 헌법재판은 일반적인 민형사소송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이와 비슷한 취지로 180일이라는 기간을 정해두면서 신속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그것을 강제할 경우에는 사안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보다는 시간에 쫓길 위험이 있어서 강제규정이 아닌 것입니다.
6. 헌법재판소의 한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대체로 헌법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다보니, 또 대체로 국회나 여타의 기관에서 해결하지 못 하는 내용을 판단내리다보니 무제한적 기관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헌법재판소는 매우 약한 조직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조직구성 등을 보면 매우 작은 조직이며 항상 대법원 등이 헌법재판소를 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폄하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심지어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약한 조직이기에 여론의 향방을 매우 기민하게 살필 수밖에 없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집행력이 없기 때문에, 위헌결정을 제외하고 모든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려도 이를 집행할 능력이 없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헌법재판소가 가령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에 대하여 탄핵결정을 내리더라도 시민들과 해당 정치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치주의, 민주주의는 권력분립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라고 할지라도 다른 국가기관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합니다. 즉 입법부의 입법 등에 관하여 존중하여야 하고, 행정부의 재량을 존중하여야 하고, 사법부의 권한을 존중하여야 합니다. 다른 기관의 역할에 무제한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헌법의도에 벗어나는 것임과 동시에 다른 기관이 무시할 경우 집행력이 없어서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첫댓글 헌재는 볼때마다 느끼지만 법관들이 명예와 수명을 등가교환하는 곳 같음요....
대법관이 못되서 그런가 더 침울... 영전의 기회가 읎다니... 이-중법관 타이틀을 들 사람이 이 일생에 안나오려나요...
헌법연구관들이 있어서 법관들의 수명까지 걱정 할 정도는 아닌 듯 합니다 ㅋㅋㅋ
@europasi 이중법관 타이틀이 정확히 뭘 말하는 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대법관을 영전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잘못인 거 같습니다.
@쑹자오런 오히려 사법부 위계에 포함하는 것 보다는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게끔 변화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령 법관출신이 아니라 교수 출신 중심으로 헌법재판관을 편성한다든가...오히려 사법부 위계로 하면 대법원 밑 헌법재판소라는 세간의 평가가 공식화 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zeru '이-중법관'이면 둘다 하는 건데... 종래에 대법원을 확실히 더 쳐줬다는 걸 부인하긴 어려우니깐요. (있다가 없어지는 곳이랑 항상 있어왔던 곳의 차이랄까요.) 말씀하신대로 확실히 교수 출신이든지 어찌되었든 좀 다양한 출신을 넣어주면 그러한 평가는 조금 누그러질 순 있겠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그 방식을 취하던가요? 언뜻 아리까리하네요.
@europasi 아 이중법관 타이틀이라길래 무슨 소린가 해서...ㅋㅋ 지금의 일본 최고재판소와 헌법재판소를 비교하는 것은 조금 무리인 것 같고, 독일만 하더라도 한국에 비해서는 다양성을 보장하죠. 음 우리나라에서 솔직히 말해서 헌법재판소는 88년 태생부터 대법원에서 각종 난리들을 알게 모르게 쳤었기 때문에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엄청났죠 -_-;; 마치 고시 합격 못 한 교수들과 헌법재판관들의 행동양상이 유사하달까...어쨌든 지금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대하여 오히려 헌법재판관을 비교우위로 치는 분들도 있고 대체로 동급으로 여기는 분위기고, 헌법개정이 있지 않는 한 헌법재판소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높아질 것 같습니다.
한정위헌 무시하는 대법이요...? 대법이 상소법원 장착하는 날 정책법원성이 날라갈 헌재의 운명은...?
아무리봐도 헌재의 가장 큰 적은 사촌인 대법이군요ㅎㅎㅎㅎ
본문에서 언급한 내용인 것 같은데 세세하게 언급하지 않아서 별도로 리플로 언급해주신 것 같군요. 정책법원성이 날라간다는 표현은 웃기지만, 헌법재판소의 심판기능은 헌법에서 정한 것이라서 상소법원이 이루어지든, 말든 헌법에서의 헌법재판소의 심판기능만 유지하면 헌법재판소가 망할 일은 없을 듯...대법원은 사촌이라기 보다는 크킹으로 치면 클레임 가지고 다투는 경쟁자 아닙니까?ㅋㅋ
@zeru 사촌이라 약한 클레임이! 이런! 전쟁이 아니고선 획득할 수 없군요?!?!
@zeru 클레임 경쟁자의 반은 혈족이며 반은 날조자인 것이야 오랜 전통 아닌가요 ㄲㄲ
@페터 《남작》 법제처...! 날조자!
@페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법과정치 시간에 헌법재판소를 다른 정부기관과 동급으로 함께 배웠습니다. 그래서 헌재가 약한 조직이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는 상당히 의외였네요.
지금의 헌법재판소의 경우 87년 헌법 이후 탄생했는데 논란이 많았습니다. 대법원 휘하 조직 아니냐는 말들도 있었고, 대법원이 할 일인데 뭐하러 헌법재판소를 만들었냐는 말도 있었구요. 때문에 항상 존폐의 위기가 존재했었습니다. 지금은 덜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필요성에 관하여 여러가지 형태로 의문을 가하고 있습니다. 또 기관의 인원이나 크기면에서 매우 작은 조직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더 위상이 높아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약한 조직이지요ㅋㅋ